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일 오전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영결미사에서 이정연씨가 고 이홍규옹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이회창 후보 형제들이 이정연씨 옆으로 나란히 서 있다.
2일 오전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영결미사에서 이정연씨가 고 이홍규옹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이회창 후보 형제들이 이정연씨 옆으로 나란히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장지인 충남 예산으로 떠나기 전 이회창 후보가 영결미사 참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장지인 충남 예산으로 떠나기 전 이회창 후보가 영결미사 참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고 이홍규 옹의 영결미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고 이홍규 옹의 영결미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회창 후보의 눈물 / 김정훈 기자

이회창 후보 부친 장례식장 표정 / 김정훈 기자


<7신:2일 오후 1시20분>
이 후보 "아버님은 정직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분"


영결미사를 마친 후 이회창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성당을 나오고 있다.
영결미사를 마친 후 이회창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성당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일 오전 7시30분, 서울 삼성의료원 15호 분향실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부친 발인식이 진행됐다.

발인식이 끝난 뒤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는 고 이홍규 옹의 영정을 든 채 천주교 혜화동 교회에 미사를 보기 위해 떠나는 승용차 행렬의 선두에 선 차량의 앞좌석에 올랐다.

검은색 캐딜락 운구차와 이회창 후보를 비롯한 유족을 태운 버스 그 밖에 친인척, 손님, 후원회원들을 태운 차량 등, 총 3대의 버스가 뒤따랐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승용차가 그 뒤를 이어섰다.

운구행렬이 천주교 혜화동 교회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30분경. 주요 길목에는 경찰이 나와 길정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연씨가 영정을 들고 성당 안쪽으로 들어서자,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들어찼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정인 정진석 대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사제단 공동으로 집전되었다.

이날 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고 이홍규 옹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 만났을 때 3년만 더 지나면 100세가 되는데 그 때 기자들을 불러 그들 앞에서 팔굽혀펴기 100개를 해 보이겠다며 건강함을 자랑했었다. 100세가 되시면 나도 꼭 함께 찾아가 함께 팔굽혀펴기를 하겠다며 서로 다짐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특히 고 이홍규옹은 청렴하고 올곧은 삶을 살아왔음에도 최근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꼭 고해성사 시간을 가져왔다."

이어 이회창 후보는 이날 미사 말미에 특별히 마련된 인사말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라가 어지럽고 급한 일이 많은데 저희 가족일로 해서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저희들 마음은 송구스럽다. 저희 아버님은 아주 정직한 분이셨다.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셨고 또 때로는 검소한 걸 좋아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께 폐를 끼친 것 같아서 저희 가족들의 마음이 사실 무겁다.

이 혜화동 성당은 아마 저희 아버님이 떠나시기 어려울 그런 성당입니다. (이 후보 눈이 붉게 달아오르고) 오랫동안.. (목이 메여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함) 어머님과 같이 매일 아침 미사 참여하시고... 이 자리에서 떠날 때가 되니까 저희 가슴이 매우 아픕...(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함). 다시 한 번 이렇게 오셔서 저희 가족 위로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열심히,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다."


이날 미사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가족들은 곧 장지인 충남예산으로 출발했다.

<제6신:11월 1일 밤 9시 30분>

"내일 부산 탈환하러 간다. 부산은 바람 많은 곳..."
노무현 후보, 이후보 상가 분상후 '뼈있는' 한마디


2일 오전 7시 30분 삼성의료원에서 고 이홍규 옹의 발인을 지켜보는 이회창 후보의 장남 이정연씨.
2일 오전 7시 30분 삼성의료원에서 고 이홍규 옹의 발인을 지켜보는 이회창 후보의 장남 이정연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후보 부친 이홍규옹 조문차 분향소를 방문,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뼈있는 말'을 주고받고 돌아갔다.

노 후보는 이낙연 대변인, 신계륜 후보비서실장을 대동하고 당초 예정보다 1시간 이른 오후 8시30분경 분향소에 도착했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위로한 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한나라당 권철현 후보비서실장, 남경필 대변인, 김진재 최고위원, 양정규·김영선 의원 등과 함께 15분 정도 환담을 나눴다.

