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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지상파 방송사의 8시 이후 프로그램은 남성 가장의 출근과 자녀들의 등교 이후 집에 남은 가정주부를 타깃 시청자로 삼기 마련이다.

MBC가 오전 8∼9시에 진행하는 '아주 특별한 아침(진행 이재용·최윤영 아나운서)'은 여성·주부를 주시청자로 삼은 본격시사프로라는 한 가지 점만으로 '아주 특별한' 프로다.

16일 695회를 맞는 이 프로가 처음부터 '국내 최초의 여성, 주부를 위한 시사와이드'를 표방했던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을 책임진 김현종 MBC 시사제작국 특임2CP 부장은 "지금까지 방송사는 여성들의 관심을 드라마, 요리, 연예 등에 소재에 제한해 시사 문제에서 여성들을 소외시켜왔다"면서 "이런 선입관과 달리 시사 현안에 대한 주부와 여성들의 갈증은 의외로 심하다고 생각해 10월말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오전 시사물로 거듭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슈퍼독감, 백신이 없다', '취업대란, 관상까지 바꾼다', '소파 개정, 꺼지지 않는 불꽃', '지하철 연장운행 파행 위기', '기업 정보유출 심각하다' 등 최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구성 아이템을 보면 이 프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아주 특별한 아침'은 시사 현안과 구조적인 사회 문제를 4개의 아이템으로 구성해 방송한다.

특히 의정부 여중생 사건은 지난 11월 20일 미군 관제병에 대한 미군사법원의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방송이 나가 시민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비슷한 사례로 방송 초기 연속 방영된 대구 '개구리 소년' 이야기는 최근에는 '미아 문제'로 이어지며 이 문제에 대한 다른 언론매체의 관심까지 고조시키는, 일종의 사회적 의제설정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기세다.

이처럼 '아주 특별한 아침'의 특정 이슈에 대한 집요하고 심층적인 접근은 제작진의 확고한 제작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국민적인 관심이 있는 한 끝까지 다룬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김현종 부장은 금방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미디어의 '냄비근성'을 자신이 책임진 시사 프로에서 만큼은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아이템 선정은 시의성과 선정성 배제라는 2가지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외주 제작에 따른 초기의 선정성 경쟁은 거의 해결됐다는 자체 평가다. 제작팀이 특히 강조하는 시의성을 지키기 위해 '아주 특별한 아침'은 시사물 처음으로 뉴스 제작방식을 도입했다.

뉴스 제작 방식이란 촬영 테이프를 하나의 테이프로 몰아서 편집하지 않고 아이템별로 분리해 편집,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시사물로는 아주 많은 15대의 VPD(비디오플레이덱)을 사용해 취재 시간을 단축한다. 편집 다음에 나레이션을 삽입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나레이션을 먼저 만들어 놓고 나중에 편집하는 방식도 시간 단축을 위한 방식이다. "오늘 특정 사건이 터졌다면 내일 아침에 방송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김 부장의 고집 때문에 다음날 방송을 책임진 팀은 밤을 새우는 것이 다반사.

이 프로의 또 다른 미덕으로 여성과 주부를 위한 그래픽 효과도 빼 놓을 수 없다. 692회 방송 중 '슈퍼독감 비상-예방 백신이 없다'는 독감의 주기를 그래프로, 독감의 동물을 통한 변이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대형 화면을 내용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아이템도 교양 습득과 시각 효과를 높이는 그래픽 요소를 약방의 감초처럼 집어 넣었다.

새로운 실험정신이 배어 있는 이 프로의 지금까지의 결과에 대해 제작진은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을 개편 이후 시청률은 1% 늘었고, MBC 홈페이지에는 여성과 주부들의 격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교사로 추정되는 심소영씨는 "미선이 효순이 사건의 지속적인 관심에 감사드린다"면서 "우리반 아이들과 이 프로그램의 다시보기를 하고 있는데 교육적으로도 좋은 자료"라는 글을 MBC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밖에도 제작진의 취재를 제안하거나, 다뤄진 내용에 대한 생산적인 평가도 많이 나와 '아주 특별한 아침'은 여성, 주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고 있다.

여성·주부를 겨냥한 첫 시사교양물이 계속적인 성공을 이어갈지 시민사회와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사물도 좀 말랑말랑 해질 필요가 있죠"
김현종 부장 인터뷰

11일 오전 여의도 MBC 빌딩 사무실에서 '아주 특별한 아침'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김현종 부장을 만났다. 84년 MBC 입사로부터 추정해본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김 부장의 얼굴은 그가 다루는 시사물의 내용만큼 진지했다.

시사물의 제작방식에 관해 김 부장은 "시사물도 좀 말랑말랑 해질 필요가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사회자의 어투나 진행방식에서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바꿔야 한다는 것.

다음은 김 부장과의 일문일답

-처음 이런 프로를 기획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나 또한 주부들이 드라마로 채널을 돌리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그러나 시사적인 것들에 대한 여성과 주부들의 요구, 갈증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고, 시사 문제에 대해 미디어가 여성들을 소외시켜왔다는 것에 대해 MBC가 개선할 필요도 있었다."

-여중생 사건의 지속적인 보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연속 방송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회적인 관심보다 앞서 나가는 것도 곤란하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한, 그것이 지속되는 한 모든 것을 끝까지 다룬다는 것이 원칙이다.

여중생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SOFA의 문제점은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 팩트다. 이 사건에 대한 보도가 반미감정을 선동하거나 부추긴다는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 같아 나름대로 객관성 잃지 않으려 매일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보도하겠다."

-대형 화면을 통해 그래프나 그림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주시청자가 주부와 여성이다 보니 딱딱한 내용이 많은 부분에서는 비주얼 효과를 살려 시사 문제를 친절하고 성의 있게 보여주자는 기본 컨셉을 가지고 제작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시청률이 1% 늘었다. 큰 성공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작시스템이 아직 안착이 되지 않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외주 제작업체의 수준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다. " /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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