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이완구·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등 최근 정국 혼란에 대해 15일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서 (대선)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 "후보 사퇴는 없다"고 분명히 하며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일방적인 압력 등에 의해서 내가 후보를 사퇴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후보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90년 3당 합당 당시 6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54명의 국회의원이 여당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나는 내 갈 길을 지켰다"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당초 이날 기자간담회를 한반도 주변 4개국 대사와의 면담 결과와 향후 비전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내정치 상황으로 차후로 연기, 대신 국내정치 대한 의견을 밝혔다.
또한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의 정치행위가 이상 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구태의연한 정치행위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를 비판했다.
노 후보는 "이번 전용학 의원의 이전은 과거의 정치를 반복·답습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있고 명분이 없다"면서 "이것이 과거의 소위 3김이라는 분들이 했다면 으레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겠지만 3김 정치의 청산을 주장하는 이회창 후보가 했기 때문에 더 크게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면서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더 나아가 "노벨상을 로비로 딸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어처구니없는 발상과 주장에 세계가 비웃고 있다"면서 "국가의 존엄과 국민의 자존심마저 정쟁거리로 희생시킨 근거없는 노벨상 로비설 주장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국제사회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이제 더 이상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물거품이 됐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 후보의 기자회견 발언 전문이다.
"우리 당의 전용학 의원과 자민련의 이완구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입당했다. 우리 민주당의 전용학 의원에 대해서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정치과정에서 크게 과오가 없었던 정치인이었는데 이번 일로 해서 돌이킬 수 없는 정치인으로서의 흠을 남기게 된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번 일로 해서 완전히 버린 것 아닌가. 한국정치의 장래를 위해서도, 또 본인을 위해서도 참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실망스러운 것은 후배 정치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해야 될 사람들이, 즉 국가적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또 이런 일이 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히 유감스럽다. 유감스러운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실망스럽다.
지금 모든 후보들이 이제 과거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하고 있다. 적어도 새로운 정치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후보들이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는데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저는 이와같은 정치행위가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을 때는 예사로 들었는데 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정권을 잡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 이외에 최근의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국가의 존엄과 국민의 자존심마저 정쟁거리로 희생시킨 근거도 없는 노벨상 로비설 주장에 대해서 이제 이것은 이회창 후보가 국제사회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 노벨상을 로비로 딸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어처구니없는 발상과 주장에 세계가 한국과 한국민을 비웃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노벨상 위원회와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민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과 월드컵 4강을 긍지로 삼아왔던 해외 동포와 해외 근로자들의 가슴에 또한 큰 상처를 남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이제 더 이상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물거품이 됐다는 자조마저 지금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하루라도 속히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은 국제사회와 국민에게 노벨상 로비설에 대해 사과해야한다.
세 번째로는 지금 많은 논란이 되고 국민들의 의혹을 일으키고 있지만 적어도 민족의 생존문제인 남북문제를 정쟁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대북지원 의혹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이것은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아주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면, 이렇다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근거도 없이 민족의 사활과 장래가 걸린 중대한 남북문제를 너무 소홀하게 가볍게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 결과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네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왜 TV합동토론을 회피하는가. TV합동토론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알권리, 그리고 국민들의 검증의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무릇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자신의 과거와 생각을 다 밝혀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공정하지 않은 일부 언론의 뒤에 숨어서 자기의 주장만 편리하게 하고 국민들 앞에서 검증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하루라도 빨리 TV합동 토론에 응해야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강력하게 TV합동 토론에 응할 것을 요구한다."
- 한나라당의 의원영입 때문에 노 후보와 민주당의 대선 전략이 바뀔 수 있는가. 후보단일화에 대한 생각도 좀더 유연해지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선거 전략은 원칙적으로 전략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선거대책본부의 소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선거대책본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과 한계는 후보의 철학과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내가 어떤 태도변화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90년 3당 합당 당시를 한번 돌이켜서 상기해주기 바란다. 그때 6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54명의 국회의원이 여당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나는 내 갈 길을 지켰다. 그렇듯이 이와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서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존중해야한다."
- 이미 나간 전용학 의원 말고 앞으로 나갈 것을 예고하고 있는 의원도 상당수로 알려지고 있다. 일전에 노 후보는 필요하다면 뺄셈의 정치도 해야한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가.
"87년 야당의 분열이후 원칙없는 이합집산이 계속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로 그와같은 잘못된 정치관행이 청산되고 새로운 정치시대로 들어가야한다. 모든 후보들이 그렇게 약속했다. 반듯한 나라, 그리고 새로운 정치, 합리적인 정치를 약속했다. 약속했으면 원칙 없는 이합집산이나 사리에 맞지 않는 정치적 행위는 없어야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이번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나는 2002년 대선을 전후해서 90년 3당 합당으로 야기된 우리 정치의 원칙 없는 구조, 비정상적인 구조가 올바르게 바로잡혀야한다는 주장도 함께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용학 의원의 이전은 내가 말한 정상적인 정치구도로의 복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과거의 정치를 반복·답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분이 없는 것이라. 이것이 과거의 소위 3김이라는 분들이 했다면 으레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할 것이다. 그러나 3김 정치의 청산을 주장하는 이회창 후보가 이와 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더 크게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 아닌가.
내가 뺄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말하자면 민주당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고 그런 분들이 이제 시대가 바뀌니까 제자리를 찾아가겠다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또 어떤 의미에서 먼 정치의 장래로 봐서 그것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을 말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뜻이 같으면 함께 한다고 했는데, 어제까지 뜻이 같지 않지 않았는가. 뜻이 같지 않은 사람을 이렇게 회유하고 데려가서 숫자만 불리니까 이것이 잘못된 것이다."
-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은 전무한가.
"(잠시 침묵) 예. 후보단일화는 없다. 후보단일화는 그냥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원칙과 절차가 중요하다. 설사 정책이 좀 다르더라도 올바른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그 결과가 좋은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100%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들끼리도 연합하고 통합한다. 그러나 그것을 용납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은 모두가 승인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다. 그 민주적 절차가 보장됐을 때 생각이 좀 다른 사람들끼리도 전부 하나가 돼서 같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절차가 내가 8월말까지 소위 단일화의 문을 열어놓고, 단일화의 한 방법으로서 재경선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렸다. 한달 이상 기다렸는데 거기에 응하지 않았다. 절차를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정몽준 의원도 단일화를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절차가 있을 수 있는가. 여기에 어떤 사람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주장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합쳐낼 수 있는 절차를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가 납득할 수 있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제시할 때라야 단일화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길이 막혀있기 때문에 내가 단일화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 최근 김근태 고문이 '경선을 다시 해도 지금은 늦지 않았다'라고 말했는데.
"그 판단에 관해서는 정당에서 정치를 함께하는 분과 국민들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 지금까지 실현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절차를 가지고 와서 단일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없다. 저 멀리서 단일화, 단일화 한 사람은 있는데, 내가 와서 이러이러한 절차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한 사람이 없다. 그것은 나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고 단일화를 해낼 만한 합리적인 절차가 지금 없기 때문에 모두들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지난 8월 재경선이 정리됐으므로 더 이상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인가.
"이렇게 하자. 후보 사퇴는 없다. 노무현 후보 사퇴는 없다. 말하자면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일방적인 압력 등에 의해서 내가 후보를 사퇴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후보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우리 당이 거당적으로 당운을 걸고 준비한 개혁적인 제도에 의해서, 또 두 달 이상 전 국민들의 관심과 주시 속에서 뽑힌 후보를 쉽게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퇴해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주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