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의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7일 저녁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한화갑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대위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 결과를 설명했다. 노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공개된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오는 19일 최고위회의에 참석해 공식적으로 추인받을 예정이다.
정동채 후보 비서실장은 간담회 후 브리핑을 통해 "노 후보는 선대위 공동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장에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국민제안 2002 운동본부장에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 정치개혁추진위원장에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의원에 대해서는 "국가비전위원회에서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5개 일반본부장에는 총무 이상수(李相洙), 기획 이해찬(李海瓚), 유세 이재정(李在禎), 홍보 김경재(金景梓), 조직 이호웅(李浩雄) 의원이 각각 내정됐고, 3개 특별본부장에는 미디어 김한길 전 의원, 정책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 인터넷 허운나(許雲那) 의원이 내정됐다.
정 실장은 정대철 최고위원의 DJ 가신 선대위 참여 배제 발언과 관련 "이강래 수석은 본부장을 맡지 않았고 본인도 뒷전으로 가자고 했다"고 말한 뒤 "나 또한 반드시 교체될 것"이라며 2선 후퇴 의사를 밝혔다.
정 실장은 또, 김원기 고문과 문희상 단장의 선대위 참여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 하지 않는 게 낫다" "내가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인선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노무현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고려할 게 너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원내총무를 비롯, 김태랑, 이협, 신기남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으며, 추미애 최고위원은 해외 국감으로 불참했다.
한편, 저녁 9시께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빠져나온 정균환 총무는 기자들과 만나 "별 얘기는 없었으며 과거 정치하던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노 후보와 한 대표간의 갈등설과 관련해서는 한화갑 대표는 "요새 갈등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데, 형편되는 대로 후보를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신>노무현 후보의 '독립 선언' 배경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마침내 '칼'을 뽑았다. 노 후보는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적대 행위를 하는 사람을 배(민주당)에서 내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브리지(조타실·선대위)로 모실 수는 없다"며 반노(反盧)와 비노(非盧)쪽의 탈당·분당에 개의치 않고 추석 전에 '노무현 중심'의 선대위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한 '선거체제 이원화'에 대해서도 '선대위 우선의 원칙'을 표명하는 한편, 후보 단일화나 통합신당 등도 후보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혀 명실상부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사전에 예정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노 후보가 답변을 하다가 간담회 형태로 발전한 것. 이날 노 후보의 발언 내용은 전 날인 15일 밤 김원기 정치고문, 천정배 정무특보, 정동채 비서실장, 이강래 의원 등 참모들과의 회의 끝에 나온 것으로 당초 18일 오전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발표할 내용이었다.
15일 밤 정무쪽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는 추석 전 선대위 출범 선언에는 합의했으나, 18일 기자회견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발표할 것인지, 아니면 선대본부장만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 후보쪽에서는 한화갑 대표와 이수성 전 총리 등에게 선대위원장을 타진하는 등 외부인사 영입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후보가 1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대철 최고위원을 공동 선대위원장의 한 명으로 발표함으로써 18일 기자회견에서는 당 안팎의 공동 선대위원장이 최소 한두 명 더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대철 최고위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내정함에 따라 한화갑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끝내 고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노무현-한화갑 갈등설'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노 후보의 한 핵심 참모는 '노-한 갈등설'에 대해 "27일 이전 공식 선대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한 대표가 노 후보를 밀어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한 대표가 노 후보와 함께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이 제 갈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가 이처럼 강한 톤으로 '독립 선언'을 한 배경에 대해 한 참모는 "추석 이후 본격적으로 노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려면 추석 전에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며 "17일 정몽준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한편 19일 MBC '100분토론'에 참석해 후보 검증을 받는 등 상대편의 정치 일정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한편 노 후보는 16일 오후 본인의 홈페이지에 올린 '여러분께 드리는 추석 선물'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개혁과 대선 승리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석이 지나고 나면 거칠 것 없이 앞으로만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며 "암담한 현실을 희망으로 바꾸는 대장정에 첫 발을 내디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또한 그는 이 글을 통해 "먼 훗날 여러분과 제가 함께 만들어나간 개혁과 승리가 우리에겐 보람이요, 역사에는 자랑으로 남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는 탈당·분당으로 인해 대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다고 해도 노무현의 '원칙과 상식'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극단적으로는 대통령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정치발전을 위해 구태하고 몰상식한 정치 행태를 좇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 | "암담한 현실을 희망으로 바꾸는 대장정에 첫 발을 내딛는다" | | | 노무현 홈페이지에 실린 '여러분께 드리는 추석 선물' | | | | …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중대하고도 무서운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살피는데 눈과 귀를 모으고 있으며 이를 제 마음에 새겨 놓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삶에 지친 국민들이 한가위 명절에 모여 우리 정치를 이야기할 때에 한숨과 실망과 비판이 나오게 할 게 아니라 희망과 꿈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책임, 제가 가장 가슴 아프게 느끼는 점입니다.
추석 명절 듣기 좋은 덕담조차 여유가 안 묻어나는 현실에서 굳이 정치현실을 말하는 것은, 이제 암담한 현실을 희망으로 바꾸는 대장정에 제가 첫 발을 내딛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추석 선물은 '노무현이 정치개혁과 대선 승리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약속'입니다. 이제 저는 그 약속을 지킬 만한 저의 길을 결정했습니다. 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석이 지나고 나면 거칠 것 없이 앞으로만 내달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엄중히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신명나게 함께 해 주십시오.
앞으로 먼 훗날 여러분과 제가 함께 만들어나간 개혁과 승리가 우리에겐 보람이요, 역사에는 자랑으로 남을 것입니다. / 이한기 기자 | | | | |
다음은 16일 오전 노 후보의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일문일답이다.
