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13일 밤 10시30분>
방한중인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3일 "북한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우리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과 다른 국가 및 민간 투자자들과 함께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소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켈리 특사는 노무현 당선자 접견 직후 외교통상부 기자실에서 가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응, 특히 북한의 핵무기 제거 부분과 관련해 북한과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켈리 특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우리(미국)는 북한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의 포기 의사를 밝힌다면, 다양한 주제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낙연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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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는 켈리 특사 일행에게 "북한 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충분히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신관 인수위 당선자실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접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국 측에서는 노 당선자를 비롯해 정대철 특사, 유재건·추미애 의원과 윤영관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위성락 전문위원, 이낙연 대변인, 신계륜 비서실장 등 8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켈리 특사를 비롯해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국 대사, 모리아티 백악관 아주담당 선임보좌관, 잭 프리차드 한반도 평화담당 대사, 로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에릭 존 주한대사관 정무참사관 등 6명이 참석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노 당선자는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우방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주한미군은 필요하며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일관되게 말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젊은이들의 촛불시위는 SOFA 개정이 주된 요구이고, SOFA 개정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반미는 극히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노 당선자는 말했다.
켈리 특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 한국을 방문해 헬기로 서울 상공을 돌면서 서울이 DMZ와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를 직접 확인한 뒤에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늘 한국정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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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 "취임 이전에 주한 미군 방문할 것"
노 당선자와 켈리 특사의 면담은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면담 직후 "대단히 진지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켈리 특사가 최근 미국 정부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을 설명하면서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는 노 당선자의 취임까지 미룰 수가 없다, 그래서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도 열고, 김대중 정부의 고위인사들과도 접촉하고 있고, 인수위원회 팀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자 노 당선자가 "나도 취임 이전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해 면담장에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면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켈리 특사는 "노 당선자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고 집권한 이후 한국의 발전 상황에 대해서도 듣기를 희망했는데 아주 좋은 설명을 들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향후 50년 동안의 한미 동맹 관계와 이 관계의 개선에 대해서도 듣기를 원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노 당선자가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면담 때 노 당선자가 "취임 이전에 주한미국을 방문해 격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켈리 특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훌륭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노 당선자는 우선 오는 15일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켈리 특사는 오는 2월 25일 노 대통령 취임식 때 부시 대통령이 고위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전했다.
면담을 마친 켈리 특사는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오후에는 정대철 대미 특사와 만났고, 저녁은 정 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미 특사단과 함께 했다.
모리 "노 당선자가 한·미·일 공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
한편 노 당선자는 오후 4시30분 한일의원연맹 일본측 회장인 모리 요시로 전 일본총리 일행의 예방을 받고 역시 북한핵 문제와 한일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이 면담에서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켈리 미 특사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모리 전 총리 일행은 당선자 면담 이전인 2시45분 한나라당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서청원 대표와 회담을 가졌는데,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 "노 당선자가 한·미·일 공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고 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에 의하면, 모리 전 총리는 "노 당선자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의 반영인지, 정대철 당선자 대미 특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미단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미국을 가는 길에 일본을 먼저 들르기로 결정했다.
또한 일본을 방문할 때는 기존 방미단 멤버인 문정인 교수 대신 서동만 교수가 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방문 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사실상 '방미단'이라기보다는 '방일·방미단'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특사단의 구성에 변화가 온 이유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미국통이고, 서동만 교수는 일본통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현지에 더 밝으신 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노 당선자와 모리 전 총리 일행의 면담은 한편으로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노 당선자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자리에서 노 당선자는 김 명예총재에게 "우리 김종필 총재는 지난 선거 때 직접 나서서 도와주시지는 않았으나 결국 마음으로 돕고 결과적으로 간접적으로 도와주셨다"면서 "제가 전화로 한번 인사드렸는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말씀 드린다"고 말했고, 김 명예총재는 "아닙니다…"라고만 답했다.
이낙연 대변인에 의하면, 비공개 면담에서 노 당선자가 김 명예총재에게 발언을 권하자 그는 "오늘 오전에 모리 회장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 대통령이 '노 당선자가 나보다 더욱더 확실히 할 것이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