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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동안 '멘터'로 이른바 '비행'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김성미 씨. 하지만 준 것만큼 받은 것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6개월 동안 '멘터'로 이른바 '비행'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김성미 씨. 하지만 준 것만큼 받은 것도 있다고 말한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무언가를 직접 겪지않으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순 없을 거 같아요. 흔히들 문제아,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직접 만나보면 일반인들의 선입견과 달라요. 다만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 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죠. 선입견 없이 모든 청소년들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에서 4기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에 참가했던 김성미(23. 경산대 보건관리학과 4년)씨가 '어른'들에게 던지는 바람이다.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대상으로 20, 30대 청년과 자매결연을 맺고 애정으로 청소년을 보살피는 운동이다.

이에 따라 좋은 친구 만들기에 참가하는 청년들은 '멘터'(Mentor. 자원봉사자)가 되고 청소년들은 '멘티'(Mentee)가 돼 서로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

성미씨가 처음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을 접했던 것은 올해 초. 대학에서 '청소년지도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던 성미씨는 담당교수의 제안으로, 함께 강의를 듣던 17명의 동료 학생들과 함께 이 운동에 선뜻 참여했다.

'무언가 막연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여하긴 했지만, 성미씨도 처음에는 부담감도 있었다. 사회 속에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청소년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

"보호관찰소에서 아이들과 처음으로 만나기 전 만해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란 선입견 때문인지 거칠고, 말도 함부로 하고, 이기적일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외모만 보더라도 여자애들은 화장을 해서 그런지 우리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 보였어요."

하지만 성미씨는 이내 자신의 마음을 고쳐먹었다.

"근데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 어린아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데요. 그만큼 아이들이 순수했어요. 단지 범죄가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했던 것뿐이라는 인상이 들었죠."

지난 3월 15일부터 한 달간에 걸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성미씨는 화법, 상담방법, 청소년의 성(性)문제, 심리상황 파악 등 다양한 이론들을 교육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 일대일로 개별 만남을 가져왔다.

"닫힌 아이들의 마음 쉽게 열지 않아"

멘터와 멘티들은 집단 프로그램으로 함께 수련회와 등산을 가는가 하면, 사회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멘터와 멘티들은 집단 프로그램으로 함께 수련회와 등산을 가는가 하면, 사회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 대구KYC
물론 처음부터 아이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절도나 상해, 그리고 해킹까지 다양한 범죄를 경험했던 아이들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어요. 한번은 제 파트너인 아이를 기다리는데 두 시간이 넘게 기다려도 아이가 오질 않았어요. 길거리에서 막상 기다리고 있다보니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한심하기도 하고 시를 써서 전해주고, 일기장도 보여주고 했던 일들이 다 부질없이 느껴졌어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서 펑펑 울었죠."

멘터 성미씨가 만난 멘티 아이는 '상해치사'라는, 또래가 겪기 힘든 일을 경험했었다. 나이는 이제 고작 16살의 여자 아이였다. 겪은 일의 무게가 무거운 탓인지 마음의 빗장도 성미씨에게 쉽게 열지 못했다. 남들은 한달에도 두 서너번 가졌던 개별 만남도 성미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젠 성미씨와 그 아이 사이에도 신뢰의 '싹'이 트고 있다는 것이 성미씨의 말이다.

"얼마 전이었죠. 아이가 너무 만나기를 힘들어하니깐 제가 도움이 안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자퇴한 후에 다시 학교를 가야했던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근데 저보고 '도와줄 수 있냐'고 말을 했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그래도 나를 의지해주는구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말을 하던 성미씨의 입가에 웃음이 배어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좋은 친구 만들기를 통해 성미씨가 항상 남에게 도움을 준 것만도 아니었다.

"원래 제가 생활이 빡빡해서 그랬던지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해볼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만나면서 남을 이해하는 것을 배우니, 나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깐 주위 사람들이 저보고 인상이 좋아졌다는 말도 많이 해줬어요."

멘터와 멘티의 관계, 언니와 동생의 인연으로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이란?
대구KYC, 2003년 5기 멘터 모집 중

'좋은친구 만들기' 운동은 KYC(한국청년연합회)의 주력 사업 중 하나. 대구KYC 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지역본부에서 '좋은 친구 만들기'운동은 매년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청소년기를 가장 최근에 경험했던 20, 30대의 청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보호관찰소 등에서 관리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과 끈끈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맺는다.

이로써 청소년 시기에 일어나는 문제를 최소화 시켜주고 주변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청년들에겐 사회참여와 사회봉사를 경험하도록 해준다. 그래서 이 운동은 '양방향' 운동이라고 부른다.

이 운동은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멘터링 프로그램'(Mentoring Program)에서 착안한 운동으로 한국 현실에 맞게끔 수정됐다고 한다.

좋은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은 크게 집단, 개별, 상시적 상담 등 3가지로 구분된다. 1:1의 만남이 주를 이루는 개별 프로그램과 달리 집단프로그램은 전 인원이 모두 모여 수련회와 등산, 미술치료, 또한 사회봉사활동까지 함께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 운동은 보호관찰소 등 관계자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대구보호관찰소 남두화 감호계장은 "마음을 닫아두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6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면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된다"면서 "청소년의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간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한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대구KYC는 오는 연말까지 내년 5기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을 준비하기 위해 멘터로 참여를 희망하는 20, 30대 대학생 혹은 직장인들의 신청 접수를 받는다. (대구KYC 전화 053-477-0515 / 인터넷 홈페이지 www.tgkyc.or.kr)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마련. 아쉽게도 4기 '좋은 친구 만들기'는 지난 9월말로 끝을 맺었다. 그 사이 정들었던 아이와도 좋은 친구 만들기에서 만남은 끝이 났던 셈. 하지만 성미씨는 이젠 멘터와 멘티의 관계가 아닌 언니와 여동생의 인연으로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인터뷰 다음날 그 아이 아니 '여동생'과의 만남이 있다는 얘기도 귀띔했다. 그리고 성미씨는 최근 5기 좋은 친구 만들기에도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한번 멘터로 활동해보다 후회했던 점도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멘티와의 만남이 허락된다면 좀더 좋은 멘터로 남고 싶다고 한다.

어머니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성미씨의 바람은 '여군장교'가 되는 것. 그는 요즘 매주 목요일 대구KYC 사무실에 들러 자원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멘터 활동으로 대구보호관찰소에서 주는 범죄예방위원 위촉장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는게 성미씨의 말이다.

"소극적인 성격이 이번 좋은 친구 만들기 참여로 바뀐 것 같아 다행"이라는 성미씨는 제2의 멘터를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말한다.

"내 하나의 힘과 노력이 어려움을 겪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우리 정말 아이들과 좋은 친구되어 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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