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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대표의 암 투병'을 보도한 <동아> 기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알았던 다른 기자들은 '윤리적' 차원에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김윤환 대표의 암 투병'을 보도한 <동아> 기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알았던 다른 기자들은 '윤리적' 차원에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 동아일보
언론은 공인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인가, 아니면 국익이나 개인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는 보도자제도 필요한 것인가. 언론의 보도자세를 둘러싼 해묵은 질문같지만 여전히 되물을만한 주제인 것 같다.

최근 암수술을 받고 점차 회복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근황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가 지나치게 사실보도에 의욕을 앞세운 나머지 '보도 윤리'의 한계를 넘었다는 지적이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아>는 15일자 4면 '김윤환 대표 항암치료'라는 제목의 상자기사를 실었다. 김 대표의 '항암치료' 사실은 14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10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김 대표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항소심에 "김 대표가 위독해 출석하지 못한다"며 변호인단이 제출한 의사의 소견서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이 기사는 김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같은 달 27일과 올해 1월 7일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또 소견서에 김 대표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나와 있다.

<동아>는 이 기사에서 "김 대표가 암으로 콩팥제거 수술을 받고 장기 입원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본인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는 김 대표 측근의 말을 실었다.

이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김 대표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식이 비록 정확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위와 같이 가족들조차 김 대표에게 아직 말하지 못해 본인도 모르는 '중병(重病)'의 내용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과연 보도 윤리 측면에서 올바른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애초 14일 저녁 <동아> 초판에 이와 같은 기사가 나가면서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보도가 중요하지만, 개인의 신상에 관련된 중요한 일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언론이 터뜨리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것.

15일자에서 <동아>와 같이 김 대표의 투병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는 <대한매일>과 <한국일보> 뿐이었다. 그러나 <대한매일>과 <한국>은 <동아> 기사처럼 자세한 내용을 싣지는 않았다. 즉 <대한매일>과 <한국>은 김 대표의 투병 사실만을 간략히 소개했을 뿐 '시한부 선고' 등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타 언론사, "윤리적 논란 있었다" 보도 안해

김윤환 대표
김윤환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동아>와 비슷한 시기 김 대표의 암 투병 정보를 입수했던 한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본인도 모르는 암 투병 상황을 쓰는 것이)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많았다"며 "그 때문에 우리 매체도 쓰지 않았다"고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동아>의 보도에 대해 "기자가 쓰지 않으려 해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데스크가 지시를 하니까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동아> 민동용 기자는 "기사는 순수하게 내 판단으로 썼다"고 밝혔다. 민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에는 나도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라고 캡(시경 출입기자)에게 말했지만, 어차피 누구에겐가는 알려지는 것이고 해서 보도하자고 건의했다"며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 기자는 또 "기사가 나간 뒤 김 대표 측근 쪽에서 '어차피 14일 오후에 알리려고 했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 측에서는 <동아> 보도와 관련 "동아일보 보도로 가족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민병선 비서는 "현재 김 대표는 수술도 잘됐고, 회복단계에 들어서 있다"며 "이렇게 민감한 부분을 그렇게 보도하면 김 대표가 직접 들었을 때 또 얼마나 충격을 받겠느냐"고 반박했다.

민 비서는 그러나 "별도로 (동아일보측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며 "14일 오후에 담당의사가 암 투병 사실을 김 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동아> 기사에 대해 민언련 최민희 총장은 "동아 보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보도를 통해 있는 사실을 밝힌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밝혔다. 최 총장은 또 "언론인이라면 사실을 보도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정황을 돌아보아야 한다"며 "이번 보도는 '보도 윤리' 문제가 아니라 언론인이라면 최소한 가져야 할 '박애 정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제가 된 15일자 <동아일보> 기사 전문이다.

"김윤환 대표 위독"…변호인, 법원에 "출석불가" 소견서 제출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최고위원이 병원으로부터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은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김 대표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항소심이 이날 서울고법 형사10부에서 있을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측의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전달한 의사 소견서를 통해 전해졌다.

‘김 대표가 최근 수술을 받았으며 위독한 상태여서 재판 참석이 어렵다’는 내용의 소견서에 따라 김 대표의 재판은 연기됐다.

김 대표 측근과 병원측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몸에 부종이 많이 생겨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같은 달 27일 척추에 생긴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7일 한쪽 신장을 절제하는 2차 수술을 받았다.

김 대표의 측근은 “척추에 생긴 혹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신장에 종양이 생긴 것이 발견됐다”며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본인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김 대표의 가족도 아직 본인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측과 김 대표의 변호인단은 김 대표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다”, “환자에 관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법원에 소견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신장암 판정을 받아 앞으로 6∼7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돈 것 같다”며 “그것은 최악의 경우 그렇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2∼93년과 96년 신한국당 대표로 있으면서 건설업체들에서 국회의원 공천 등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1년 2월 1심에서 법정구속 없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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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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