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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학벌문제는 이른바 개혁적인 언론에서조차도 잘 다뤄지지 않고, 오히려 조장되고 있다. 2002년 11월 수능을 돌이켜보면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가 앞장서서 학벌을 조장하고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언론은 지금의 학벌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는 거짓이념들을 퍼트리고 있다. 한겨레조차도 이러한 언론보도를 일삼는다면 지금의 학벌 현실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학벌문제는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것일까? 이 글을 계기로 해 서 한겨레라도 하루빨리 바뀌기기를 기대한다.

1. 수능 바로 다음날(11월 7일) 보도

=사설입시학원의 어설픈 예상을 그대로 받아적는 언론의 보도 관행에 의한 예고된 오보

한겨레신문은 수능 바로 다음날 다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평균 점수가 많이 오를 것이라는 사설 입시기관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적어 수험생들에게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수능 평균 10~15점 오를 듯/2002.11.17.1면>

대입지원전략을 전체면에 걸쳐 실음으로써 폭력적 기제인 서열화 입시체제에 동조하고 있다.

<예상점수의 5점 안팎 범위 내 지원을/2002.11.7.6면>

19면에서는 백혈병 수험생 이야기를 넣음으로써 사람의 건강보다 입시에의 노력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설파시키고 있으며, 평균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은 고사장을 빠져 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마저 ‘밝은 것’으로 조작하고 있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뜻으로 상업적 목적을 띤 채점 사이트를 소개해주고 있다. 이는 입시현상을 이용한 한겨레신문의 극도의 상업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백혈병 수험생 '구급차 수능'/2002.11.7.19면>

2. 수능 끝나고 이튿째날 (11월 8일) 보도

=전날 오보를 내보냈던 한겨레신문이 사과 한마디 없이 어물쩡 지나가려는 뻔뻔함을 보인 하루

한겨레신문은 바로 전날 오보의 내용을 다시 ‘사설 입시 학원’의 입을 빌어 바로 잡는다며 다시금 근거없고 폭력적인 평균 점수를 예측하고 있다.

<수능점수 가채점 2~3점 하락/2002.11.8.1면>

또한 수능점수 예측이 틀린 원인을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 (도대체 수능 점수가 학력 수준이라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때문이라고 떠들고 있다. 13면에서는 역시나 고3 교실의 분위기를 가십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리고 강남지역 ㅅ고 교사의 말을 빌어, 말도 안되는 ‘학력저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난이도보다 '학력저하'가 문제/2002.11.8.3면>
<주입식 교육 한계 족집게 과외 허탕/2002.11.8.13면>
<고3교실 침통, 재수생은 미소/2002.11.8.13면>

한편, 전날 언론의 오보로 인하여 자살한 한 재수생의 이야기는 이날 한겨레신문에 단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날 오보 주체들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 없었으며, 다만 여현호 기자가 반성문 같지도 않은 반성문을 썼을 뿐이다.

3. 수능 끝나고 3일째 되는 날 (11월 9일) 보도

=사설입시학원들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입시보도기사를 아무 거리낌없이 내보내기 시작

한겨레신문은 이제 본격적으로 학벌주의에 기반한 입시보도를 하게 된다. 1면에서 제목으로 ‘중상위권대 320~330점 지원 가능’을 골라 그들이 말하는 소위 ‘하위권대 입시생’을 배제한 한겨레는, 다시 기사 내용에서 ‘서울대 상위권학과’, ‘연고대 및 상위권대 상위권학과’ 등의 순으로 서열화하여 입학 가능 점수를 예측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학벌주의 조장 행태다.

<중상위권대 320~330점 지원 가능/2002.11.9.1면>

13면에서 역시 ‘서울대 상위권 중위권학과’와 ‘연고대 상위권학과’의 입학 가능점수를 차례대로 언급하고 사설입시학원이 만든 점수표를 종합 보도하여 합격선에 의한 대학 서열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점수표 제작 보도는 대학-학원-언론이 한통속이며 일선 교사들의 진학 지도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는 자기합리화와 상업주의, 그리고 각자 내면에 가지고 있는 학벌주의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겠다.

<330~360점대 합격선 2~5점 오를듯/2002.11.9.13면>

4. 그로부터 닷새후 (11월 4일) 보도

=한겨레신문이 지어준 대학서열은? 서울-연세-고려-성균관-서강-한양-이화여대

한겨레신문은 14일자 17면에 2003대입 정시모집요강을 실으면서 아주 명쾌하게 대학의 서열을 매겨놓았다. 우선 서울대와 연고대가 제목으로 뽑혔다. 그리고 모든 대학의 전형 방법을 다 소개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몇 개 대학만 소개해주겠다는 요량으로 ‘주요대학 전형’이라 해놓았다. (도대체 이 ‘주요대학’이란 개념은 어디에서 출현한 것인가!)

