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호박종돈영농조합법인(경기도 양평 소재)은 지난 6월부터 이곳 마을 인근에 사업장을 이전하기 위해 현 부지 1만2천평을 매입하고 8월 중순경 제천시로부터 농지전용 및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업주는 종돈장이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며 관계공무원과 마을 이장들을 설득하여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역주민들은 관계기관의 졸속허가과정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그동안 인근 소규모 종돈장으로부터 많은 농사피해와 악취에 시달려 온 터라 기업형 종돈장 허가는 주민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인근 장평종돈장(위 사진)은 300두 정도의 소규모 양돈장으로 시설이 낙후되어 있고 분뇨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근 주민들의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종돈장 유치에 따른 인근 농가의 피폐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제천시와 사업주는 적법한 허가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사업인 만큼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고 지역주민들 또한 물리적으로 공사를 막겠다며 정면 충돌위기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종돈장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박해식)와 봉양 환경지키기 모임(상임 대표 김명섭 외 2인)은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대립은 서로에게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생업을 접으면서까지 제천시와 사업주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종돈장 사업주 김모씨는 부지매입비용 2억8천만원을 변상해준다면 사업을 포기할 의사를 비추었고 제천시는 지역주민들이 부지를 매입하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대책위원회는 그동안의 활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곧바로 대책위원회는 부지 매입을 위한 투자자를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돈을 선뜻 투자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인근주민 ㅇ씨가 사업투자를 위한 의사를 비추면서 사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사업투자설명회를 갖고 어려운 농가사정에도 불구하고 십시일반으로 출자금을 100만원 이상씩을 출자하기로 약속하고 부족한 예산은 일반 출자자를 공모하여 충당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리고 출자자에 대해서는 각종 특혜를 부여할 것이라고 김명섭 상임대표는 밝혔다.
현재 지역주민들은 이곳에 "환경친화 시범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천시와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가공시설, 향토민박시설, 전시시설, 체험시설등을 갖춘 복합적인 환경시범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이 마을에 보편화되어 있는 채소 유기농업과 연계한 생산시설로서 대단위 무농약 콩밭을 조성하여 여기에서 생산된 콩으로 두부 가공공장과 메주, 간장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판매장을 개설하고 저온창고 등 농산물 포장 집하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수려한 경관을 관광상품으로 특화시켜 황토민박촌 10동을 비롯한 먹거리 식당 그리고 야생화단지와 허브단지등을 조성하여 자연학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자연지형을 활용한 산책로와 희귀조류, 미니동물원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제천시는 공사부지까지의 진입로 확장공사를 위한 용역을 모두 마친 상태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때에 생업을 접으면서까지 매달려야 했던 종돈장 문제가 전화위복으로 마을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을 주민들은 그 동안의 시름을 잊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조상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터득한 기술로 충북농기계연구소를 세워 국내외에 선진농법을 두루 전수하고 있는 마을 주민 이해극(52세) 소장은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종돈장 공사를 저지시킨만큼, 이곳을 전국에서 제일가는 환경친화형 마을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살기 힘든 농촌, 떠나는 농촌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생하는 생태지향적인 농촌의 새로운 모습을 이곳 장평리 마을에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