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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서울 방문 모습
재일 조선인 서울 방문 모습 ⓒ 인권하루소식 제공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 "남편직업이 대학교수라면 다 알텐데, 무식하게 왜 조선적을 가지느냐", "조선적은 공산주의 국적이지 않느냐", "북한은 납치를 하는 나란데, 왜 그 나라 국적을 가지느냐", "나는 총련 활동가 아닌 사람이 조선적인 것이 제일 싫다"...

지난 9월 27일 조선적으로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요코하마 한국영사관을 찾았던 B씨는 담당영사 C씨로부터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B씨가 조선적이 된 것은 부모의 결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조선적을 바꿔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B씨는 또 '한국이란 나라가 생김으로써 한반도가 2개의 국가로 갈라졌다'며 이를 인정하기 싫어 여전히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국적을 바꾸라'는 담당영사의 일장 연설은 조선적 B씨에겐 일종의 수모였다.

담당영사의 모욕적인 설교가 1시간 정도 이어진 후에야, B씨는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담당영사가 B씨에게 한 마지막 말은 "두 번은 (발급) 안 해준다"였다. 결국 B씨의 여행증명서는 2일 발급됐고, B씨는 11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는 지난 11∼14일 진행됐던 '재일조선인 서울방문 및 청년결연사업'(아래 방문사업)의 마지막 날 B씨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방문사업은 재외동포교류단체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추진한 활동이다. 방문사업 중 재일동포들은 서대문형무소, 나눔의집, 통일광장, 민족문제연구소 등을 방문해 역사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

KIN은 국적전환 없이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한국방문을 성사시킴으로써, 이들이 겪어온 입국차별 문제 등을 한국사회에 공론화해 왔다.

KIN 손동주 방문기획단장은 "영사 C씨의 발언은 지금까지 조선적을 유지해온 한 사람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뒤흔드는 인권침해"라며, "역사의식을 결여한 무지의 소치"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조선적들이 한국에 입국할 땐 누구나 국적전환 요구를 받고 있다"며, "한국정부는 국적전환 요구를 즉각 중단하고 자유왕래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코하마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조선적 재일동포는) 국적을 변경하고 싶어도 못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국적전환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라며 국적전환 요구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담당영사 C씨에 대해 "그 사람은 정보기관에서 교육받고 나온 사람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며, "그런 문제는 국정원에 문의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B씨의 사연을 들은 외교통상부 여권과 관계자는 "한번 확인해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또한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심사를 왜 국정원 직원이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외교통상부 소속 직원으로 나간 것"이라며, 국정원 직원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B씨는 북일정상회담 이후 과거 북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인해 재일동포들이 협박과 폭언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전했다. 조선학교에는 지금도 하루에 수십통씩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심지어 일본경찰이 학생들의 등·하교길을 경호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심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B씨의 답변은 한국정부의 국적전환 요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10월 18일자 (제21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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