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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막상 떠나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책으로 대리만족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추천하려고 한다. 어찌보면 서평흉내를 내는 책 광고일 것이다. 책의 제목은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이다.

중국견문록 아마도 수십만 권이 팔려나간 베스트 셀러 중의 베스트셀러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그녀의 다른 책보다 낫다고는 보지 않는다. (사람마다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쉽게 단정짓지 않겠지만 내가 평할 때는 그녀의 <바람의 딸> 시리즈보다 못 하다.) 아무튼 왜 이 책이 많이 읽혀지는 것일까? 중국이라는 나라가 뜨고 있어서?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한비야라는 인물이 썼기 때문이 아닐까?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닮고 싶은 여성 2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싶은 한국 젊은이 1위. 그녀를 무턱대고 표현하려 나섰다가는 너무 많은 수식어들로 하여금 곤욕을 치르게끔 할 것이다.

그녀가 인기를 이렇게나 많이 끄는 이유는 우리가 보지 못 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고, 또는 그녀의 색다른 시각으로 하여금 더욱더 흥미를 끌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늘 중국을 없이 사는 나라로 무시할 때 그녀는 '중국인중 만만한 사람 하나 없다'는 중국관을 내세우며 당당히 우리 사회 앞의 도전장을 내건다.

중국을 유학, 여행하거나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필히 소장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찌 보면 견문록이라는 책제목이 너무 거만할지도 모른다. 또, 막상 보면 '중국에 대해서 쓴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자기 중국어공부 얘기지 이게 어떻게 견문록'이야 하겠지만 중국견문록이 다른 중국연구서적이나 중국을 소재로 한 다른 책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중국인과 함께 생활하며 썼다는 점과 한비야 개인이 가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썼다는 점이다. 중국을 알기엔 너무 틀에 박힌 지식보다 이런 점이 좋을 것같다. 또 너무 한쪽으로 '중국은 좋다'나 '중국은 싫다'가 아니라 중립적인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점이 누구나 다 보고싶게 만드는 것 같다.

한비야가 약 70여개 국을 여행했지만 중국같이 큰 나라를 맨 마지막으로 여행했다는 점도 우리에겐 매우 흥미롭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을 '1달 여행한 사람은 훌륭한 기행문을 쓸 수 있고 1년을 지낸 사람은 훌륭한 논문 1편을 쓸 수 있다 그러나 10년을 중국에서 지낸 사람은 자신이 중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중국여행을 마지막으로 했고 그것도 모자라 불혹의 나이 사십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보통 책은 한 세대나 한 계층만 주로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비야의 팬은 10대 초등학생에서부터 70~80에 이르는 노인 분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이루고있다. 나는 3~40대에겐 한비야처럼 늦게 시작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20대에겐 이 책으로 한비야처럼 갑갑한 일상 속에서 탈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고, 10대에겐 한비야처럼 살 수 있다는 꿈을 주고싶다.

나는 늘 그녀의 책이 나올 때가 되면 서점에 쪼르륵 달려갔다. 물론 그녀의 출판약속은 제 때 지켜지진 않았지만. 하여간 나는 그렇게 구비한 책을 나 홀로 읽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돌려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라고 권유한다. 아니 강매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한 이야기다. 난 책을 잘 읽지 않을뿐더러 추천해 줄 만한 책조차 없다. 그러나 한비야의 책만큼은 그렇지가 않다. 한비야의 책을 본이라면 누구든지 다른 이에게 추천해 줄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청소년 권장필독도서로, 군에서는 진중문고에 선정된 군납도서다. (한비야씨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 이어 <중국견문록>까지 진중문고에 선정되어 건군 이래 최초로 2년 연속 군납작가가 되었다.) 또 몇 년 전 광주에서 자신의 고등학생 딸을 성폭행 한 남자에게 한비야의 책을 비롯해서 몇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죄를 준 사연도 있다. 김용택 시인의 서평처럼 정말 그녀는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람이다. 이제 그녀는 또 하나의 길을 찾아 나섰다. 좋은 자리 마다하고, 편한 자리 거부하고 난민구호(실제로 지난 아프간전쟁 직후 그곳에 파견되었다.)를 하기 위해 긴급구호팀장이라는 명함을 단 그녀. 이제 아마도 그녀의 말처럼 배타고 세계 세 바퀴 반 프로젝트가 가동되지 않는 한 21세기 유목민인 배낭족 생활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아니어도 좋다.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순서대로,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편부터 한 권씩 읽어나가길 바란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도 아니거니와 술술 읽히는 그저 심심할 때 보는 책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책에 대한 공포심은 벗고 읽을 수 있는 편한 책일 것이다.

완벽한 지도란 없는 세상. 약도하나 달랑 들고 떠난다해도 괜찮을 것이다. 길 모르면 물어서 가고, 헤매면 그만이라는 그녀의 생각처럼...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목적지를 직시하고 한 발짝, 두 발짝 발을 띠면 비록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기도 할지언정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간다면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도상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없다면 나는 외칠 것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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