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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며느리밥풀
ⓒ 김자윤

삼대독자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벌초해야 할 산소가 많습니다.

그 많은 산소가 한 곳에 모셔져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산산이 흩어져 있는데다가 깊은 산 속에 있는 산소가 많아 여러 날 벌초를 다녀야 합니다. 산소가 큰길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은 밀림을 헤치고 전진해야하는데 깊은 산 속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마지막 벌초를 하기 위해서 낫을 갈고 도시락을 준비하고 혹시나 해서 디지털 카메라도 준비했습니다. 동생들은 모두 사정이 있어 아내와 단 둘이 두 시간 넘게 차를 몰고 가서 산자락에 차를 세워 두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소는 산 넘어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가야 했습니다.

몇 걸음 걷자마자 쑥부쟁이와 참취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조금 더 가니 유난히도 큰 수까치깨가 수줍어하고 있고,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 않은 옛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싱싱하게 피어있습니다.

그 옆에 가시엉겅퀴와 이고들빼기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알며느리밥풀과 산박하가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 처음 본 흰까실쑥부쟁이도 있습니다.

잠시 벌초를 잊고 정신 없이 사진을 찍다가 정신을 차려서 길을 만들며 전진하기를 수 차례 하다가 시장기를 심하게 느껴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집사람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서로 싱글싱글 웃으면서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사진 찍는 일이 너무 즐거워 오늘 벌초 못하면 다음주에 다시 오면 되지 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던 것 같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다시 전진하기 시작하자마자 연약하게 생긴 꿩의 다리가 보입니다. 갈수록 험해지는 길을 헤치고 올라가니 음험하게 생긴 한라돌쩌귀가 나타납니다. 그 중 예쁘게 생긴 것을 간신히 골라서 찍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땀을 씻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거제물봉선 군락지가 나타났습니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정신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사람도 사진 찍느라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꽃이 많으면 좋은 꽃 고르기가 훨씬 힘듭니다. 꽃이 적으면 어지간한 꽃에도 쉽게 만족하고 찍는데 꽃이 많으면 만족할만한 꽃 찾기가 힘든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스러운 것 같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다시 출발했는데 길이 막혔습니다. 어림짐작으로 길을 뚫는데 20분 이상은 걸릴 것 같고 시간은 벌써 오후 4시가 다 되갑니다. 길을 뚫고 가 봐야 벌초할 시간이 없습니다. 집사람과 나는 서로 빙긋이 웃으면서 왠지 미안한 마음으로 그러나 뿌듯한 기분으로 산을 내려왔습니다.

▲ 수까치깨
ⓒ 김자윤
▲ 이고들빼기-1
ⓒ 김자윤
▲ 이고들빼기-2
ⓒ 김자윤
▲ 한라돌쩌귀-1
ⓒ 김자윤
▲ 한라돌쩌귀-2
ⓒ 김자윤
▲ 흰까실쑥부쟁이
ⓒ 김자윤
▲ 왕고들빼기
ⓒ 김자윤
▲ 참취
ⓒ 김자윤
▲ 꿩의다리
ⓒ 김자윤
▲ 꼭두서니
ⓒ 김자윤
▲ 괭이밥
ⓒ 김자윤
▲ 거제물봉선-1
ⓒ 김자윤
▲ 거제물봉선 군락지
ⓒ 김자윤
▲ 바늘엉겅퀴-1
ⓒ 김자윤
▲ 흰바늘엉겅퀴-2
ⓒ 김자윤
▲ 산씀바귀
ⓒ 김자윤
▲ 산박하
ⓒ 김자윤

덧붙이는 글 | 위 사진은 2002년 9월 29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초리 염포마을 뒷산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기사는 교육나눔터(edunanum.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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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정년퇴직한 후 태어난 곳으로 귀농 했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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