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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이겼지만...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후단협 소속이었던 유용태, 이윤수, 최명헌, 장태완 의원은 같이 모여 앉았다.
대선은 이겼지만...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후단협 소속이었던 유용태, 이윤수, 최명헌, 장태완 의원은 같이 모여 앉았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2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대선 이후 민주당 첫 의원총회는 대선에서 이긴 정당의 첫 총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약 50여명만이 참석, 정족수가 모자라 총회가 아닌 '의원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던 이 자리에는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지난 22일 개혁성향 의원 23명이 발표한 '민주당 발전적 해체' 성명에 대한 역풍이 불고 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사람은 심재권 의원과 김태랑 최고위원, 이윤수 의원.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대선 과정에서 취했던 입장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심재권 의원은 김근태, 김영환, 이창복, 장기표 등과 함께 행동을 같이 했다. 이들은 노 당선자를 적극 돕기보다는 후단협에는 속하지 않으면서 단일화를 압박했다.

김태랑 최고위원은 동교동계이면서 일찍부터 노 당선자 지지 입장을 밝히는 독특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선대위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후단협 소속 의원들에 대해 "정신나간 사람들" "오히려 단일화를 방해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수 의원은 후단협의 핵심 중 한 사람으로서 탈당 후 단일화가 되자 복당했다. 그는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누구보다 앞장서 노 후보와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렇게 대선 전에 취한 입장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선 승리 이후 27일 의원 총회에서 한 목소리로 울분을 토했다. 이날 총회는 평소와 달리 전부 공개로 치러졌다.

심재권 "22일 발표에 분노"

첫 자유발언자로 나선 심재권 의원은 "지난 22일 23분의 발표를 보고 정말 분노했다"며 입을 열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고? 나는 김대중 정권의 연장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노무현 정권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고? 그러면 그렇게 애타게 싸우던 우리들은 무엇인가."

심 의원은 후단협 소속 의원에 대해서 "참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70%가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한나라당에 갔지만 한때 노 후보의 특보였던 한 사람은 후보 옆에서 간절하게 단일화를 하라고 진언하는 것을 봤다, 우리에게는 그런 아픔이 있었지만 이겨냈다, 우리 후단협분들 정말 몸을 던져서 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는 "구태의연한 기회주의적 작태? 그러면 (후단협 복당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지"라며 "우선 선거 때니까 받고, 끝났으니까 자르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기회주의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23명의 서명파 의원들은 성명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했던 기회주의적 구태정치행태는 단호하게 심판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 의원은 "이제야말로 덧셈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마치 몇 사람이 자신들만 개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비개혁·반개혁이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태랑 "분명히 말하는데, 내 앞에서 떳떳한 자 누구인가"

이어 발언에 나선 김태랑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더 컸다. 김 최고위원은 "분명히 말하는데 더 이상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내 앞에서는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분명히 말하겠다. 내가 작년 11월 부산지역 신문에 '김태랑, 노무현 후보 지지' 이렇게 나올 때, 누구 하나 노 후보를 지지했는가? 없었다. 당시에는 이인제의 위세가 대단할 때였다. 나는 그것 때문에 경남도지부장에도 떨어졌다. 이후 나는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왜냐면 나의 정치 30여년 세월을 이렇게 굴욕적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다."

김 최고위원은 심 의원처럼 후단협을 칭찬하지는 않았지만 23명의 서명파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발표했던 스물세 분 모두 열심히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중에는 후보의 특보로 임명되고도 한 번도 (회의에) 출석 안한 사람도 있다"며 "그러면서 이제 와서 서명하고 그런 사람들, 입을 다물고 있지만 나는 다 알고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몰아내고 그럴 자격이 그분들에게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개혁은 실제 행동으로 해야지 입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때가 아니다, 똘똘 뭉쳐서 당선자의 여러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수 "나는 마음을 비웠다, 17대? 맘대로 하라 이거야"

세 번째 발언자로 자청한 이윤수 의원은 "나는 악쓰러 나온 것도 아니다"라며 시작했지만 중반부터 목소리가 높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의원은 한화갑 대표를 향해 "우리 당을 개혁하는데 당 개혁 특위에 왜 외부인사가 들어가는가", "사무총장을 왜 임명하지 않고 있는가", "선거가 끝났는데 왜 선대위가 아직도 존재하는가" 등을 따졌다.

"나는 6·13과 8·8 이후 노 후보와 한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한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그 후에 정말 열심히 했고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그런데 한 대표보고 나가라고 한다면 말이 되는가. 나는 지금 동교동에도 걸리고 후단협에도 걸리고, 두 개 다 걸려서 상당히 어렵게 살고 있지만,(의원들 웃음) 이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이 의원은 개혁성향 의원들을 향해 "자기들은 백로고 우리보고는 까마귀라 한다"며 "하지만 그 중에는 흰 색깔 칠한 백로도 많기 때문에 비오면 다시 까맣게 드러난다"고 말하며 "지금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이 의원은 "나는 승복할 수 없다"며 "나는 마음을 비웠다, 17대? 맘대로 하라 이 거야, 하지만 정치가 그렇게 쉽게 안 된다, 쉽다면 그 김대중 대통령도 왜 실패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 지역구에서 60.5%로 이겼다, 후단협 쪽 많은 지역구에서 다 이겼다"며 "모두 당선자를 중심으로 가자,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선대위 측 인사 발언 자제

약 한 시간에 걸친 이날 의원총회는 관행과 달리 전부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총무, 이런 발언은 비공개로 우리끼리 있을 때 해야 하는 것 아냐?"고 말했지만 찬반이 엇갈렸다.

선대위 측 인사인 김경재 의원이 발언을 신청했지만 정대철·이상수 의원 등이 만류해 논란이 오가지는 않았다. 김옥두 의원 등도 발언을 신청했지만 이윤수 의원의 발언을 끝으로 서둘러 총회를 마감했다.

총회에는 22일 서명파 의원 중 이호웅·문석호 의원만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도도한 강물을 누가 막을 수 있느냐"며 "홍수가 나서 강물이 범람할 때 나뭇가지나 모래로는 막을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명에는 참여하지 않은 선대위 핵심 본부장은 "서명 의원들이 너무 전략 없이 나갔다"면서 "이야기를 해보니까 저쪽에서도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이쪽에서 너무 '나가라'는 식으로 하니 반발이 거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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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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