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두 달간 있었던 일산 공연에서 70년 공연사상 첫 연장 공연에 성공했던 동춘서커스단이 5일부터 신도시 분당에서 추석맞이 특별공연에 들어갔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영화계의 속설처럼, 서커스계 역시, "연장 공연에 흥행은 없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그 징크스를 깬 동춘의 일산 공연은 이번 분당공연에서도 이어질 것 같다.
지난 7월 1일, 일산 개막공연을 했던 동춘은 7월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추가공연을 8월 18일로 연장했고, 다시 25일까지 8일을 더 연장하는 이례적인 강행군을 했다. 7월 14일의 경우, 하루 1500여명의 관객이 찾는 등 일산공연은 연일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일산공연의 성공이 장마철 비수기에 이루어져 침체된 동춘의 사기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동춘의 박한국 부단장은 "천막극장에 폭우가 쏟아져 극장이 물바다가 되어 단원들이 뜬 눈으로 물을 퍼내는 숨은 희생이 있었다"면서 "다행히도 국지적인 호우가 공연이 끝난 밤 시간에 발생해, 공연에는 지장이 없었다"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단원들의 노고에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지난 5일에 시작하여 오는 10월 13일까지 열리게 될 분당공연은 '무대의 귀공자'로 알려진 쟈글링의 박광환, 고공비행의 문세진, 스파이더맨 서정현과 중국배우 유소영, 양친, 장레이 등이 대거 참여하는 추석특집공연으로 기획되어 풍성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이번 분당공연에 대한 박세환 단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궁여지책으로 곡예와 마술쇼 등으로 서민들의 해학과 향수 속에서 근근이 그 명맥을 유지했던 과거의 동춘 스타일은 박단장의 가슴 속에 묻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이제 서커스를 보고 처량하다고 생각하는 관객이 없습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푸는 밝은 서커스를 만끽해야죠."
러시아와 중국 곡예사들을 초청해서 4년간을 동춘곡예사들과 한 무대에 서게 했던, 동춘서커스단의 박세환 단장은 "올해 안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극대화시킬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각국 서커스를 골고루 분석하여 가장 한국적인 서커스를 집대성하는 것이 그 계획이고, 또 이번 공연이 그 첫 실험무대"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이번 추석특집이 '여러 가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실험적인 이벤트'라고 지적하는 시각이 많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검사와 여선생>등의 신파극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공감을 이끌었던 초기의 서커스가 현대에 와서는 스릴을 강조한 곡예로서의 재주로 변화했는데, 이제는 또, 즐거움을 주는 희망의 서커스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한다.
이봉조, 허장강, 서영춘, 배삼룡, 심철호, 백금녀, 남철, 남성남 등 당대의 인기 스타들이 모두 동춘서커스단을 거쳐 갔을 만큼, 화려했던 동춘서커스단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해 사기가 떨어진 동춘서커스단이 전 공연지인 일산공연에서의 성공적인 흥행 때문에 상당히 활기에 차 있다.
신도시 분당의 '번화가'에 가설된 동춘서커스단의 천막극장은 화려한 조명에 넘실거리는 현대식 건물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그 초라한 천막극장 안에는 꾸밈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또 하나의 소박한 세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