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내일 나는 부산 탈환하러 간다"며 "부산은 바람이 많은 곳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철현 후보비서실장은 "이 후보가 부친상 때문에 꼼짝못하고 발 묶여 있을 때 많이 끌어모으라"면서도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틀리다"고 맞받았다.

다음은 대화 내용이다.

남경필- "제1착으로 오신다는 말씀이 있었지만 (우리가) 준비가 안돼서 이낙연 대변인께 다음날 오시라고 했다."
노무현- (권철현 비서실장을 향해)"내일 나는 부산 탈환하러 간다. 선대위 발대식이 있지? (이낙연) "네."
권철현- "이 후보가 부친상 때문에 꼼짝못하고 발 묶여 있을 때 많이 끌어모아라"
김진재- "내일은 마음대로 돌아다니셔도 되겠네. 얼굴 좋으시다."
노무현- "하도 훈련이 잘 돼 있어서 겨울이나 여름이나 얼굴이 좋다."
권철현- "어제 정몽준 후보 왔다가고, 오늘 노 후보 왔고, 잠시 냉각시키는 것 같다. 막 불이 붙다가..."
고 이홍규 옹의 발인을 지켜보는 이회창 후보의 차남 이수연씨.
고 이홍규 옹의 발인을 지켜보는 이회창 후보의 차남 이수연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후보끼리는 별로 안그렇지 않나."
권철현- "링에 올라가야지..."
노무현- "링에 올라가면 규칙대로 하니까 게임이 되고 지금은 링 바깥에서 하니까 힘들다."
김영선- "이 후보나 노 후보나 원칙을 아는 분들이니까 이번에는 아름다운 경기를 해 달라. 이런 기회가 역사상 있기 어렵다."
노무현- (고개만 끄덕끄덕)
김진재- "노 후보와 이 후보가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습 보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노무현- "그럼, 자꾸 같이 앉아야 겠다."
남경필- "어제 정 후보는 그냥 갔지만 노 후보는 차 한잔 하니까 좋다."
양정규- (귓속말로) "힘들지 않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라."
노무현- "나는 처음인데 두 번째 하는 분은 수월할 것이다."
양정규- "두 번째가 더 힘들다. 첫 번째 하는 사람은 겁도 없이 밀고 나가지 않나."
노무현- "제가 겁나죠?"
양정규- (웃으면서)"겁난다고 해야지."
권철현- "(노 후보는) 필드에서 강하니까 제일 겁나지."
노무현- "부산이 바람이 잘 바뀌는 곳이다. 우리가 예전에 바다에 돛배를 타고 - 요트라고 하면 또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 나갔다가 갑자기 바람이 딱 죽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꼼짝을 못한다.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야 한다."
김진재- "그러면 주문을 외워 동남풍이 불도록 해야지."
권철현-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틀리죠."
노무현- (분향소를 나서며 김영선 의원에게)"공정하게 하자"

한편 노 후보에 이어 김석수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도 분향소를 찾았다.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일과를 마친 문상객들이 뒤늦게 상가를 찾아 줄을 이었다.

<제5신:11월 1일 오후 7시 35분>

오후 6시49분 이정연씨 분향소 도착
경호원이 취재 제지하고 기자들 따돌려


할아버지인 고 이홍규 옹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이정연씨(왼쪽에서 두번째 안경쓴 이)와 한인옥씨(왼쪽에서 네번째).
할아버지인 고 이홍규 옹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이정연씨(왼쪽에서 두번째 안경쓴 이)와 한인옥씨(왼쪽에서 네번째). ⓒ 오마이뉴스 김정훈
이정연씨가 들어간 빈소를 촬영하려하자 한나라당 당직자가 렌즈를 가로막으며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
이정연씨가 들어간 빈소를 촬영하려하자 한나라당 당직자가 렌즈를 가로막으며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정훈
정연씨의 분향소 도착 상황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정연씨는 오후 6시49분경 장례식장에 도착, 경호원 6명에 의해 앞뒤로 둘러싸인 채 씩씩한 걸음으로 분향소 안에 들어섰다. 그러나 분향소 앞에 기다리고 있던 사진기자들은 아무도 정연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경호원들이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 이전까지 기자들의 출입이 허용됐던 분향소도 경호원들에 의해 출입이 금지됐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공식적인 것만 찍자", "양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오마이뉴스> 동영상 기자도 분향소 출입문에서부터 정연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시도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당직자들에게 제지당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직자와 동영상 기자간의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다.