- 18일 기자회견과 선대위는 계획대로 되고 있나.
"계획대로 추석 이전에 선대위를 출범하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추석 이전에 (선대위를) 출범한다."
- 선대위 인선은 가닥이 잡혔나.
"대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정대철 최고위원은.
"추측이 많은데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 당에서는 정 최고위원 혼자인가.
"(공동 선대위원장이) 3명이 될지 5명이 될지 아직 모른다.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남아 있다. 일단 정대철 최고위원을 선대위원장으로 확정했고, 나머지는 대개 맡기고 출국할 것이다."
- 민주당 안의 '구당(救黨)파'와의 대화는.
"대화는 계속했고 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야 한다. 대의명분에 따라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는 정도로 해야 한다."
- 외부 선대위원장도 18일 발표하나.
"18일 발표에서 외부인사 참여 가능성은 아주 낮다. 문은 열어 놓지만 당장 외부인사 참여는 없다."
- (선대위원장을 맡을 외부인사와) 교섭중인가.
"원칙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구체적인 교섭은 하고 있지 않다."
- 18일 선대위 출범식은.
"18일 발표하고 추석 전후로 업무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따로 출범식은 기획하고 있지 않다."
- (노무현-한화갑 조찬회동에서 거론된) 선거체제 이원화를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데.
"(선거체제) 이원화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이원화는 맞지 않다. 선거와 관계없는 당무가 있다면 대표가 집행한다. 예를 들어 정기국회 운영 전략 등은 선거와 관련이 없거나 낮은 것은 대표와 총무가 관장하면 된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된 모든 업무는 선대위가 집행한다. 대부분의 당무는 선거와 관련되기에 일부를 대표가 관장한다고 하더라도 이원화는 아니다. 선대위가 우선하는 것이다."
- 당의 재정권 문제는.
"선대위 체제로 가는 한 모든 당무는 선거 업무에 종속되어야 한다. 재정권이 필요하다면 인수할 것이다.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어느 범위까지 필요한지를 판단할 것이다."
- 탈당 얘기가 있는데.
"후보 흔들기나 탈당이나 모두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 없으면 국민의 비난을 받는다. 명분없는 일에 가타부타 말하지 않겠다."
- 김영배 전 신당창당추진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
"그의 생각이다. 어떤 후보든 그런 식으로 지적하면 지적 안 받을 후보가 어디 있나. 주관적인 지적이다."
- 정대철 최고위원을 선대위원장으로 결정한 배경은.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대표 다음으로 득표한 분이고 여러 측면에서 중립적인 위치이고 정통성에 하자가 없다. 그래서 모시기로 했다."
- 다른 당내 인사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1명이 될지 3∼5명이 될지는 완결되지 않았다."
- 한 대표가 도와줄 것으로 보는가.
"(한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 맡아서 도와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DJ와의 차별화'나 DJ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나는 앞으로 할 정치개혁만 생각한다. (DJ와의) 차별화나 탈(脫)DJ는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할 개혁이 중요하다. 개혁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 (민주당) 안전진단 후 새로운 결단을 내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기에 이르다. 선대위를 짜서 해보고 선대위에 참여한 분들과 상의하면서 이후 상황에 대응하겠다. 당내 분란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시기에 가면 완전히 결말을 짓는 것이 필요하다."
- 선대위의 색깔은.
"정파를 끌어안는 화합형으로 갈 것을 많은 분들이 주문하고 있고 (그 생각을) 존중할 것이다. 어제나 오늘까지의 적대행위는 문제삼지 않겠다. 그러나 내일 이후에도 적대행위를 하는 사람을 선대위 핵심에 포섭하는 것은 어렵다. 배(민주당)에서 내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브리지(조타실·선대위)로 모실 수는 없다. 손발이 맞는 사람은 브리지로 가고 나머지는 배의 다른 영역에서 선원으로 일해 주셨으면 한다."
- 정대철 최고위원의 'DJ 가신배제' 주장에 대해서는.
"크게 무게를 둔 말은 아닐 것이다. 대체로 그와 같은 국민의 시각을 표현한 것이다."
- 정동채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은.
"자리를 바꾸려고 했는데 그 일로 오히려 껄끄럽게 됐다. 그냥 두던지 더 중요한 일을 함께 하게 할 것이다."
- 노 후보가 재정권을 걱정했나.
"그런 기억은 없다. 당에서 재정권만 분리할 수 있나? 선대위가 우선하면 재정권도 선대위 우선이다. 해석의 차이를 크게 보지 말라. 조율하면 된다. 한 대표와 대화로 풀지 못할 일은 없다. 대표도 당을 소중히 여기고 대선에 이기는 것이 목표이다. 나와 같은 목표로 나가는 사람이다. (한 대표와) 큰 갈등없다."
- (민주당 일부가 주장하는) 통합신당에 대해서는.
"누구랑 통합할 것이지 먼저 말해야 한다. 통합수임기구는 전당대회 소관이다. 당의 통합이나 해산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누구와 한다는 수임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소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원칙대로 당을 운영할 것이다."
- 18일 이후에도 국민경선은 가능한가.
"이제는 시간적으로 국민경선이 불가능하다.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애초 국민경선 결정 최종시한을) 8월말이라고 말한 것은 국민경선이 가능한 최대한 기간을 말한 것이다."
- 후보단일화 추진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를 왜 하나? 민주당의 후보가 있는데.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그 다음에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할 문제이다. 단일화를 얘기하는데 지지가 올라가겠나? 자기 당 후보를 깎아 내리는데 앞으로는 단일화든 통합이든 내 결단 없이는 논의를 허락할 수 없다."
- 국민경선은 없다는 것인가.
"통합이나 단일화는 패배주의다. 자꾸 그러면 나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