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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자유 천국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야기 한다. 아이들은 이제 다 성년이다. 아들은 대학 3학년, 딸은 1학년이다. 아이들의 엄마는 이런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행동을 다 꿰고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집밖에서 겉 돌기 마련이고 집을 보금자리로 생각 하느니 보다 지옥으로 들어오듯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밖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어도 집에서는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우리 집 아이들은 대체로 집안에서 머물러 있기를 좋아한다.
집안에서 아들이 컴퓨터 앞에서 늦은 밤까지 있어도 내가 하는 말은
“ 피곤하니, 그만 자라"하는 한 마디로 끝낸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신호다. 나이 스물을 넘고 스스로 알아서 하여야지 이래라 저래라 해서 들을 나이는 아니다.

아들은 여자 이야기를 엄마에게 잘한다. 그 이야기는 바로 내 귀로 들어온다. 그래, 연애도 총각때 실컷 하여야 한다. 나중에는 그런 일도 불륜이니까.

지난 번에 아들이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간호를 하던 간호사와 눈이 맞아서 간호사는 아들에게 일생 동안 꿈꾸던 이상형의 남자를 만났다며 휴대폰에 불이 날 정도로 둘이 내내 붙어 다녔다.

간호사의 엄마가 내 아들을 보더니 우리 딸이 낫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교제니 결혼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어도 기분 좋지 않았다. 그러더니 한 달을 못 채워 그들은 헤어졌다. 아들은 조금 상심 하는 듯 하더니 며칠 뒤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 갔다.

아들이 아내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 여자 친구를 집에다 데리고 와도 돼요?”
“ 왜?”하다가,
“ 밖에서 보면 돼지. 집에는 왜?”하니,
“ 집에서 함께 할 일이 있어요.”

지난 번 아들의 여자 친구에 대한 인상이 우리 부모에게는 아직 남아있는데 아들은 또 새 여자 친구라니. 생각하면 나 자신도 학창 시절에 겹치기로 만났던 일이 한 두 번은 아니었으니 그 사실은 아내가 모르는 부전자전 아닌가. 그래, 결혼할 대상도 아니고 친구라니 데리고 오라 하면서 긴장이 된다.

아들은 고교 동문회 모임에 쌍쌍으로 함께 갈 여자 친구라고 했다. 막상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 우리 부부는 입을 딱 벌렸다. 여자 친구는 우리 집 딸과 동갑내기로 3수생으로 대학 1학년생이라 미팅에 한창 바쁠 때이기는 하나, 우리 부부가 그것에 놀란 것이 아니고, 1m 80cm나 되는 늘씬한 키 때문에 1m 78cm인 아들이 작아 보여서였다.

아들의 여자친구는 우리에게 비닐 봉지를 내밀었다.
"배를 잡수시라고요.집에 있던 것인데 맛있는 것으로 골라 왔어요. 여기 떡은 할머니가 계시다기에 가지고 왔어요.”

대개의 여자 친구들은 수줍어서 남자 친구네를 감히 못 오고, 왔다손 쳐도 수줍어서 그냥 남자 친구 방으로 물 스미듯 사라질 텐데. 선물까지 가지고 오니 우리 부부는 얼결에 비닐 봉지를 받으며 놀랐다.

아들 녀석은 인터넷이 되는 내 노트북을 제 방으로 가지고 갔다. 요즘 아이들은 함께 있어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를 켜놓고 인터넷으로 누군가하고 채팅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가 보다. 마치 친구와 함께 대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켜놓고 다른 아무개와 대화를 재잘거리는 버릇과 무엇이 다르랴.

아들의 여자 친구가 남자네 와있으니 긴장이 되겠지. 우리 부모 또한 두 녀석이 들어가 있는 방에 신경이 쓰인다. 그 방으로 과일과 주스를 들여보내 놓고 한참 만에 둘의 대화가 끝났는지 나온다.

큰 손님을 보내듯 우리 내외는 현관에 서서 배웅을 한다. 아들의 여자 친구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그러더니 둘이 다시 들어오고 아들이 입을 연다.

“아버지 책을 어제 주었거든요. 인사를 할 게 있대요.”
“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아들의 여자 친구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서글 서글한 태도가 예쁘다. 나중에 딸아이에게 오빠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니 달은 아는 여자아이라면서, “ 순 날라리야“라며 한 마디로 평가를 내린다.

날라리란 뜻은 아이들 사이에 놀 줄 알고 활발하다는 말일 것이나 요즘 세상살이를 살아 가자면 필요한 성격이 아닐까 싶다. 그 성격은 적극적인 자기 표현이며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까지 있으니 예쁘지 않은가? 아들 녀석은 앞으로 몇 번 더 우리를 놀가게 해줄지 걱정반 기대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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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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