당초 분향소 안에 있던 ENG 카메라 기자들도 정연씨의 도착 직전 당직자들의 "장내를 정리하겠습니다"라는 말에 잠시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던 상태. 그러나 정연씨를 보고 분향소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역시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또한 당시 대부분의 취재기자들은 당직자들의 권유로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안에 있었다.

이후 기자들이 남경필 대변인에게 "고의적으로 따돌린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남 대변인은 "(정연씨가) 온다고 말해주지 않았을 뿐 고의적으로 빼돌린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정연씨가 국내에 들어옴에 따라 다시 병역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이같이 언론을 따돌렸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당직자들이 사전에 준비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정연씨는 그렇게 분향소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정연씨는 할아버지 고 이홍규옹 영전에 국화를 올려놓고, 절을 한 뒤 한참동안 묵념을 했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있는 대기실로 사라졌다. 안경을 쓴 정연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고, 키에 비해 말랐다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의 모친 김사순(92)씨가 부축을 받으며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회창 후보의 모친 김사순(92)씨가 부축을 받으며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빈소에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경제·종교·언론계 인사 등 조문객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빈소에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경제·종교·언론계 인사 등 조문객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아버님께서 상당히 도움을 주시는 것 같다. 중요한 시기에..."
-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서 '묘한 발언' 눈길

6시 10분경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후보 부친 빈소를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뒤 식당으로 이동, 그곳에 있던 박홍 전 서강대 총장, 양정규 한나라당 의원 등과 합석했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아버님께서 상당히 도움을 주시는 것 같다. 중요한 시기에..."라며 '묘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전 전대통령과 몇 사람들과의 대화록 가운데 일부.

양정규- 바쁘실텐데, 고맙다.
전두환 -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 장인 죽었을 때 이 후보도 왔었다. (김영선 의원을 바라보고) TV에서 많이 봤다. (조윤선 대변인 들어와 인사하자) 요즘 여성대변인이 유행이다. 남성들 노력해야... 아주 좋네요. (중간에 이회창 후보가 식당으로 들어오자) 상주가 나오시면 되나. 참 애 많이 썼다. (부친)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
이회창 - 97세다.
전두환 - 97세, 97세, 97세(3번 반복해서 되뇌이더니) 97세면 술 한잔 해야겠네. 이 후보도 97세까지 살겠다.
이회창 - 건강해 보이신다.
전두환 - 매일 먹고 노니까. 요즘 고생이 많죠.
이회창 - 요즘 고생 많이 좀 있었다.
전두환 - 아버님께서 상당히 도움을 주시는 것 같다. 중요한 시기에...
박 홍 - 아버님은 현재의 시간 안에 계시다가 영원의 시간으로 가셨다.
전두환 - (술 따르면서) 우리 초상집 가면 소주 한 잔 해야지.
이회창 - (받으면서) 감사하다. (전 전대통령에게 다시 술 잔 주고) 건강하시다.
전두환 - 카톨릭인가.
이회창 - 근데 불교쪽에서도 많이 오셨다.
전두환 - 그러고 보니까 법주사 스님도 본 것 같다. 머리가 빠지니까 기억력도 없다.
양정규 - 머리 다시 나시게 해야겠네.
전두환 - (조윤선 대변인에게 술 주면서) 중국 갔더니, 엘리트 여자들이 술 거절 않고 조금 다르더라. (조 대변인이 단숨에 들이키니까) 잘 드시네요. / 최경준 기자


<제4신:11월1일 저녁 6시>

31일 오후 이회창 후보 부친의 빈소가 차려진 강남 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는 형제들. 왼쪽부터 형 회정씨, 이 후보, 동생 회성, 회경씨.
31일 오후 이회창 후보 부친의 빈소가 차려진 강남 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는 형제들. 왼쪽부터 형 회정씨, 이 후보, 동생 회성, 회경씨. ⓒ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이 후보 장남 이정연씨 귀국, 곧 장례식장 도착할 듯


오후 1시45분 이회창 후보의 모친 김사순(92)씨가 휠체어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어제 저녁 자택에서 수면을 취했고, 이날 별다른 말 없이 빈소로 들어갔다. 오후 3시께 이홍규옹의 '염'을 지켜보기 위해 휠체어를 탄 김사순 여사를 앞세우고 이회창 후보 가족들이 빈소에서 나와 입관실로 들어갔다.

