<한겨레>마케팅부 기자 권복기,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강정구, <한겨레21>기자 김창석, CBS방송위원 변상욱, <문화일보>주말섹션팀장 마태운, 서울대 국악과 강사 김세중, 딴지그룹 관광청장 윤용인, 염광여중 교사 황철훈, <문화일보>기자 장재선,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혁범, 한의사 이강재, 전업주부 김성희, 문필가 방대수, '비빔툰' 작가 홍승우, 문화기획자 안이영로, 녹색연합 서재철 등 16명의 아빠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필자들이다.
이 아빠들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이들은 평범하게 연애해 결혼에 골인하고 아이를 낳았다. 육아는 당연히 아내의 몫, 혹은 시어머니와 장모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아빠들이 일하는 아내, 연로한 할머니로부터 아이를 맡아 키우며 아이를 키우는 재미, 진정한 아빠 되기의 의미를 한 계단씩 밟아간다. 육아를 하는 아빠야말로 진정한 아빠이기 때문이다.
한 아빠는 신문기자로서의 일을 잠시 접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기 기저귀를 빨다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한 아빠는 주말부부로 일하며 이집 저집 살다보니 딸에게 "아빠 집으로 가버려!"라는 잔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돈은 아내가 벌고 자신은 쌍둥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직장인 신문사와 학교의 탁아소에서 아이를 키우며 생존과 학업을 함께 했던 아빠도 있다. 또한 육아휴직을 감행한 뒤 아이를 키우면서 전형적인 마쵸맨에서 페미니스트로 전향하게 된 아빠와, 독상과 단독결정 등에 익숙했던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수용과 양보를 하려고 노력하는 다른 모습의 아빠도 보인다.
이 책의 아빠들은 육아는 여자들, 엄마들의 쉬운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들이 직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가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체험한다. 그럴수록 그들은 점잖은 아버지로서의 위선을 벗고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노는' 아빠가 되어 아이 키우기의 재미와 보람을 얻는다. 그 안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올해 1월 '이프'가 출간한 일하는 엄마들의 육아보고서 <엄마 없어서 슬펐니?>의 뒤를 잇는 아빠들의 버전이다. 16명의 필자들이 대부분 언론사나 학교에 종사하는 관계로 책 속에 펼쳐진 글들은 읽기 쉽게 전개된다.
필자들의 글 안에는 각각의 개성까지 함께 느껴지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 체험담을 쏟아 넣기는 쉽지 않았는지 중간중간 뚝뚝 끊기는 느낌의 글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과 경험은 육아를 준비중이거나 육아와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아빠들에게 간접적으로 멋진 체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그 체험은 직접적 경험으로 안내하는 훌륭한 가이드라인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