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결과에 대해 "앞뒤가 모순된다"며 "검찰이 신뢰받지 못하면 나라가 제대로 서지 않는 만큼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25일 오전 11시 지역민방인 <대전방송>이 마련한 <보도특집-대선후보에게 듣는다> 2편 녹화방송에 출연 "이번 병역비리의 핵심인 은폐대책회의 여부와 관련 이회창 후보 측근과 김길부 병무청장이 만난 것이 확인됐는데 은폐공작은 안했다고 하고 있다"며 "앞뒤가 안 맞으면 사리를 밝혀내야 하는데 받아 적기만 하고 끝이라고 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노 후보는 민주당 내분과 관련, "변화하는 시기 일시적 현상으로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당을 옮겨야겠다는 소신이 확고한 분은 가셔야 옳지만 (나의) 지지율 때문에 흔들리던 분들은 이제 희망이 살아나니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정몽준 후보와 관련해서는 "비슷한 생각이 있고 새롭다는 생각이 있어 경선 제의를 하기도 했으나 한 달 이상 기다렸고 말할수록 나와 다르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은 다른 정당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줄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김민석 의원이 가고 난 후 일주일만에 후원창구에 3만여명이 10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바람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는 신념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그러나 김종필 자민련 총재, 이인제 의원과의 연대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옛날에 (다른 후보들이)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도 표심이 모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역간 인물이 뭉치기보다는 정책으로 손잡아야 한다"며 연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 후보는 특히 이인제 후보에 대해 "내 자리 외 그 밖의 자리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제 손잡고 자리, 이익 나누는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일축했다.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공약에 대해서는 "93년부터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고 분권 세력화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과 건물을 짓는데 모두 5조원 남짓이면 된다"며 "이 후보가 40조 든다고 하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공항, 고속철도, 과학단지 등이 다 갖춰져 있어 기획단을 만들고 적지 선정과 법 제정이 이뤄진다면 임기 중 착공에 들어가 상당히 진척시켜 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에 대해 노 후보는 "과거 힘썼던 사람들이 흔들어 보고 싶고 계속 주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주도권 욕심이지 대통령하고 연관된 건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할 경우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선 여부를 떠나 대통령 후보는 한 번만 할 생각이며 휼륭한 정치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해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날 방송은 10월 25일 밤 대전방송을 통해 녹화방영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0월18일에는 이회창 후보의 토론회가 방영됐고 오는 11월 1일에는 정몽준 후보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 | 노무현 후보 대담 요지 | | | | - 새천년 민주당의 내분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분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여전히 내부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는데.
"현재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고, 국민의 지지가 표출되면서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일시적 현상으로 국민들이 질서를 잡아줄 것이다."
- 노 후보는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후보인데, 요즘 민주당의 내분 사태를 보는 심경은?
"정치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감정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정치변화가 이 시대의 흐름이고 이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중심을 가지고 정도를 걸어가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 탈당파 등 일부에서는 노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많은 사람들이 정 후보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겠지만 정 후보는 검증되지 않았다. 후보에 대한 기대는 있을 지라도 검증을 받는다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국무총리서리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처음에는 정 후보가 젊고 나와 생각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경선과정에서 검증해보자는 생각에 경선 제안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 달 이상을 기다려도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또 시장경제, 고교 평준화, 언론사 세무조사, 대북정책, 주 5일 근무 등 이야기하면 할수록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같은 정당일 수 없다. 다른 정당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노 후보가 정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는데.
"김민석 의원이 정 후보에게 가고 난 후 후원금이 일주일만에 10억이 넘게 들어왔다. 국민들이 정치판 돌아가는 걸 지켜보니 안되겠다 싶어 나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는 신념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대세를 따라 원칙 없이 줄서는 정치인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
-청와대와의 불화설이 있는데.