저녁 때까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경제·종교·언론계 인사 등 조문객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전 일찍부터 몰리기 시작한 조문객들은 약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조문을 하고 있다. 특히 낮 시간대를 지나면서 조문을 기다리는 줄이 70∼80미터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이홍규옹의 빈소가 마련된 강남 삼성병원 장례식장은 일반식 15개와 특실 5개 등 모두 20개의 분향실이 있다. 이 가운데 이옹의 빈소는 특실인 15호실에 마련됐다. 어젯밤 처음 빈소가 마련된 12호실도 특실로 식당까지 합해 65평 규모였지만, 분향소와 식당이 50여m 떨어진 구조여서 조문객이 불편을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이 보내온 조화가 빈소 안에 배치되어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이 보내온 조화가 빈소 안에 배치되어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빈소 안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의 조화가 배치되어 있지만, 검소한 장례를 치른다는 원칙 아래 다른 조화는 리본만 받은 채 돌려보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대부분 조문을 했지만 분향소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돌아갔다. 분향소 안에는 현재 권철현 후보 비서실장과 최병국·오세훈 의원이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분향소 입구에는 양정규·김영선 의원 등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이밖에 조윤선 대변인과 언론특보들도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돕거나 언론계 인사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은 한 번씩 조문할 것, 당직자는 조문객이 많은 낮 시간대를 피해 저녁에 조문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오래 남아 있지 않고 빈소를 곧바로 떠나는 것은 후보의 사적인 일에 의원들이 몰려드는 것이 외부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각 언론사에서 1명씩 10여 명이 취재를 하고 있다. 다만 분향소라는 점을 감안 ENG카메라 기자와 사진 기자는 1명씩 남아 취재하는 '풀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들은 조문객 중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체크하고 있으며, 대체로 정치부 출입기자들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이외의 정치인들이 등장할 경우 정치적 이슈에 대한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각 당 대선후보뿐 아니라 주요 정치인들이 이렇게 한 자리를 연이어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간혹 화장실을 다녀오는 이회창 후보는 조금 붉게 상기된 얼굴이기는 하지만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부인 한인옥씨는 오후 4시10분께 식당에서 조문객 10여 명을 맞아 위로를 받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의 차남 이수연씨는 내내 분향소 안에 있으면서 최대한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남 이정연씨는 오후 4∼5시께 귀국해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맨 오른쪽)이 조문을 마친 뒤 이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맨 오른쪽)이 조문을 마친 뒤 이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3신:11월 1일 오후 2시>

"49일만 더 사셨으면 좋은 것 보셨을텐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부친 이홍규옹의 빈소가 차려진 강남 삼성병원에는 31일에 이어 1일에도 정·재계 인사 등 1000여 명의 조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권철현 실장, 배웅거리에 담긴 속내
박근혜 대표 현관까지 배웅해 눈길

31일 빈소가 마련된 뒤 내내 이 후보와 가장 가까이에서 조문객을 안내하던 권철현 후보 비서실장은 주요 인사들을 배웅할 경우에만 분향소를 빠져나왔다. 특히 주요 인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권 실장의 배웅 거리가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권 실장은 최근 한나라당 복당설이 제기된 박근혜 대표의 경우 장례식장 현관까지 따라나왔고, 박 대표가 차에 오르는 것까지 지켜봤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경우에는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까지만 따라 나왔고, 한화갑 대표의 경우에는 분향소 입구에서 배웅했다. 권 실장 스스로도 박 대표를 배웅하고 난 뒤 "이번 상 치르고 밖에 처음 나온 것"이라며 각별히 신경 쓴 것을 감추지 않았다. / 최경준 기자
유가족쪽은 전날(31일) 일반 조문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조문객이 밀려들 것에 대비해 오전 9시40분께 빈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 이회창 후보는 밤새 조문객을 맞았지만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오전 10시께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이 조문을 왔고, 뒤이어 리빈 중국대사와 이수성 전 총리가 빈소에 도착, 이 후보를 위로했다. 이수성 전 총리는 배웅을 나온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에게 "후보의 건강을 잘 챙겨드려라"고 당부했다.

