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나는 49살밖에 안된 처남댁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죽음을 맞는 처남댁을 보면서 건강에 대한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병원에 다녔지만 올 7월 15일 위암말기로 판정되기까지 암에 대한 어떤 정보도 병원에선 주지 못했다.
위암은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는데 그저 운명일 따름인가? 처남댁이 처절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을 보며 나는 제대로 처남댁을 쳐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고통스런 몸짓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역시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십여 년 전 나의 큰 형님도 역시 암으로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큰 대학병원을 3군데나 전전하고서야 암이란 진단을 받았고, 이미 치료는 불가능하게 되어버려 환자뿐 아니라 온 식구들을 절망에 빠뜨리고야 말았던 불행한 일이다.
현대인들은 각종 병에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의 아이들까지 성인병에 몸살을 앓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건강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4월 7일 보험개발원은 76년 이후 국내 각 생명보험회사에 가입된 계약자중 1999∼2000년 사이 사망한 피보험자 8만9천명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주요 사망원인 중 암이 전체의 26.7%를 차지했으며 암을 포함 심장, 뇌혈관, 간 등 성인병이라 할 수 있는 사망원인이 무려 49.7%라고 밝혔다. 이렇다면 암을 포함한 각종 성인병이 사망원인의 반을 점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나는 최근에 민족문화와 건강에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물론 187명이라는 적은 숫자여서 의미를 크게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상황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음의 두 문항이었다.
“식구 중에 살이 찐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어른, 아이 둘 다 있다’ 16명을 포함하여 전체 187명 중 무려 102명으로 54.5%가 비만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식구나 가까운 친지 중에 암 혹은 성인병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한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엔 98명(52.4%)이 그렇다고 응답해 놀라운 결과를 보여 주었다.
비만과 성인병은 이렇게 우리의 목숨을 거머쥐고 있다. 어느 누구도 비만과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음이 분명한 마당에 이에 대한 대책은 절실한 지경이라 하겠다.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지나칠 정도이지만 실제 건강에 대한 지혜도 부족할뿐더러 알고 있는 지혜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이 이렇게 각종 성인병의 횡행을 불러 왔을까?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건강법이 난무한다. 무엇이 효율적인 건강법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운동이 최고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 운동도 조깅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헬스를, 어떤 이는 단전호흡이나 태견 등 전통무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식이요법을 권하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이나 보약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우리의 겨레문화가 건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과연 건강에도 우리 문화는 효율적일 수 있을까? 앞으로 열 번 정도에 걸쳐 그 모든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가장 밀접한 먹을거리를 반성하고, 이에 덧붙여 입을거리, 살림살이, 그리고 굿거리, 의학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겨레문화가 건강에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쁜 소식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