"당내에 청와대에서 조종해서 내 지지율이 가라앉고 정 후보가 뜨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때마다 '그런 얘기하면 안된다' '증거 없이 말하는 것 무책임하다'고 못하게 했다. 그렇다고 아무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행세께나 했던 분들이 흔들어 보고 싶은 것 있었다고 본다. 과거 힘썼던 사람이 계속 주도하고 싶어한다. 주도권 욕심이지 대통령하고 연결된 건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은 국정 마무리에 전념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나는 사람 의심할 줄 모른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방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성장 전략의 핵심이기도 한데 여성의 취업률을 높인다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 보육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보육비 절반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여성취업인구가 50만명 이상 증가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차기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인가?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웃음)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 걸 알기에 대선후보로 한 번만 출마하겠다고 한 것이다. 5년 뒤면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국민들이 어떤 지도자를 원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문화를 바꿔보고 싶다. 내가 앞장서서 내가 꼭 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되고, 훌륭한 정치선배가 되고 싶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찰은 중립을 지켜야 하고, 검찰의 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이제껏 검찰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권력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고려에 따라 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같고 이는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번 병역비리 문제의 핵심은 은폐대책회의 여부인데 이 후보 측근과 김길부 병무청장이 만난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은폐공작은 안했다고 한다. 그럼 왜 만났나. 이상하지 않나. 부인한다고 받아 적고 끝? 앞뒤가 모순되면 밝혀내는 것이 검사 아닌가. 검찰 신뢰가 이래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는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북한이 얼마 전 핵 개발을 하고 있다고 시인했는데, 이와 관련한 대북관계에 대한 입장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핵은 북한으로서도 아무 이득이 없다. 미국에 대한 카드로 대미협상에서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옳은 방법이 아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강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이 개혁, 개방체제로 나가고 있고 따라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하며 여러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미관계는 민감한 부분이 많고 대화창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창구를 열어야 한다."
-충청권 표심이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김종필씨와 이인제씨 등 충청권 인사와 연대할 계획은?
"예전에는 그런 일(연대)이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고 그렇게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다. 이제껏 지역간 경쟁 혹은 대립구도로 왔는데 이제는 지역 대 지역의 대결로 갈 것이 아니라 통합주의 체제하에서 정책으로 손잡아야 한다."
-이인제와 연대할 계획은?
"손잡고 싶다. 잡고 싶은데 문제는 그 분은 내 자리를 내주면 몰라도 그 밖의 자리는 관심 없는 것 같다. 당대표 얘기도 나왔는데 옛날 방식이고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이제 손잡고 자리와 이익 나누는 것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대다. 그렇게 하면 후원금도 끊어질 거다(웃음). 국민들이 두렵고 생각이 훨씬 앞서고 있다."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다른 후보는 재정상 문제 등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정책과 공약은 신뢰성이 중요하다. 지난 77년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이 발표되었지만 결국 좌절되었다. 그 때 행정수도 이전이 이뤄졌더라면 지금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지방의 경제는 위축되었고 경제공황도 초래할 수 있다. 또 지역과 수도권 사람 사이의 적대감이 생길 것이다. 지금의 지역감정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는 분권화 시대이다. 행정수도는 반드시 이전돼야 한다.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는 40조원이 든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기반시설 투자 4조 2천억과 건물 건립 1조 3천억 등 5조여원 정도면 가능한 일이다. 적지선정만 한다면 다른 여건은 다 갖춰진 상태다.
충청권 표를 생각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지방화 정책을 고민하면서 계획한 것이다. 지방화의 핵심은 분권, 지방대학육성, 행정수도 이전이다. 이 중 행정수도 이전은 나의 신념이고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맘먹고 기획단 만들고 법 만들고 하면 임기 중 착공 들어가서 상당히 진척시켜 놓을 수 있다."
-노 후보의 강적은 이회창과 정몽준일텐데 두 후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은 불법, 위법, 범법이다. 정치 4강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떳떳한 대통령을 뽑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서부터 지금까지 서민과 함께 했고 나 자신도 서민이다. 이제껏 서민의 삶에 소홀했던 많은 부분들을 나에게 맡겨준다면 잘 해보겠다." / 정세연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