특히 양정규 의원이 한광옥 최고위원에게 "며칠 동안은 정쟁이 중단되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한 최고위원도 "그럼요. 정치도 인간이 하는 것인데 발인 때까지는 그래야지"라고 답했다.

또 권철현 후보 비서실장이 "저희들 얘기이지만 49일만 더 사셨으면 아들이 대통령 되는 것 보고 돌아가셨을텐데…"라고 말하자, 한 최고위원은 특별히 대꾸를 하지 않았고, 권철현 실장이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자 한 최고위원은 "(부친의) 연세가 어떻게 되셨죠"라며 말을 돌렸다.

빈소를 찾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빈소를 찾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오전 10시 20분께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조문했다. 박 대표는 이 후보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조문 후 곧바로 빈소를 떠났다. 박 대표는 기자들이 따라붙자 "우리 당에서 예의를 갖춘 것"이라며 "상가집에서 정치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정치적 해석을 막았다. 권철현 실장과 양정규 의원은 박 대표를 장례식장 입구까지 배웅하는 극진함을 보였다.

양정규 "잘 좀 부탁드린다", JP "사돈 남 말하고 있네"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오전 11시30분께 정진석 의원 등과 함께 빈소에 도착했다. 김 총재는 분향소에서 이 후보를 위로한 뒤 식당에서 양정규 의원과 자리를 마주 앉았다.

김 총재는 양 의원에게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도 91세로 절세하셨지만 아주 장수한 것"이라며 "(이 후보 부친도) 97세에 돌아가셨으니 장수하신 것"이라고 인사했다. 특히 양 의원이 웃으면서 김 총재에게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자 김 총재는 한참동안 양 의원을 골똘히 쳐다보다가 역시 웃으면서 "사돈 남 말하고 있네"라는 뼈 있는 말로 답했다.

또 자리에서 일어선 김 총재는 양 의원에게 귓속말로 "부의금을 가져왔는데 안받는다고 하니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고, 양 의원이 다시 "그것 말고 다른 것으로 도와달라"고 거급 김 총재의 도움을 요청했다.

점식식사 도중 양 의원으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들은 이회창 후보는 "사돈 남 말한다고…"라며 김 총재의 말을 되뇌이고는 모처럼 웃음을 띄었다.

김 총재에 이어 오전 11시40분께에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김성호 민주당 의원이 다녀갔지만 특별한 말을 남기지 않은 채 조문 뒤 바로 빈소를 떠났다. 또한 낮 12시30분께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도착, 이원창 의원의 접대를 받으며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또 심현섭씨 등 '개그콘서트'팀 7∼8명이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심현섭씨는 연예인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선대위 산하 한마음자원봉사단 단장을 맞고 있으며, '개그콘서트'의 상당수가 한마음자원봉사단에 소속돼 있다.

오후 1시30분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전화를 해 위로의 뜻을 전하자, 이 후보는 "조화도 보내주시고 일부러 박종웅 의원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발인은 내일 7시30분이고, 장지는 예산 선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빈소를 찾을 예정이며,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밤 9시께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이 후보 장남 정연씨는 이날 오후 늦게나 도착할 예정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31일 강남 삼성병원에 마련된 이회창 후보 부친 이홍규옹 장례식장을 찾아와 이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31일 강남 삼성병원에 마련된 이회창 후보 부친 이홍규옹 장례식장을 찾아와 이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제2신:10월 31일 오후 10시 30분>

정몽준 의원, 박지원 실장 조문 … 김 대통령, 이 후보에게 위로 전화


오후 8시55분께 국민통합21의 정몽준 의원이 대선후보로는 처음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부친 고 이홍규 옹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조문했다. 정 의원은 분향과 묵념을 마친 뒤 이 후보와 악수를 했고, 이 후보가 "고맙습니다"고 하자 고개만 끄덕였다.

