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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아 미선아 이제는 편히 잠들렴…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영원히 너희들을 잊지 못할 거야…
우리 조국은 너희를 사랑한단다…"
14일 오후 2시(모스크바 시간)가 되어가자 노빈스키 불바르 19번지 거리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유학생 및 교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추모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교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주며 침착하고 질서 있게 시위에 참여해달라고 당부를 하는 등 매우 분주하면서도 안전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온 교민 대부분은 모스크바의 추운 날씨를 의식한 듯 따뜻한 옷을 입고 참석했으며 고 심미선, 신효순양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라는 생각에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 나온 듯한 복장이었다.
학생들의 주최하에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고 심미선 신효순양의 넋을 달래주고 미국의 죄상을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했었던 것과 달리 모스크바 경찰의 제지 속에 집회는 미 대사관 건너편에서 이루어져 안타까움을 남겼지만 교민들의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분노로 인해 영하 16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달아오른 뜨거운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2시가 되자 미선이와 효순이를 위한 추모제가 마음속의 분노를 담은 커다란 함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시작되었으며 교민들은 모두 한마음 한 뜻이 되어 행사에 참여하였다. 행사시간은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촛불행사 시간에 맞춰 이루어졌다.
교민들은 모두 한 손에 작은 촛불을 하나씩 들고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묵념을 한후 미국에 대한 구호를 외쳤다. 교민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애국가와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부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트렸다.
이어진 자유연설 시간에는 각 학교와 단체에서 나와서 부시정권에 맺혀있는 조국의 한을 대변하듯이 연설자 모두가 “부시정권의 각성”과 “살인미군의 구속”, “SOFA 의 전면 개정” 등의 구호를 외치며 울분을 토했다.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과 추도사 시간은 집회에 참석한 교민들 모두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으며, 마지막 순서인 헌화식 때는 교민 모두가 꽃을 바치며 세상을 향해 날갯짓 한번 해보지 못하고 떠난 고 심미선 신효순양의 넋을 달래주었다.
참석자 중에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한 교민들과 유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유학생은 미국의 기가 막힌 태도에 너무나 분한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끓어오르는 감정을 삼켰다.
집회에 참여했던 김지범(33세,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유학생)씨는 “이곳 모스크바의 집회가 한국에서처럼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이지 못해서 아쉽다. 하지만 우리 교민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 조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이번 집회는 아주 큰 의미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 교민은 자신의 두 딸인 보리(8세), 누리(6세)와 함께 참석했으며 “이번 집회가 아이들에게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이들은 “언니들 얼마나 아팠나요!”, “미국아 정신차려! 네가 악의 축이야” 라고 본인들이 직접 쓴 피켓을 들고 나와 집회가 이루어진 2시간여 동안 자리를 지켜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또, 한 교민은 집에서부터 직접 준비한 따뜻한 차를 집회에 참여하였던 교민들에게 나눠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모스크바의 살을 에이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번 시위는 교민 모두다 하나가 되어 미선이 효순이의 넋을 달래주었고, 살인미군의 처벌을 외치며 불평등한 SOFA의 개정을 촉구했다.
약 200여명이 운집한 이번 집회는 질서정연하게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교민 모두 침착하게 주도자의 말을 따라 움직이는 등, 우려했던 안전에 관해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모든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날 모스크바에서 이루어진 한인 교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촛불추모제가 저 하늘나라에 있는 미선, 효순이 에게도 전달돼, 이제는 그들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집회로 인해 미국의 죄상이 지구촌 곳곳에 알려지고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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