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경관이 수려하기로 이름난 연신원을 아무런 생태적 대안 없이 철거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연신원의 바로 옆에 위치한 문과대학에서 재직하는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그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반발에는 설득력이 있다. 연세대학교는 최근 몇 년에 걸쳐 교육환경개선을 이유로 여러 건물을 세웠는데, 문제는 그 자리가 녹지이거나 전통 있는 건물을 철거한 자리였다는 점이다.
문과대학 옆의 녹지를 한꺼번에 삼킨 위당관(제2인문관)이나, 구 광복관을 철거하고 새로 지은 법대 건물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학교 발전이라는 교육적 목표라는 점에서 함부로 반발하진 못했지만, 친숙하던 녹지와 건물 및 수려한 경관들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아쉬워했다.
그러한 가운데 벌어진 연신원 철거 건은 단순히 '생태적' 이유로 인한 반발의 차원을 넘어 단과대학간의 집단 이기주의적 대립으로 변질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문과대학 일부 교수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이제 캠퍼스는 자연친화적으로 가야 한다. 생태적 고민을 담지 않은 개발 중심의 건립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에 대해 선교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신과대학의 교수들은 '다른 단과대학에서 교육환경개선을 시도할 때 신과대학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내해 왔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우리만 반생태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서울대학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현재 수원에 위치하고 있는 농생대와 수의과대학을 04년까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관악캠퍼스 내에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약 1만2천평의 농생대 건물 및 지상 10층, 연면적 약 4800평 규모의 수의과대학 건물을 건립하고 있다.
서울대가 밝힌 입장에 의하면 이 계획은 우수 농업과학 및 수의학 인력 양성을 위한 '서울대 캠퍼스 종합화 계획'에 따른 것이며 이미 지난 96년에 교육부의 심의를 거친 사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밀집되고 집중화되어 핵심 단과대학의 지방 이전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실의 서울대학에서 역으로 현재의 '공룡'캠퍼스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원래 대학로 및 각지에 분포되어 있었던 서울대가 현재의 관악 캠퍼스로 변모하면서 관악산에 입힌 심각한 생태적 피해를 고려한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환경 개선에 나서는 것은 적극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개선'이 내용적으로 연구자로 하여금 연구의 질을 높이게끔 하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비해 외형적인 '건물 신축'과 '확장'에만 치중된 것이라면,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및 여타 사회 집단들의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수렴되지 않은 반생태적 철거 및 건립이 진행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