그리고나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이화여대 순으로 전형방법을 소개함으로서 이 일곱개 대학에 들어갈 ‘점수’가 안되는 수험생 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서울대 수능성적 원점수 적용, 연고대 영역가중치 50%부여,주요대학 전형 /2002.11.14.17면>

사회1면(19면)에서는 역시 한겨레신문도 서울대 중심 보도 관행에 물들어있는 단면을 볼 수 있다. (궁금하신 분은 한겨레 사이트 들어가서 '서울대’라는 단어로 검색해보시라.)

<서울대 예체능계 수능 1차추가 합격도 말썽/2002.11.14.19면>

5. 11월 15일, 16일의 보도

=이중성과 자아분열로 점철되어 있는 아!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은 15일자 12면에 박노자 선생의 매우 감동적인 글을 실어놓고도, 바로 한장을 넘겨 14면에 극도로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학벌주의에 포박당한 사회/2002.11.15.12면>

역시나 사설입시학원의 이야기와 점수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껴쓰고 있으며, 기사 내용 순서도 역시나 ‘서울대 인문계 상위권학과'-‘중위권 학과'-‘자연계 상위권학과’-‘중위권학과’-‘고려대 최상위권학과'-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의 순이다. 기사 제목을 보라. <수능반영 4개 영역기준 서울대 최상위학과 인문 331점, 자연 337점 지원 가능>. 서울대 최상위권학과가 그토록 중요한가?

<..서울대 최상위 학과 인문331점 자연337점 지원 가능, 고려대는 322.328점 2002.11.15.14면>

16일자 30면을 보면, 수능 보도를 하는 방송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는 최영묵 교수의 글이 실렸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나, 한겨레신문이여, 이 기사 실으면서 찔리지도 않았던가? 어찌 그리 남 이야기하듯 기사를 실었나?

<보도형식과 정보원 뻔해 되풀이되는 수능 '오보'/2002.11.16.30면>

참된 언론개혁은 심각한 자아성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다.

6. 한편, 한겨레의 반성 수준이란?

=한 재수생이 죽었는데, 한겨레신문은 반성의 표현 단 세 줄에, 나중에는 생색내기?

앞에서 언급하였다시피, 11월 7일 오전 한 재수생이 자살을 한 사실을 한겨레신문은 다음날인 11월 8일자 신문에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몇 개의 언론이 1면 지면을 통해 오보에 대한 공식 사과를 했던 것과는 달리, 한겨레신문은 자사의 오보에 대하여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담당 기자였던 여현호 기자는 취재파일을 통해 학력저하니 난이도 조정 잘못이니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다가 단 세줄로 ‘혼자만의 반성’을 하고 있다.

<'수능점수 예측' 오보 반성'/2002.11.18.8면>

이후 재수생의 자살을 언론의 책임으로 지적하는 네티즌들에게 ‘8일치에 ‘수능점수 예측 오보 반성’이란 취재파일을 실었다’는 말을 해주며 그것도 반성이라며 생색을 내고 있다.

<'학력저하 심각'...'평가 잣대 달라야'/2002.11.12.37면>

7.한겨레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
알고도 바뀌지 않는다면, 조중동보다 더 나쁘다

여기에서 언급해야 할 것은, 한겨레신문의 이중성이다. 한겨레신문은 9일, 10일, 12일, 13일 등의 신문을 통해 수능시험 언론 과대 보도의 문제, 학벌 독점 체제의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이 글의 목적은 ‘국민기자석’, ‘왜냐면’, ‘편집자에게’ 등의 코너를 통해 이루어진 시민들의 지적을 한겨레신문의 편집 방향에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며, 말따로 행동따로인 한겨레신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수능시험 언론 과대보도 실업고 졸업생 소외시켜/2002.11.12.11면>

<사설. 수능시험 한판승부 아니어야/2002.11.9.4면>

<왜냐면. 죽음까지 부르는 수능시험 학력저하가 문제라니/2002.11.12.12면>

<편집자에게. 수능보도 입시기관 의존 지나쳐/2002.11.13.8면>

덧붙이는 글 | 학벌없는사회 전국학생모임이 작성한 보고서 원문을 보려면 
http://antihakbul.jinbo.net/hani.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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