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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용두동 대한 강제철거 이후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여러차례 진찰하고 상담, 진료했던 대전민들레의료생협의 의사 나준식입니다.

강제철거 이후 노숙을 지속하는 이들의 눈물겨운 사연이나 마음고생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들을 수 있는 문제지만, 철거과정이나 이후의 노숙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의 문제에 관해서는 주민들 스스로조차도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처음 주민들을 만나고 진찰했던 것은 철거가 진행된 후 일주일이 채 안된 7월24 주민들이 임시거처로 머물고 있던 대화동 빈들교회였습니다. 그리고 구청앞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다시 8월1일에 방문하였습니다. 8월17일에는 20여명의 주민들을 병원에서 진료하였고 그 이후 몇몇 분들이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미 주민들은 오랫동안의 철거싸움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 불안 등으로 심리적으로 지쳐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들이 악화되고,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두통과 관절통, 소화불량,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또 철거반원들과의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외상과 타박상, 근육, 인대장애 등으로 거동이나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60대인 이 분들에게 이어진 노숙과 계속되는 집회와 시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준 정신력이 아니라면 버텨내기 어려운 정도의 체력소모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탈진에 이르거나 만성질환의 악화와 면역능력의 저하로 2차적인 질병이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들은 병원에서 일시적인 수액보충 등의 조치를 취하였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충분한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였는데, 그나마 인근에 친척집이 있는 분들은 며칠간이나마 집에서 쉴 수 있었지만, 많은 분들은 다시 노숙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문제는, 철거과정에서 ‘철거반원들의 팔꿈치에 맞아’ 한쪽 눈에 시력장애가 생기신 분의 경우인데, 유리체 출혈로 인해 시력장애가 왔음을 인근 안과에서 확인했음에도 진단서조차 받지 못해 보상은 커녕, 최소한의 법적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주거대책 문제, 보상문제가 거론될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한 책임과 보상도 함께 고려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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