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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현미씨의 과거 직장동료들이 마련한 추모 모임은 오늘(뉴욕시간 1월24일 오후 7시) 뉴욕한인타운 중심인 플러싱 서울플라자 영빈관에서 열렸습니다.
라디오서울의 장미선씨의 사회로 열린 추모회에는 라디오서울 과거 직장동료들(고 조씨는 AM Korea 래디오방송국과 라디오서울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기자자신 고인과는 거의 4년을 같이 일했습니다) - 과거 직장동료들과 뉴욕노사모회원들, 그리고 김석주 한인회장, 시인 김정기씨, 의사시인 서량씨 등 약 50여명이 모여서 비명횡사한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특히 고인이 당선을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대통령당선자측의 유재건 당선자특보가 참석, 눈물의 위로인사를 했습니다.
장미선씨가 사건현장설명을 할 때는 그 참혹한 현장이 눈에 보이는 듯 해 모두 할 말을 잃고 눈물만 훔쳤습니다.
서강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온 고 조씨는 그동안 쭉 뉴욕에서 카피라이터와 웹싸이트제작 등을 해오다가 IT비지니스가 힘을 잃은 근년에 텍서스주에 사는 언니의 도너츠비지니스를 돕겠다면서 뉴욕을 떠나 그곳으로 갔습니다.
오늘 사진 모음을 보면 조씨는 도너츠 만드는 것에도 재미를 붙인 듯, 하얀 쿡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도 여러장 눈에 띄었습니다. 기자가 알고 있는 조씨는 - 조씨는 올 해 서른 여덟살이었습니다 - 체구하고는 달리 아주 당당한 여자였고, 두려움이 없는 반듯한 여성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점 - 너무 당당한 태도에서 불안한 무엇이 느껴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조씨는 아침 열한시반 도너츠 몇개를 배달하다가 집행유예중인 열여덟살 흑인 전과자의 야구방망이에 맞아 꽃다운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면 너무 참혹한 것이, 얼마나 많이 맞았는 지, 친구들이 마련한 예쁜 드레스를 입을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고 조씨는 노사모회원이었습니다. 반듯하기 짝이 없는 조씨의 성격상 노사모가 아니라면 이상할 일이지만 유독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열성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두리님의 조사에서도 나오는 얘깁니다마는,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서 몇시간씩 얘기하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에 희망을 걸었다는 후문입니다. 그 조현미씨는 정작 희망이 현실로 바뀌자 훌훌 털고 이승을 떠났습니다.
댈러스현지 미국주류 TV는 '고인은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민자였다,'고 소개하면서, 간단한 사건사고로 다루지 않고 조씨의 이민생활을 조명하는 시간을 할애했다는 소식입니다마는 이제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뉴욕에서 추모모임이 열리는 오늘 텍서스주 랄렛에서는 뒤늦게 비자릉 얻어 미국에 온 가족들이 장례식을 열었습니다.
유재건 당선자특보는, 자신은 LA에서 오랫동안 동포들의 애환을 체험하고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동포들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제 조국은 노사모 조씨가 염원했던 희망의 대통령이 탄생해서, 그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고 상기시키고 안심하고 잠들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음은 뉴욕노사모회원 정광일(본보기자이자 TKC한국케이블방송기획실장)씨가 대독한 노사모전국회장 두리 차상호씨의 조사 전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자랑스러운 노사모 조현미님을 그리워하며.....
지난 12월 19일. 우리는 염원하던 벅찬 감동의 순간을 맛보았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나아가 전 세계의 뜻있는 한국인들이 시차에 상관없이 조국에 시선을 모 았답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 곳에 계셨었지요. 당신과 당신의 조카 유진이가 함께 꿈꾸던 희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선 노사모를 '희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시와 아름다움을 사랑하시던 당신은 희망에 관한 촘스키의 말을 좋아하셨고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몇시간씩 조국에 전화를 하셨죠. 왜 노무현인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더니 유세기간 내내 어린 조카와 함께 노란 옷을 입고 희망을 전파해 나가셨더랬습니다. 그리고 이제 희망의 세상이 시작되는 이 순간...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셨군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오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당신. 굶어죽는 북한 아이들을 걱정하던 당신. 수평적 한미관계를 염원하시던 당신. 이제 당신이 남기신 희망과 소망은 저희에게 또 하나의 짐으로 지워졌습니다. 당신이 남기신 짐을 기꺼이 함께 짊어지고 가고자하는 저희는 당신이 사랑하셨던 노사모의 그 정신을 지켜나가며 당신이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노사모가 되겠다는 맹세를 각자의 마음에 새깁니다. 저희는 당신의 희망을 이어가겠습니다. 8만 노사모의 사랑을 모아 이 약속을 전해 드립니다. 고인께서는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