정 의원은 빨리 조문을 오게 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ROTC 저녁 모임에 참석하던중 이옹의 별세 소식을 전해듣고 먼저 왔다가야 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또한 정 의원은 '이 후보가 고(故) 정주영 회장 영결식 때 참석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밤 9시40분께에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순용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았다. 박 실장은 조문을 한 뒤 이 후보에게 "대통령께서 각별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실장은 분향소 옆 가족대기실로 가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후보에게 연결해주었다.

이회창 후보가 31일 밤 김대중 대통령의 위로 전화를 받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31일 밤 김대중 대통령의 위로 전화를 받고 있다. ⓒ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대통령 조의를 표합니다.
이회창 감사합니다.

대통령 언제 돌아가셨습니까.
이회창 (오늘) 저녁 때 돌아가셨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 발인은 언제 합니까.
이회창 토요일에 발인을 합니다.

대통령 장지는 예산으로 가십니까.
이회창 그렇습니다. 혜화동 성당에서 영결미사를 드리고 가려고 합니다.

대통령 다시한번 조의를 표합니다.
이회창 감사합니다.

곧 이어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가 빈소를 찾았다. 한편 박지원 실장이 오기 직전 정형근 의원이 조문을 마치고 나와 한때 박 실장과 얼굴을 마주치기도 했다. 박 실장은 서 대표와 함께 식당으로 가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서 대표가 박 실장에게 "대통령 모시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얼굴이 빠져보인다"고 하자, 박 실장은 "대표되시더니 영 안 봐주신다"고 응수했다.

이밖에도 김덕룡·하순봉·최병렬·신경식·권철현·양정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가 잇달아 조문을 왔으며, 경제계에서는 김각중 전경련 회장과 이 후보의 친구인 배도 효성그룹 고문이 찾아왔다.

이밖에 김대중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무현·권영길 후보, 서청원·한화갑 대표, 김종필 자민련 총재 등이 조화를 보냈다.

빈소에는 이 후보와 형 회정, 동생 회성·회경씨가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부인 한인옥씨, 차남 수연씨 등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는 미국에 머물고 있어 아직 장례식장에 오지는 못했다.

한편, 권철현 후보 비서실장 등은 회의를 통해 "부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고, 오늘(31일)은 당직자와 친인척 등을 제외한 일반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대선후보들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경제계 인사들은 이틀째인 1일 오전부터 빈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옹의 빈소가 마련된 강남 삼성병원 영안실에는 150여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 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차분한 분위기다.

<제1신:31일 오후 7시 30분>

이회창 후보 부친 이홍규 옹 97세로 별세
발인은 11월2일 …장지는 충남 예산 선영


31일 오후 향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회창 후보의 부친 이홍규옹.
31일 오후 향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회창 후보의 부친 이홍규옹. ⓒ 연합뉴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부친인 이홍규옹이 31일 오후 6시30분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옹은 감기와 폐렴 증세로 지난 14일 강남 삼성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현재 영안실은 강남 삼성병원(02-3410-6921)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사순 여사와 이회창 후보 등 4남1녀. 장지는 충남 예산군 예산읍 선영. 이 후보쪽은 조화와 부의금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옹이 별세한 31일은 대선 D-49일이어서 이 후보는 부친 49재 때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홍규옹은 190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예산초등학교와 경성제일고보(경기고 전신), 경성법전(서울법대 전신)을 졸업한 뒤 1931년 황해도 서흥지청에서 검찰 일반직으로 근무했다.

이후 1945년 검사에 임용된 뒤 광주·청주·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서울고검 검사, 법무부 교정국장, 광주지검 검사장 등을 지낸 뒤 1965년 정년 퇴직한 뒤 변호사를 개업했다.

지난 97년 대선과 올해 대선 때에는 이옹이 일제시대에 검찰서기를 지내며 친일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옹의 별세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후 7시께 의원회관 부근에서 한 의원 후원회에 참석하던중 이옹의 별세 소식을 전해들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곧바로 문상을 갈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쪽에서 31일에는 친지들의 문상만 받고 외부 인사들의 문상은 11월 1일부터 받기로 함에 따라 1일에 문상을 가기로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친 이홍규옹이 별세하시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후보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