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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여행하다보면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주경계를 가로 지르면, 건물 크기부터가 달라지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애리조너주를 지나서 캘리포니아주에 들어서면 집크기며 모양부터가 벌써 달라져서 역시 골든스테이트(Golden State)라는 별명이 괜한 이름이 아니로구나 할 정도로 캘리포니아 쪽이 훨씬 돋보입니다.

사실은 이게, 캘리포니아가 돈 많은 주여서가 아니고 건축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럽니다마는.

사람을 사회적인 동물, 혹은 정치적인 동물,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로 규정합니다마는, 필자는 인간은 철저하게 환경조건에 좌우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얘기로 '사흘 굶고서 남의 집 담장 넘어가지 않는 사람 없다'든지, '매에 장사없다'든지 하는 말이 하나같이 인간의 그같은 속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성(性)에 대한 사회적인 습속이나 해당법률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사회와 달리, 유별나게 호모섹스 사례가 많습니다. 오늘도 뉴욕 북부맨해튼 지역의 할렘소년합창단의 나이든 상담교사가 손자뻘이 되는 남학생을 성적으로 괴롭혀오다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습니다마는, 드문 일이 아니고, 아시겠지만, 근자에는 성직자들의 남색사건이 부지기수로 들어나서, 가톨릭교회가 망신을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성적으로 매우 개방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엄하게 처벌하는 죄가 있으니, 미성년자 상대 성행윕니다. 'Statutory Rape'이라고 해서, 상대가 미성년자였을 경우에는, 물론 주마다 정해 놓는 나이가 다릅니다마는, 일단 나이에 걸리면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강간'으로 취급해서 엄중하게 처벌합니다. 이 부분, 영국법하고 대동소이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마는, 현재 남태평양상의 한 작은 섬에서 발생한 소위 '미성년자 강간'사건이 현대판 실낙원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BC TV에 '앤드류 장 기자'가 보도한 것으로 돼 있는 이 기사는 뉴질랜드와 남미의 페루 중간지점 쯤에 있는 작은 섬 - 총 인구래야 50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인 피트캐언이란 섬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섬은 영국식민지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3000마일이 떨어져 있는 피트캐언섬은 완벽한 고도(孤島)로서, 1789년 선상반란을 일으킨 영국전함 '바운티'함의 선원들을 조상으로 둔 후예들이 살고 있는 섬입니다.

정확하게는 그해에 섬에 상륙한 반란선원들과 그 이듬해 표류해온 폴리네시아인들이 혼혈을 이루고 살고 있는 남태평양상 영국식민지로 그러나 영국본국으로부터 잊혀진 지 오래된 섬입니다. 영국보호령법에 의한 재판이 열렸던 때가 105년 전이었다고 그러니 버려둔 섬이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그런 피트캐언섬에 요즘 재판 건이 생기고, 이에 영국본국이 나서게 됐고, 재판이 열리면 이 섬 작은 커뮤니티가 풍비박산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현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건인 즉슨, 미성년자 상대 성행위 사건이고,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들 수가 열두 명에다가 성행위 상대는 세 살짜리 여아로부터 일곱살, 그리고 열살짜리 여자아이들이 끼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정식기소가 이루어진 상태는 아니고 검찰당국에서도 사건내용을 더 이상 상세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사건이 수면으로 나오게 된 것은, 3년 전 이 섬을 방문했던 본국인 영국의 한 여성경찰관이 아동상대성행위 사건을 적발했다고 보고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영국정부당국은 이 섬에 비행장도 없을 뿐더러, 섬 주변이 파도가 험난해서 비행정도 내려앉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섬 전체를 통틀어서도 위성전화기가 한 대 밖에 없는 외에 그나마 연결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에, 일단 재판을 열기로 결정하면, 가까운 뉴질랜드에서 재판을 열 것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섬주민들인데요 - 주민들 대부분이 재판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고, 항의가 거센 상탭니다. 재판을 열게 되면 필경 섬주민 대부분이 연루된 재판이 될 수밖에 없고, 기껏 50명에 지나지 않는 주민들 중에 열두 명이 피고로 서고, 나머지는 모두 가서 증인을 서야 할 판이니, 그렇게 되면 섬 주민사회는 송두리채 사라지게 돼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주 동안 집을 모두 비어놓고 재판하러 뉴질랜드에 가서 있으란 말이냐고, 시장까지 나서서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피트캐언 시장인 스티브 크리스천씨는 한 미디어에 보낸 이멜에서, "재판을 열게되면 가정, 생활양식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기 매달려야 하는데, 이게 과연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천 시장은, 섬 주민들 중 누구도 고소, 고발한 사람이 없고, 조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면서, 오히려 섬 주민들은 외부인들이 나서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 여성 주민은 역시 이멜에서, "이곳 사람들 감정이 별로 안 좋아요. 여태까지 우리한테 관심 가졌던 사람들이 없었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있습니다.

