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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18일. 오늘은 통일민들레 전국순례 두 번째 날로 염원의 날이다.

통일민들레 전국 순례단은 부산동래구에 위치한 부산정토법당을 7시 30분에 출발하여 경주를 향하여 길을 나선다. 나즈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곳에 기와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옛 선조들의 지혜와 향기가 가득한 경주. 깔끔하게 정리된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 길을 지나 9시 30분 신라역사과학관을 찾았다. 번다하지 않게 안정되고 온화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주전도.

지도는 반월성을 중심으로 남천, 서천, 북천이 흐르고 경주남산과 명활성, 선도성이 동서로, 삼면을 포근하게 에워싸고 있는 경주를 한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너무나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석굴암. 독특하게 음을 조화시키는 상원사종. 세계 최고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과학관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통일신라시대의 별자리를 한눈으로 찾아볼 수 있다.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느끼고 우주의 모든 기운을 적확하게 느껴 모든 이들이 알 수 있도록 표현되어진 선조의 지혜를 감탄 속에서 맘껏 누려본다. 자랑스런 선조의 지혜를 지금에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과학관을 나와 감포 가도를 따라 추령 고개도 지나고 대종천을 옆으로 보며 문무왕을 뵈러 간다. 불교를 받아들여 국력을 꾸준히 키워온 신라. 문무왕 8년(676)에 삼국통일을 이룬다. 2002년 11월 18일 오늘, 남북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정토행자들의 염원과 문무왕의 기운을 접목시키는 날이다.

동해바다에서 동해구, 대종천, 감은사 금당의 마루 밑을 통해 용이되어 지켜주시는 문무왕의 가취가 남겨져 있는 감은사터. 금당 앞 좌우에 삼층석탑이 서있다. 통일된 새 나라의 위엄을 세우고 안정을 기원하는 뜻에서 감은사가 지어졌듯, 그같은 시대정신은 웅장하고 엄숙하며 안정된 삼층석탑을 낳게 하였다. 순례단은 삼층석탑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삼국을 통일했던 그 기운으로 이제는 우리가 남북통일을 이루라는 문무왕의 따사로운 당부의 손길이 느껴졌다. 순례단은 동해를 왼쪽으로 두고 평화의 행진을 하기 위해 계속 달린다.

2002년 11월 18일 오후 2시 울산에서 통일민들레 전국순례 두 번째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현대백화점 삼산점 앞에서 서울, 부산, 울산에서 통일민들레 싹을 틔우기 위하여 정토행자 90여명이 모였다. 공업도시인 울산을 깨우기 위하여 풍물패가 흥을 돋우며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날씨처럼 기온이 쌀쌀할 때 내가 먼저 참회하고, 내가 먼저 언 가슴을 녹이고자 기도와 북한동포돕기를 하였습니다....내 안의 폭력과 증오, 북한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더불어 살고자 1000일 동안 1분 1초도 쉬지 않고 통일염원 기도를 하였습니다....울산시민여러분 따뜻한 겨울을 보냅시오. 감사합니다. 진지한 울산정토회 김용주 총무의 인사에 지나치려하던 울산시민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만들기 위한 노래와 율동으로 캠페인은 열기를 더했다. 뒤이어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을 했다. '마음에는 평화 자비는 세상 속으로', '전쟁No 평화Yes' 피켓의 문구가 울산시민들과 눈인사를 한다.

등돌리지 말고 함께 하자는 무언의 손길이다. 뒤이어 거리평화명상의 시간이다. 나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이고 나만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평화를 찾기 위한 명상의 시간이다. 순식간에 삼산점 현대백화점 일대가 숙연해진다. 통하는 것인지 모른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과 거리에서 명상하는 사람들이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려고 하는 서로의 원함이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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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성찰을 통해 개인적 과제를 극복하며,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늘 정면으로 응시하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연대하며 사는 교육운동가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살아있는 시대정신과 파사현정(破邪顯正) 사필귀정 [事必歸正] 정론직필[正論直筆] 기자 정신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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