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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선거 토론회가 3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미디어선거 토론회가 3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 석희열
발제에 나선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초청토론 대상자 기준설정이야말로 TV토론에서 가장 민감하며 가장 큰 난제로 손꼽힌다"고 말문을 연 뒤 "선거법 82조2항은 대통령 선거와 시도지사 선거에서 후보자 텔레비전 토론회에 관한 사항은 별도로 구성된 '토론위원회'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토론위원회는 토론에 초청할 후보의 선정기준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 후보 또는 3개 이상의 종합일간지와 두 공영방송사(KBS, MBC)가 조사하여 보도한 후보 등록 이전 20일간의 여론조사 결과 평균 5%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대상으로 한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8%의 지지를 얻은 민주노동당의 경우 토론위원회가 마련한 5% 기준으로 본다면 당연히 TV토론에 초대됐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방송사 등이 이런 지지율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특히 기준수치를 5%로 할 것이냐 10%로 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다시 10% 이상으로 재조정하는 것은 미디어정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10%설'을 반박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국민경선)에서 국민지지도 2%에도 미치지 못했던 군소후보들에게조차 TV토론의 기회를 준 것과는 달리 8%의 지지율을 획득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TV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지율 10% 이상으로 신생정당이나 정책정당의 출현을 원천봉쇄하는 기준은 미디어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당과 후보에 대해 미디어가 개방해줄 것과 현행 공직선거 및 부정방지법 82조2항의 개정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정당구조가 정책정당이 아니라 보스를 중심으로 하는 계파정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계파와 지역에 연고를 두지 않는 한 참신한 인물의 정계진출이 현실적으로 봉쇄당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선거가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의 정계진출의 등용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것이 모든 후보자를 TV토론에 초청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적 방향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가급적 모든 후보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도록 권고하고 있는 미디어 선진국 영국에서의 "법적인 요구는 없지만 한 지역 내의 주요 정당 후보자들을 동등하게 취급하도록 한다"고 한 공영방송 BBC의 '프로듀서 지침'을 소개하면서 "선거나 보궐선거가 임박하면 BBC는 프로그램이 국민대표법을 적용하도록 감독하며 후보자나 유력한 후보자의 출연이 어느 특정인에게 불공평하거나 유리하지 않도록 제한한다"며 TV 토론에서 공정성과 평등성에 대한 당사자들간의 합의가 무엇보다 선결과제임을 역설했다.

심상용 YMCA 시민사회개발팀장은 "선거 기간 동안에는 공영방송 주최의 TV 토론회 외의 개별 방송 주최 대선토론회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면서 "토론회의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 현행 방송사에 귀속되어 있는 토론위원회를 헌법기관인 선관위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팀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토론회 참여 후보의 범위에 대해 "지금까지는 메이저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초청 범위가 정해지면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방송토론회 후보 초청의 범위는 중앙선관위의 주도로 국민 합의로 정해야 한다"면서 "선관위가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지율 2% 이상이 바람직하다"며 정당득표제의 헌법적 의미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선거권, 피선거권뿐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도 보장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올바른 정책방향에 대해서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대해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초 참석하기로 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불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초 참석하기로 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불참했다 ⓒ 석희열
한 변호사는 이어 "토론회에 어느 후보가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나온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생각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후보들이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걸고 구체적인 실천대안까지 제시하면서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는 그런 방향의 토론회가 돼야한다"고 쟁점별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용익 문화방송 미디어비평 PD는 "미디어선거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 어느 정도 신뢰를 획득하고 있는 미디어, 성숙한 국민의식이 중요 변수"라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8·8 재보선 이후 집권 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한나라당의 행보에 대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신뢰 정당 부재의 현실을 꼬집었다.

최 PD는 또 "최근 이정연씨 병역비리 보도와 관련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와의 일련의 소송문제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옛 민정당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런 품위없는 행태들이 미디어정치의 정착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8.1%의 정당지지도를 획득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 제3당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둔 방송사 TV토론회에 '원내교섭단체의 후보가 아니다'는 등의 불합리한 기준으로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가하지 못하는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무관심을 극복하고 국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방송토론회 등 미디어선거 활성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며, 이와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또 "국가에 의해 완전 공영제로 실시되는 TV 토론회에서조차 부당한 차별을 두는 근거를 대보라"고 추궁하면서 "TV 토론회에 못 나가면 5%, 10%도 못받고 있는 후보라고 주홍글씨를 얼굴에 써붙이는 거와 뭐가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TV 토론회의 참가기준에 대해 △정당투표제에 대한 헌법적 의미 존중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과 방송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준 마련 △존립의 근거가 공적으로 인정되는 국민 지지율 2% 이상으로 개정 △현행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 후보'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후보'로 개정할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TV 방송 대선토론회에서는 토론 의제의 설정과 자료영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서 TV 토론회가 가장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결과를 소개하며 "TV 토론회는 주중 1회, 주말 1회로 편성하여 최소 7회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토론회 초청자 선정기준과 관련 "여론 독과점 현상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심각히 우려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정치 독과점에 대해 견제장치가 없고 오로지 선거로서만 가능하다"면서 "자신의 유불리에 의해 선정기준을 정할 것이 아니라 지지율 5%선과 원내 교섭단체 규정을 국고보조금 규정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며 이는 언론노조의 공식입장"이라며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지지했다.

조영식 중앙선관위 홍보관리관은 "87년 직선제 이후 3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동안 늘 불법 정치자금에 발목이 잡혀 계속 악순환만 반복됐다"며 "돈이 많이 드는 청중 동원식의 선거를 대신할 대안으로 미디어선거가 주목되고 있다"면서 관련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홍보관리관은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대선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후보자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가보조금을 받는 정당(지지율 2% 이상)은 그대로 두고 보조금 없는 검증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전국 10개 시도에서 총 30만~35만 유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해야한다"며 후보등록 정당에 차등을 둘 것을 주장해 토론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 홍보관리관은 또 미디어 중심 선거로 가기 위해 △대상 후보자 모두가 참여하는 미디어 합동유세 △상호 대담 토론회 △정당 토론회 등을 제시하고 참여 대상 범위는 (가)방송대담토론위원회(현행 토론위원회)가 정하도록 위임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오늘 토론을 지켜보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간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군중정치가 지양되고 미디어선거가 돼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지만 유권자 접촉을 통한 스킨쉽 정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이어 "현재까지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자세에서 미디어선거를 바라봐야 한다"면서 "방송사의 자율권을 무시해서도 안된다"며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또 "국고 지원을 받는 후보가 TV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며 "토론회에 불참한 후보가 있더라도 참석한 사람만으로(1인 일지라도)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송사의 자율과 관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방송사의 자율과 관행이 뿌리내리게 되면 토론을 기피할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특히 지난 국민경선 과정에서의 인터넷 언론의 후보토론회 개최 논란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와 같은 인터넷 언론도 제도언론으로서의 적절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김성호 의원(문광위 간사),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최용익 문화방송 미디어비평 PD,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실장, 한상혁 변호사, 조영식 중앙선관위 홍보관리관, 심상용 YMCA 시민사회개발팀장 등 7명의 토론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김창룡 인제대 교수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들간의 질문과 답변형식으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문광위 간사)은 당무관계 등의 이유로 뒤늦게 불참을 통보해와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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