그 담에 문제로 남는 것이 이런 곳에서의 '성문화'인데요.

미성년자 상대 성행위 얘기가 나온 게 결국 1999년이고, 그때 영국 본국 경찰관인 게일 칵스가 왔을 땐데, 그 전에는 그런 사례가 있었는 지 모르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다는 겁니다. 물론 이들 주민들은 미성년상대 성행위 자체는 일단 부인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면, 이섬에서 미성년자들하고 성행위를 하는 사례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얘깁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문화적 차이 정도지 범죄로 다룰 일은 못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자주민 한 사람도, "하도 사람사는 사회로부터 떨어져 사는 관계로, 결혼을 일찍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세살짜리를 결혼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나 외부 관측자들이 한 가지 영국에 대해서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여자경찰관은 수훈을 세워볼려고 하는 야심을 갖고 있고, 영국정부는 멀리 남아 있는 영국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한번 점검하는 기회로 이 재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피트캐언사회 연구소를 하는 허버트 포어드소장도, "이 재판의 성격은 결국 식민지 멘텔리티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피트캐언섬 주민들이 불공정성을 거론하고 있는 문제 중에는 이 섬 출신으로는 검찰인력도 변호인력도 없고, 그러니 재판을 하게 되면, 순전히 엉뚱한 외지인들이 자기네 운명을 난도질하고, 그러고서는 피트캐언섬은 수면하로 내려앉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법률전문가들 중에는, 피트캐언 섬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법이 없지는 않아서, 영국법하고 뉴지일랜드법이 기반이 된 불문율이 법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성년 나이를 열여섯으로 못박고 있는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문율이라는 것이 대부분 소유권 쪽만 다루고 있어서 이 부분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도 있고, 시장도 이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재판과 재판 이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 재판의 의도와 성격을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 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뉴질랜드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피트캐언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겁니다.

다만 산업다운 산업이 없이, 기껏 먹을 음식을 위해 간단한 농경을 하고 고기잡이를 하는 외에,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지나가는 유람선에 내다 파는 식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벌써부터 아동성학대 소문이 나면서, 유람선선객들로부터 싸늘한 눈길을 받아서, 그 장사에도 지장을 받고 있어서, 섬의 장래는 이래저래 불투명하다고 그럽니다.

피트캐언섬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는 그래서, 이 섬이 법적용이 면제되는 작은 성역으로 남겨질 것이냐, 아니면 식민지주의의 마지막 희생양이 될 것이냐, 두 가지 중 하나라는 얘긴데, 아까 그 포드소장은, "사태가 오래 가고 길어지면, 이 섬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일이고, - 그러니 법을 엄격하게 만들어서 적용 안하면, 힘센 어른들이 못된 짓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 그렇다고 그냥 자기네들끼리 별탈없이 살아오던 사람들을 죄 엉뚱한 법정에 세워서 '죽일놈 잡도리'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판단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100년 동안 모르는 체 하던 사람들이 남이야..."하는 푸념이 남태평양 바닷바람에 묻혀오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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