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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선택'이 가능성 낮은 근거 없는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일화 합의 3일만에 중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정몽준 후보(왼쪽)와 노무현 후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역선택'이 가능성 낮은 근거 없는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일화 합의 3일만에 중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정몽준 후보(왼쪽)와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심야 담판 이후 포장마차 러브샷까지 했던 노-정 단일화 합의가 삼일만에 삐그덕거리는 핵심에는 '역선택'이 놓여 있다.

과연 '역선택'은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역선택'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역선택'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응답자의 전략적 응답'이다. 논란이 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가 아니라 이회창 후보의 지지자다. 이들이 일부러 좀더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당초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단일화 방안 중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대략 다섯가지다.

(1) 24일이나 25일경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2) 세 조사기관에서 실시해 두 개 이상에서 앞서는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 (3) 조사 샘플은 조사기관별로 1800명이다. (4) 첫 문항에서 각 후보의 지지 여부를 물은 뒤, 둘째 문항에서 노무현-정몽준 중 단일후보 선호도를 묻는다. (5) 첫 문항의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뺀 두 번째 문항 응답자으로 단일후보를 결정한다.

이중 조사 일시와 조사 기관수는 양 당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됐지만 조사 문항은 아직 공식 확인이 안되고 있다. 또한 국민통합21에서 여론조사 시기와 기관에 대한 재조정을 요구해 민주당이 받아들인 상황이라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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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역선택이 이루어진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1)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일을 알고 일부러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기다린다.
(2) 만약 그들이 선택된다면,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첫 번째 문항에서 일부러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3)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두 번째 문항에서 일부러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가능성 낮은 근거 없는 발상"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부분 역선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TNS 김헌태 본부장은 "역선택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역선택이 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반대로 더 결집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역선택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노 후보가 상승 추세이고 정 후보가 답보 또는 하락 추세인 이유는 역선택이 아니라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오르고 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폴 조용휴 대표는 "역선택은 뚱딴지 같은 이야기"라며 "역선택을 하려면 이 후보 지지자들이 그날 일부러 하루종일 집에 붙어 있다가 우연히 전화를 받더라도 거짓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열성적인 한나라당 지자들이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대세론 확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R&R 이경석 정치사회본부 부팀장은 시기적인 여론조사 집중을 들며 역선택의 가능성이 희석된다고 말했다. 이 부팀장은 "시기적으로 26일 이후에는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발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기 위해 23∼25일 각종 여론조사가 집중될 것"이라며 "이것이 혹시 있을 수 있는 역선택의 가능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선택이 가능하려면 응답자가 이 조사의 목적을 알아야 하는데 그날 걸려오는 전화는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때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의뢰인을 밝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이 그렇게 전략적으로 여론조사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역선택 가능성이 아예 '제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변수가 된다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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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분란이 역선택 조장"

하지만 역선택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KRC 김정혜 부장은 "여론조사가 18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그런 의식을 가지고 대답 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그럼에도 빌미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을 밝히기를 거절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역선택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이야기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0.1% 차이가 나더라도 승복하기로 서로 정치적으로 합의하고,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조사 과잉 기대' 상황은 필연적이다.

한편에서는 오히려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양당의 분란이 국민들의 역선택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응답자의 전략적 선택은 근본적으로 조사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제일 좋은 방법은 '역선택'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지금 오히려 역선택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이 양당의 분란으로 '아, 그럴 수도 있구나'하고 있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역선택 교육을 시키는 꼴로 여론조사 자체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TNS, 단일화 여론조사 불참 선언
"여론조사 편향성 시비 등 부작용 예상"

국내 여론조사 조사기관 매출액 순위 2위인 테일러넬슨소프레스(TNS)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권이 자의적 판단기준으로 조사기관을 선정한다면 이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논의에 여론조사기관에서 처음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다른 기관에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TNS 김헌태 본부장은 "만일 특정 정당 및 정파의 임의적 판단기준에 따라 조사기관의 성향을 판단하고 이를 배제하는 식의 조사기관 선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여론조사 및 조사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TNS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기관의 선정과정 공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후보 결정 방식이 투표행위가 아닌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되는 데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공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중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여론조사가 이용되는 것은 자칫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고, 철저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여론조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편향성 시비와 같은 부작용까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론조사는 공정하게 수행되나 '오차'라는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최근 0.1%의 차이일지라도 패배로 수용한다'는 정치권의 합의내용은 비록 그것이 정치적 결단의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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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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