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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자료사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자료사진) ⓒ 이승규
김씨는 입사시험 전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회사가 사원을 선발하는데 나름대로 기준이 있지만 막상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수용하기 힘들었다"

입사시험에서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토익점수는 서울 명문대생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한 그는 자신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말고는 떨어질 이유가 없다"며 회사의 전형기준에 강한 의혹을 나타냈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맞아 각 대학별이 내년 2월 졸업예정자들의 취업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김씨처럼 지방대 출신들의 대기업 입사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기업 채용 여건 호전 불구 지방대는 '찬밥'

올 하반기는 미국 등 세계 경기의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내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크게 늘어나 취업난 해소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대학졸업 예정자들은 지난해 어디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직장을 고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최근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 취업선호도가 대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취업생 3,599명을 대상으로 취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응답자가 24.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방대 취업생들의 대기호 선호도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북대학교 취업정보실 취업담당 안종숙씨는 "도내 중소기업들이 추천장을 보내는 등 신입사원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졸업예정자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으며 취업정보 문의가 대부분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대 취업생들의 이 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지방대출신들을 선호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취업정보사이트인 인재21(www.injae21.net)가 1,148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졸 전문대졸 인재능력 평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신입사원 중 지방대출신이 '1명도 없다'는 기업이 17.2%를 차지했다.

10%미만을 채용한 기업이 2.6%, 10∼30%미만이 18.3%, 30∼50%미만이 22.2%로 '1명도 없거나 50%미만'이 전체의 70.3%에 달해 지방대생의 취업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졸사원 사원 채용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면접점수가 71%로 가장 많았고 출신학교도 14%나 됐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대 출신이 1명도 없는 기업이 17.2%"

힘들게 서류전형을 통과하고도 당락을 결정하는 면접에서 '지방대출신'이기 때문에 설움을 당한다.

대학 도서관의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취업재수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해말 대기업 신입사원 모집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이원대씨(가명·28)의 경험은 취업시장에서 지방대출신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그는 지난해 10월말 취업초기 극심한 경쟁률을 뚫고 서류심사를 통과해 2차 면접까지 올랐다. 2차 면접에 오른 25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면접에 들어가자 "자네 과 학생이 총 몇 명인가?", "자네 학점은 상위 몇%인가" 등의 질문만 했다.

면접을 보고 난 이씨는 학점이나 토익 점수가 다른 지원자보다 결코 뒤지지 않을 터인데 형식적인 질문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는 물론 낙방이었다. 그의 경험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 통신회사 입사시험에서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토익점수 600점대의 실력으로 합격했으나 이씨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토익 970점의 친구가 탈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씨는 이처럼 자신보다 실력이 처지는데도 '좋은 회사'에 입사한 수도권 대학출신들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도대체 대기업들의 서류심사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씨는 대기업 취업의 꿈을 접고 지금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지역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넷이 전국 대학생 690명을 대상으로 취업의식을 조사한 결과 지방대출신 응답자 405명중 54.3%가 출신지역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도내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비교적 취업이 잘돼 소위 '잘 나가는 학과'들이 몰린 전북대 전자 정보공학부의 경우 8월말 대기업인 L사의 신입사원 모집에 응시했던 취업생 가운데 단 한 명도 서류전향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들이 대부분 각과를 대표하는 성적 우수생들로 공대생으로는 드물게 토익점수가 800점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은 물론 학부 취업담당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방대 가운데서도 사립대는 '최악'

올 상반기 전자 정보공학부에서 대기업에 취업한 인원은 각 과별로 1명정도 수준인 7∼8명에 불과해 이 같은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이 서류전형조차 합격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전혀 뜻밖의 결과였다.

지방국립대 출신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지방 사립대 출신에 대한 대기업들의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온라인 취업정보업체 '헬로잡'이 국내 756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지방대 출신 채용비율이 10% 미만인 기업이 21.9%나 됐다. 또 과반수가 넘는 기업이 지방대출신 채용률이 30%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서류전형에서 지방국립대 출신을 무조건 합격시킬 것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7.7%에 머물렀으며 지방사립대 출신을 '무사통과' 시키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에 대한 업무능력의 평가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이 50.0%, 지방대 46.9%로 업무능력에 대한 만족도 별 차이가 없었다.

기업들은 실제 업무능력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아직도 지방대 출신에 대해서는 취업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이 지방대 출신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재21의 '대졸 전문대졸 능력평가 보고서'를 보면 41.6%가 '지방대생을 기피하는 선입관'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의식이나 태도가 뒤 처져서'가 19.3%, '취업정보가 부족해서'가 18.4% 등으로 '무조건적인 지방대생 기피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지방대 출신 기피현상은 '정보수집력과 국제화 감각이 약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방대출신이 가장 뒤떨어지는 부문은 '정보수집력'이라는 평가가35.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국제화 감각' 32.6%, '외국어 능력' 30.7% 등으로 나타났다. '정보화 능력' 28.8%, 적극성 및 도전성 22.2%에서도 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기업들 "지방대출신 '정보수집 능력 떨어진다'" 평가도

특히 대기업일수록 지방대 출신들의 국제화 감각과 정보수집력, 정보화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을 더 많이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 대학들의 취업대책은 취업문제를 '취업생 개인의 능력'으로 돌리고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취업정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담당직원 1명에 불과해 '취업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역할'에도 힘이 버거운 실정이다. 학부별로 배치된 취업담당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취업정보실 운영과 매년 1,000여만원 예산을 들여 교수들을 대기업에 보내 취업촉진 활동을 벌이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취업정보도 부실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전북대 취업생들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취업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 타 대학의 취업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내 다른 대학들의 취업보도 활동도 그만그만하다고 보면 된다. 취업생들은 '정보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의 채용기법이 크게 변화하면서 지방대출신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필기시험이 없어지는 대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회사가 늘고 있으며 면접절차가 세분화되고 1인당 면접에 할당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면접절차를 강화하고 있어 지방대 출신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지방대 취업생들의 불안감은 정보부족과 '줄'없는 설움이 결코 아니다.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거나 특별 대접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출신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취업생들에게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져 자신이 노력한 만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www.sisaj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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