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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항 3개월만에 운항을 중단한 마산~시모노세키간 직항로 개설이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 항로 개설은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야심작이었다. 경남도는 지난 2000년 4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졌고 마관훼리(주)를 우선협상대상 선사로 선정했다.

도는 이 업체에 대해 물류창고와 작업시설, 각종 부대시설 설치를 지원했고, 선석 확보 및 항만사용료 80%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도의 의도(?)와는 달리 마산~시모노세키 직항로는 3개월만에 운항을 멈췄다.

지난해 7월 10일 취항식 이후 마관훼리의 운항 횟수는 고작 30회차에 그쳤다. 당초 이 직항로는 도내 농수산물의 원활한 대일수출과 물류비 절감 등을 이유로 개항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가 사업 타당성 검토 등 사전 준비 없이 항로 개설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도는 여전히 마산~시모노세키간 운항 재개에 미련을 두고 있다. 최근 도는 이 직항로에 대한 설명회를 다시 가졌으며, 현재 한 선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 이같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마산항 활성화와 도내 농수산물의 대일수출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관훼리의 운항 중단 경험에서 보듯이 도가 마산항의 물동량과 열악한 항만 여건을 직시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해당선사의 운영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마산항 수출입 물동량 확보가 관건

마산~시모노세키간 직항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설이 꼭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도내 농수산물의 대일 수출물량의 80% 가량이 부산항에 치우쳐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마산항의 장기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직항로 개설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직항로에 취항할 선사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점이 문제다.

마관훼리의 경우 수출입 물량 부족으로 운항을 포기했었던 만큼 물동량 확보는 발등의 불인 셈이다. 마관훼리가 30회차의 운항 중에 수송한 컨테이너는 92개에 불과했다. 1회차당 평균 3개의 컨테이너만을 운송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해당선사의 경영악화는 어쩔 수 없는 노릇. 결국 선사는 3개월만에 이 직항로 운항을 포기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도의 책임회피도 문제였다. 도가 야심작으로 추진했고 전국을 돌며 각종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대외 공고를 통한 선사 유치도 아니고 순전히 도가 해당선사를 선정했다. 마산~시모노세키간 직항로 개설에 도가 이처럼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으면서도 운항 중단의 모든 책임을 해당선사에 떠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월 도 관계자는 “업체선정당시 해당 선사에서도 2년에 1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업체측이 이를 견디지 못한 게 운항중단의 주된 이유”라고 발뺌했다. 해당선사의 부도까지 도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도가 마관훼리를 선정할 당시 선사의 경영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따라서 마산~시모노세키간 직항로를 운항할 새로운 선사에 대한 도의 객관적이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산항 현실 고려한 직항로 필요

문제는 또 있다. 이 직항로가 재개되더라도 수출물량이 제대로 확보되겠느냐는 것이다. 마관훼리가 실패한 주된 이유도 물동량 부족이었다. 최근 몇 년새 마산항을 통한 물동량을 살펴보면 문제해결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마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지난 97년 1200만톤에 이르렀다가 98년에는 966만8천톤으로 줄었다.

99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마산항은 1900만톤의 물동량을 처리해 나름대로 활기를 띄었으나 2000년에는 또다시 1천만여톤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마산항을 통한 수출입 물량이 줄어들면서 마산~시모노세키 직항로 역시 물동량 확보에 허덕일 것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내 농수산물 수출물량의 80%는 부산항에서 취급한다.

가까운 마산항보다 거리가 먼 부산항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운회사 관계자들은 마산항의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이 수출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수출입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항만과 도로연결이 원활해야 하지만 마산항의 경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선사나 화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 컨테이너 야적공간이 부족해 애초부터 마산항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변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은 현상태가 지속된다면 마산~시모노세키간 직항로 운항 재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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