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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본관 전경 ⓒ 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1일 공식적인 취임식을 가지고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대구 경북대학교 김달웅 신임총장의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발언 등을 두고,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총장으로서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는 등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신임총장은 취임 이후 첫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월 3일 총장선거에서 김 신임총장이 당선된 후 가진 각종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총장선출 방식'과 관련한 발언. 당선이 결정된 다음날인 6월 4일자 <영남일보>에는 김 총장과 관련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당시 영남일보에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김 신임총장은) 교직원들의 총장 투표 참여요구에 대해 "대학 구성원인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은 상호 존중과 배려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교직원들에 대한 대화창구는 열어놓겠지만 이들의 총장선거 참여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총장선거 교직원 참여 옳지 않아"

당시 김 총장은 총장선출 과정에 교수 외 여타 구성원(교직원, 학생 등)들의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영남일보> 외에도 그외 지역 언론들을 통해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김 신임총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총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본격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경북대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 이태기 회장은 최근 "총장 후보시절 경쟁 후보들과 함께 '총장선출 방식'과 관련한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도, 당선후에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견해를 보이는 것은 도덕성의 문제와도 결부된다"면서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경북대 공직협 등에서 거론하고 있는 합의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북대 총장선거로 학내 여론이 들끓었던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박찬석 전 총장의 임기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15대 총장 선출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박 전 총장이 재선으로 오랜 기간 총장직을 수행한데 따라 신임총장 선거에 대한 교수와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은 사뭇 달랐다. 무려 7명의 교수들이 총장후보로 출마해 경합이 치열했던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무엇보다 국립대 총장선출 과정에서 항상 쟁점으로 떠올랐던 교수 외 교직원, 학생 등이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권자의 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예외 없이 터져 나왔다. 이에 공직협, 대학노조, 교원교조협의회, 총학생회 등은 '총장후보자 선출권 확보를 위한 경북대학교 교직원·학생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후 공대위와 교수들 사이의 마찰은 총장후보 소견발표회가 두 차례나 무산되는 등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졌다.

김달웅 신임총장이 총장 당선 전에 서명한 합의서 - 합의서 1항은 "제16대 총장후보자 선출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를 위해 대책기구를 구성한다. 대책기구는 교수와 직원의 대표로 2002년 10월까지 구성한다. 이 대책기구에서 총장 후보 선출을 포함한 학교발전에 관한 제반사항을 논의하여 정한다" 는 등 내용이 담겨있다.
김달웅 신임총장이 총장 당선 전에 서명한 합의서 - 합의서 1항은 "제16대 총장후보자 선출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를 위해 대책기구를 구성한다. 대책기구는 교수와 직원의 대표로 2002년 10월까지 구성한다. 이 대책기구에서 총장 후보 선출을 포함한 학교발전에 관한 제반사항을 논의하여 정한다" 는 등 내용이 담겨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하지만 이런 내분사태는 공대위와 교수회, 총장입후보자들의 합의서 서명으로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지난 5월 29일 경북대 총장, 교수회 회장, 공대위 의장, 그리고 5명의 입후보자(2명은 서명 거부)는 "(다음 총장선거인) 16대 총장후보자 선출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이를 위하여 대책기구를 구성한다"는 요지의 합의서에 공동서명하기에 이른다. 이후 파란을 겪고 있었던 경북대 15대 총장선거는 예정대로 6월 3일 선거로 이어졌고, 김 총장이 상대후보를 꺾고 총장에 선출된다.

결국 공직협 등은 "신임총장이 합의서에 서명하고도, 총장에 선출된 후 말을 뒤집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측의 입장은 이와는 차이가 난다.

학교 "사견이었을 뿐... 합의서 내용도 '노력한다' 정도"

경북대 대외협력과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이 선출된 후 각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총장선출과 관련해 의견을 피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인터뷰 당시 발언은 현재 상황에서 총장선출에 교수 외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다분히 현실론 차원의 이야기"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합의서 내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이 관계자는 사견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당시 합의한 내용은 '앞으로 노력한다'는 정도였을 뿐이었고, 오는 10월중에 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후속조처를 이행할 것"이라면서 "도덕성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직협 이태기 회장은 "아무리 개인적인 의견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총장선출 등에 대해서 대화를 해야하는 당사자이면서 공인인 대학총장이 섣불리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것은 논의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또 "만약 개인적인 의견이 부정적이었다면 서명하지 않은 2명의 후보들과 함께 서명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라면서 "결국 당선되기 전에는 급한 마음에 서명하고 돌아서서는 '부정적'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모습 아니냐"고 따졌다.

"대화 앞두고 부정적 의견 보이면 논의 말자는 것 아닌가"

공대위측은 조만간 각 참여단체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책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공직협 등이 주도했던 합의서 작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참여 단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격론이 예상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총장 취임 후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첫 시험대에 오른 김 신임총장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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