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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모태가 된 '동교동계' 해체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뉴욕에 전해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노무현 시대를 열기 위한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현실정치와는 분명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회를 빌어 해외, 특히 미국에 남아있는 김대중 대통령 관련 조직에 대한 해체여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망명시절에 조직한 인권문제연구소가 있다. 미국 각 도시에 지부가 있고 과거 20여년동안 미국에서 조국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조직이다. 미국현지에서 이 조직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김대중 정부에 참여한 인사들도 상당수 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김 대통령의 처조카로 알려진 이영작 박사가 인권문제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영작 박사는 서울의 한 모임에서 “노무현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세간의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인권문제연구소는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때부터 매우 중요한 조직으로 관리한 흔적이 많고 대통령 취임 후 해체문제가 내부적으로 거론된 적이 있었지만 “인권”이라는 단어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존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김 대통령이 동교동계 해체를 전격 지지함에 따라 미국 한인사회를 기반으로 조직운연되고 있는 인권문제연구소도 해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인권문제연구소는 80년대 군사정권시절 미국거주 한인들의 조국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을 뿐 만 아니라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미국 정치인들과 동교동을 연결하는 로비창구 역할도 해왔으나 김 대통영 취임 후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인권문제연구소가 미국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조직이고 정치적으로는 동교동에 속해 있는 것이라면 민주당 외곽조직으로 “연청”이 있다.
연청 역시 미국 각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인권문제연구소가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것이라면 연청의 미국조직은 3년 안팎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이 연청 명예회장이다. 마치 김홍일 의원 사조직 같은 느낌을 준다.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연청이 조직적으로 '노무현밀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당시 이인제 후보측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적이 있다.
민주당의 전국규모 청년조직인 연청이 본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주 각 지역에 조직되어 미주 각 지역 연청조직은 선거 막바지에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노무현 후원회에 흡수되어 활동한 흔적이 많다.
미국에 있는 인권문제연구소나 연청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본부에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단합을 못 보인 것과 깊은 관련이 있어보인다.
대통령 개인의 사조직이나 민주당의 외곽조직은 아니지만 미국에는 현직대통령의 친위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평화통일자문회의”이라는 조직이 있다. 헌법92조의 규정에 의해 헌법기관으로 81년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 처음 만들어진 평통자문회의 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는 것에서 그 동안 대통령 친위조직으로 인식되어 왔다.
80년대 미국 각 지역에서 조국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이 평통조직은 군사정권을 비호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한인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됐고 평통위원이라는 사실 자체를 숨긴 인사들이 대부분이었으나 3당 합당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도동을 지지해온 상당수 인사들이 평통에 합류하면서 평통에 대한 비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군사정권 때 정권의 지지기반을 삼기위해 만들어진 평통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평통의 이름 앞에 “민주”라는 단어를 삽입시켜 “민주평통”이라고 했고 김대중대통령 집권초기에는 해외평통에 대한 부작용을 감안해 페지를 검토하다가 오히려 그 숫자를 크게 늘렸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대통령이 모두 해외평통 조직을 대통령 친위조직으로 활용해왔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동포들과 간담회를 가질 때는 언제나 평통위원들이 초청 1순위가 된다.
임기가 2년인 평통위원은 그 선정과 임명과정에서 한인사회를 분열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지 오래다. 평통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은 노태우 대통령 때나 김대중 대통령 때나 개선된 점이 없다. 뉴욕만 해도 200명의 대통령통일정책 자문위원이 있는 셈이다.
미국전체로 하면 1천명에 가깝다. 미주동포 1천명이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자문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오는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정권인수위가 정부조직과 업무인수를 위해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고, 민주당도 제2창당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 가동을 준비 중에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시대의 걸림돌 제거라는 차원에서 민주당 개혁 프로그램을 측면 지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동교동계 해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 기회에 미국에 있는 인권문제연구소, 연청 등 과거 정권의 정치적 조직에 대한 재검토 뿐만 아니라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지 오래된 해외평통조직에 대한 근본적인 재 평가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했다는 노사모도 새 시대를 여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해체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정치와 관련된 비생산적인 정치조직과 일반동포들의 지탄이 되고 있는 불필요한 조직은 이제 과감히 정리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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