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한국수력원자력(주)이 김영춘, 백승홍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월성 1호기 아래의 지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내려앉는 이른바 '부등(不等)침하'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월성 1호기 원자로가 격납된 건물의 지반에는 물리적 특성이 다른 석영안산암(동쪽)과 집괴암(서쪽)이 만나는 불연속면이 존재하는데, 첫 조사시기인 78년 이후 지금까지 서쪽은 11.17mm 내려앉고 동쪽은 3.63mm 내려앉아, 현재 서쪽으로 7.54mm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지반 침하가 현재 안정상태에 이르렀다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정화상태에 들어갔는지 전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현재처럼 침하가 진행되다가 미세균열이 어느 수준(임계)을 넘어설 경우에는 지반이 일시에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많은 지질학자들은 월성에 활성단층 존재를 경고해왔으나 담당 정부부처인 과기부는 계속 이를 부정해 왔다. 이제 활성단층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규모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 활성단층이란 | | | | 단층이란 암석이나 지층이 압력을 받아 뒤틀릴 때 땅이 끊어진 것을 말한다. 활성단층은 화산으로 비유하자면 휴화산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는 단층으로 언제든지 지각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과거 3만5000년 이내에 한 번 이상의 움직임이 있었거나, 과거 50만년 이내에 두 번 이상의 움직임이 있었던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하는 미국의 정의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지질학계는 1백80만∼2백50만년 이후에 1회 이상 활동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보고 있다. 일본 원자력계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에서 활성단층 8㎞ 이내에는 지진이나 지반침하의 위험성 때문에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월성·고리 지역의 기존 핵전은 물론 신규핵전도 현존 활성단층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되었다.
/ 리건 | | | | |
월성핵발전소 건설 당시에도, 활성단층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당시 캐나다의 패튼박사와 미국의 다폴로니아사는 부지 안전성에 대해 서로 이견을 보였는데, 정부는 '단층이 아니다'라고 말한 패튼 박사의 말만을 수용했다.
유리한 의견만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은폐하는 정부의 고질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특정연구개발사업으로 지난 97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최위찬 박사 외 7명의 연구원은 '신기지각 연구보고'를 작성했다. 이 보고에 의하면 핵발전소 4기가 가동 중이고 추가 2기가 건설 중이며 4기가 더 들어설 예정인 월성 지역에서 23개의 신생대 제4기 단층이 새로 발견됐으며, 이 중 8개는 활성단층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의 수렴 제1, 2, 3단층은 월성 핵전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부지 선정 규제 지침에는 핵발전소에서 8km 이내에 활성단층이 존재하면 핵전을 건설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과기부는 활성단층 가능성을 인정한 '신기지각 연구보고서'가 핵전 건설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하여 과기부장관 명의로 영구 배포 금지 조치를 내렸다.
7. 남북한, 의외의 공통점 - 사양산업인 국제핵산업계의 '봉'
누가 뭐라고 해도 핵발전은 이제 국제적인 사양산업이다. 유럽에서는 전국민의 합의를 거친 탈핵선언을 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핵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도 국영 프랑스전력(EdF)은 빚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 신규 계약을 맺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초국적 핵산업계는 주로 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역시 여의치 않다.
그런데 핵드라이브 정책을 고집하고 있고 반핵 여론을 묵살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한국은 남북한을 막론하고 초국적 핵산업계를 먹여 살려주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는 '한국표준형경수로'라는 것이 실상 주요부품을 모두 수입하여 짜집기 한 것이기 때문에 값비싼 핵심부품을 지속적으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핵산업계 권위지인 뉴클리오닉스 위크(Nucleonics Week) 8월 9일자는,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사가 당일 한국에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핵발전소 건설 관련 3억5천만달러 상당의 부품 및 서비스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업계약과 관련, 웨스팅하우스사의 스티브 트릿치(Steve Tritch) 사장은 "세계 상업용 핵발전소 시장에서 신규핵발전소 건설분야는 한국이 주도적인 위치를 갖게 되었다"며 "이번 계약이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지사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의 핵발전소 배관업체인 벨리녹스 뉴클레아(Valinox Nucleaire)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고리 1·2호기 공식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에게 증기발생기용 세관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한다. 벨리녹스 뉴클레아사는 이 계약으로 다음해인 2003년 말까지 주문량이 꽉 찬 상태다.
남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핵발전은 필요악이라 하며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를 지어주는 것이 민족의 화해와 협력에 도움된다면서 비판을 꺼리기만 하면 능사인가? 핵발전소는 민족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초국적 핵산업체를 살찌우는 역할을 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7. 남북한, 의외의 공통점 - 사양산업인 국제핵산업계의 '봉'"의 세번째와 네번째 단락은
시민의 신문 8월 19일자의 기사
http://www.ngotimes.net/times/times_view.asp?code=4&code2=1&idx=10884&page=3
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