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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사가 불법선거운동에 노골적으로 나선 사실은 대선보도사에 가장 부끄러운 기록을 남을 것이다. 그 동안 언론들은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공공연하게 특정 후보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선거 당일 언론사가 특정 정당과 함께 불법선거운동에 직접 뛰어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지난 12월 18일 제 16대 대통령선거 개시일을 불과 1시간 30분 남겨둔 시점에서 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의 돌연한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는 대선 국면에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당연히 각 언론사에서는 주요 뉴스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시간 30여분 뒤인 12월 19일 새벽 1시 15분께 대전시 중구 대사동에 위치한 대전일보 윤전실에는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기사가 1면에 머릿기사로 실린 당일자 조간신문이 쏟아져 나왔고 이 신문들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의해 6대의 선거 사무용 차량에 실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선거운동기간이 종료된 지 1시간 15분이나 지난 뒤였다. 정신없이 신문을 찍어내고 차량에 싣던 이 장면이 당일 부정선거 감시를 위해 순찰을 돌던 개혁국민정당 당원들에게 적발됐다. 신문을 실은 5대의 승용차가 황급히 빠져나갔으나 1000여부를 실은 승합차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바닥에는 채 싣지 못한 2500여부의 신문이 쌓여 있었으며 대전일보측은 서둘러 윤전실 셔터를 내렸다. 한나라당 중구지구당, 동구지구당 관계자들이 현장에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정론을 자처한 언론사가 부정선거운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최초의 사례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에 2002대전대선유권자연대 대선보도감시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해당 신문사의 존립 이유와 사운을 가름하는 대형 범죄 행위가 몇몇 직원단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손잡고 벌인 부도덕하고 비열한 작태"라고 규탄했다.

이날 배포된 대전일보는 1면에 머릿기사로 '정몽준 盧후보지지 철회'란 제목을 달아 노무현 후보의 대북발언이나 차차기 대통령감을 거론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전하고 통합 21측과 한나라당의 반응을 실었다.

선거 개시일을 불과 1시간 30분 남겨둔 시점에서 터진 정몽준 국민통합 21대표의 돌연한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가 당연 가장 큰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신문이 불법선거운동에 이용되었다는 점이며 불법선거운동에 이용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판매를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안의 보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원인이 무엇인지 언론에서 분석하기에 시간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아울러 당사자에게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선거 당일 표의 향배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때문에 선거 바로 전날 무성하게 퍼지는 마타도어나 흑색선전 등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전략을 추구했던 과거의 선거에 있어 각 후보자들이 선거 바로 전날을 주의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몰론 정몽준 대표의 지지철회 선언이 마타도어나 흑색선전은 아니지만 노무현 후보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도는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다만 이 사안이 대단히 중요했기에 대서특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 문제점, 당사자의 해명 등도 자세히 다뤄야만 일방적이지 않게 된다.

정몽준 대표의 선언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국민통합 21 당직자 등과 공식적인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지 철회를 결정 공표하게 했다는 점이다. 국민통합21의 결정이 아니라 한 개인의 독자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사실임에도 대전일보는 기사에서 국민통합21이 지지철회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도일보는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정몽준, 盧지지 철회'로, 대전매일은 1면에 2단 '鄭대표 盧지지 철회'로 보도했고 충청매일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번 대전일보의 불법선거운동 개입은 대선보도사에 있어 가장 부끄러운 기록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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