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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뉴욕판에 매주 고정 칼럼을 쓰기로 굳게 약속을 해놓고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뉴욕판 창간호 편집책임자가 해외 평통 관련 글을 써 보면 어떠냐는 제의가 있었다.
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출범하는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해외평통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전망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판 창간호 첫 칼럼 주제가 평통이 됐다. 물론 본국에서는 별 관심없는 주제다.
노무현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미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해외 한인사회를 잘 모를 것 같은 선입관이 다가온다.
해외 한인사회를 잘 모르는데 해외평통을 어찌 알고 해외평통을 개혁할 것인가,
오랜 미국망명생활 때문인지 정치인 중에서 해외 한인사회를 가장 많이 안다는 김대중 대통령도 야당시대엔 해외평통의 부작용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대통령이 된 후에는 오히려 평통 숫자를 더 늘리고 해외한인사회 친위조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질 않는가?
3년전 쯤에 뉴욕출신 김경재 의원이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평통은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평통무용론을 강하게 일갈 한 적이 있다.
뉴욕한인회장출신으로 뉴욕에서 평통회장도 엮임한 바 있는 박지원 청와대비서실장도 김대중정부 출범 초기에 해외평통폐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해외평통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은 집권자의 위치에서 보면 모두가 “내 것 같고, 내 편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92조에 근거해 헌법기관으로 81년도에 만들어진 평통이 미주 한인사회로까지 그 조직을 확대한 것은 80년대 군사정권이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해서 이를 보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다.
대통령의 통일정책과 관련해 자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군사정부의 비호세력으로 출발해 당시 미국한인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났던 각종 민주화운동을 방해하는데 앞장섰던 평통은 그 후 대통령이 여러번 바뀌었어도 그대로 유지 확대되어 지난 20년 동안 뉴욕을 비롯 미주 각 지역 한인사회에 조직되어 있다.
20년동안 유지돼온 해외평통이 개혁의 대상인가, 아닌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먼저 한국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자문한다는 평통자문위원이 과연 지난 20년간 본래 취지대로 대통령의 통일정책에 무슨 자문역할을 했었는가 하는 것을 조명해야 한다.
전두환 정권에서 출발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이르기까지 평통자문위원들이 대통령의 통일정책 자문에 응했다는 뉴스를 접해 본적도 없다. 또한 통일정책에 남다른 높은 식견을 가진 한인들이 평통자문위원에 참여한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없다.
평통위원 임명권자가 법적으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민생활에 찌든 한인들은 통일정책 자문이라는 취지와는 관계없이 본국 대통령이 주는 임명장을 선호했고, 결국 평통임명장은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인정해주는 "해외동포 자격증" 정도로 변질되고 말았다.
법적인 대통령 임명권을 1차적으로 대리행사하는 지역 영사관은 평통위원 위촉권한을 무기로 지난 20년간 한인사회 여러 인사들을 줄세우는데 이용해 온 셈이다.
대통령은 여러분야에서 정책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교육정책 자문이라든지 경제정책 자문위원이 그것이다. 대통령 정책자문위원은 모두가 전문분야 전문인들이다. 그러나 해외에 있는 평화통일정책 자문위원은 그 누구도 통일운동의 전문인이라고 할 수가 없다.
뉴욕에만 약 200여명의 평통자문위원이 있다. 미국 전체에 1천명이 넘는 대통령 통일정책 자문위원이 있는 셈이다.
평통 무용론의 1차적인 근거는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을 건의하거나 대통령으로부터 통일정책에 대한 자문을 응할 수도 없는, 설립 취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1천명이 넘는 헌법기관의 위원들이 미국 한인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80년대 미국평통위원들은 동포사회에서 군사정부를 비호하고 해외민주운동을 방해하는 군사독재 하수인 역할을 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시절에는 평통위원이라는 것조차 숨기고 지냈다. 그 당시 평통위원 중 상당수가 김대중 시대에도 평통위원이 됐다.
김대중을 빨갱이라고 매도했던 인사들도 김대중 대통령으로 부터 임명장을 받아 여전히 평통위원이다. 지난 20년간 평통위원을 하는 인사들도 많다.
지난 20년간 해외평통의 부작용은 여러분야에서 노출됐다. 매 2년 마다 평통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한인사회는 커다란 홍역을 치뤘다. 통일정책자문과 전혀 무관하게 지역양사관에 잘 보여야 위원이 되고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서울 정치권에 후견인이 있어야 위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 동포들의 평통에 대한 원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평통위원 임명장은 본국 대통령이 주는 벼슬정도로 인식됐다.
본국 대통령이 미국에 오면 평통위원들이 우선 순위로 모두 초청된다. 즉 해외동포중에 평통위원은 본국정부가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요즘은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과거에는 서울 입국 당시 공항 입국심사에서부터 특혜가 있었고 1년에 몇 번씩 정부 돈으로 본국을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한국의 헌법기관이 미주 한인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한인사회의 자율성을 훼손시킨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를 한국헌법기관의 멤버로 임명하면서 한미간 외교적 마찰 소지도 다분히 많다.
한국의 평통사무국에서는 이 문제를 막기위해 몇 해전부터는 시민권자는 정식 평통위원이 아닌 명예회원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그러나 명예위원이 지역회장도 하고 임원도 하는 것을 보면 미국을 속이기 위한 눈가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판사로 재직중인 한인 2세를 한국 헌법기관의 평통위원으로 임명했다면 미국정부에서 볼때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미국시민권자는 다른 나라국기에 충성맹세를 못하게 돼 있다. 한국정부는 시민권자는 명예회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런 구분이 없다.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정부에 넘겼다며 간첩혐의로 수감 중인 로버트 김이 만약 평통위원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외한인사회는 조국통일운동과 관련해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 통일지렛대는 남과 북을 모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남한정부의 헌법기관이 미주 한인사회에 조직되어 있어 미주 한인사회에서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해외통일운동 역량을 키울 수가 없다. 더구나 북한과 미국이 수교가 된 뒤에 북한 헙법기관의 미국상륙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노무현시대의 해외평통, 과연 개혁대상인가 아닌가” 하는 이 글의 주제로 돌아가서 결론을 맺는다.
20년전에 만들어진 방대한 해외평통조직은 분명 개혁의 대상이다. 시작부터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매 2년마다 평통위원을 임명할 때 그 부작용이 한인사회 에너지를 크게 낭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통일정책 자문과는 거리가 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분명 개혁의 대상이다. 그럼 어떻게 개혁해애 할 것인가?
과감하게 전면폐지하거나 본래의 취지에 맞게 소수정예로 통일정책을 연구를 해온 인사들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해외한인사회 통일운동은 자율적인 단체나 조직이 만들어져 순수하게 전개돼야 한다.
그러나 한인사회 평통은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통일운동 단체인 셈이다. 한국정부가 미주 한인사회에서 거대한 통일운동단체를 만들어 놓고 결과적으로는 한인들의 자발적인 통일운동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개혁을 화두로 내걸고 출범하게 되는 노무현 정권이 한국내 산적한 현안을 두고 해외평통문제까지 개혁에 나설 여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해외평통, 확실히 개혁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노무현당선자와 정권인수위는 국민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한 인사제안이나 정책제안을 받고 있다. 외교통일분야의 정책제안 항목 중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있다. 이 글을 그곳으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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