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창단, 우리나라 최고의 극단 중 하나인 실험극단이 창단 43주년 기념 공연을 한다. 실험극단은 창단 이후 <맹진사댁 경사>, <에쿠우스>, <아일랜드>, <휘가로의 결혼>, <셜리발렌타인>, <신의 아그네스>, <조선제왕 신위>, <검정 고무신> 등 수많은 히트작을 공연했고 수많은 배우, 연출자를 배출한 한국 연극의 산실이다.
2003년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 공연되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은 젊은 작가 강석호가 극본을 쓴 창작극으로 극단 미연 소속의 김순영이 객원 연출한다.
이 작품에는 TV를 통해 익숙한 중견 연기자 박웅과 서학이 주인공 박우창과 황씨역을 맡아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최근 종영된 SBS 인기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윤지임 대감과 안당 대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1월 25일 <금의환향> 공연 준비가 한창인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주인공 박웅과 서학을 만나 공연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 <금의환향>은 어떤 연극인가?
박웅 : 노벨문학상을 받은 베스트셀러작가 ‘제임스 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자신이 어렸을 때 살던 고향을 찾는다는 뉴스가 나온다.
내가 맡은 박우창이라는 노인하고 서학씨가 맡은 황씨라는 노인이 사는 바로 그 동네가 제임스 리가 말하는 동네와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 알려지고 그 동네가 하루아침에 ‘제임스 리’라는 작가를 배출한 유명한 동네가 된다.
마침 박우창의 어렸을 때 이동구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제임스 리’의 본명이 이동구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이동구가 바로 ‘제임스 리’ 일 것이라 기대를 갖는다. 갑자기 사람들의 생활이 변화고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이런 일이 화재가 된다.
박우창이라는 노인은 가정적으로 불행을 많이 겪은 사람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황씨는 박우창을 우정으로 보살펴주면서 지냈다. 결국은 ‘제임스 리’라는 사람을 통해서 박우창과 황씨의 풍상을 겪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끝까지 유지한다.
결국 ‘제임스 리’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고향에 돌아오는 길에 죽고 결국 고향이 어딘지도 모르게 된다. 남은 것은 박우창과 황씨와의 진한 우정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요즘 흔히 우리주변에서 보는 자기 지역의 발전만을 원하는 지역이기주의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박우창과 황씨 같은 우리 서민, 서민중에서도 밑바닥의 순박한 인간애를 이야기 한다.
- 두 분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
박웅 : 내가 배역을 맡은 박우창은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친, 장애를 가진 노인이다. 상당히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려고 한다.
박우창은 장애를 가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진한 우정으로 평생을 함께한 황씨를 통해 인생을 성실하게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자기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 빗나갔을 뿐이다.
서학 : 내가 맡은 황씨는 피난시절 월남해서 이 마을에 정착한 촌노이다. 그곳에서 박우창이란 인물을 만나게 된다. 만나서 살아온 세월이 50여년 세월이다. 작품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노인으로 그려졌다.
박우창은 산불로 사랑하는 가족을 다 잃고 또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으로 불행하게 그려져 있다. 항상 주변에서 우창이를 거두고 챙기고 상당히 아끼고, 지금말로 하면 사랑하고 그런 순진하고 착한 인물이다.
- 박웅 선생은 실험극단 단원이 아니신데 실험극단 무대는 처음인가?
박웅 : 실험극장하고는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한밤의 산책>(1976년, 이재현 작 / 연출)에 출연한 적이 있다.
- 실험극단의 <금의환향>에 출연하게 된 계기
박웅 : 요즘 다른 작업이 없어서 출연하게 됐다. 실험극장에서 봤을 때 이 작품에 나오는 박우창 역이 내게 비슷하게 맞을 것 같다고 보았던 것 같다. 후보에 올라가 있었고 시간과 여건이 맞아 떨어져서 출연하게 된 것이다.
- 실험극단과의 공연은 만족 하는가?
박웅 : 이 작품을 쭉 연습해보니까 여러 가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또 재미도 있다.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되는데 그건 아직 미지수다. 나를 비롯해 서학씨나 우리 실험극장 동인 여러분들이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극이라는 것이 항상 결과를 놓고 본다. 그러나 결과 이전에 만드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하다. 내가 두 달 동안 보니까 스스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정도로 실험극장의 전 단원들이 노력을 많이 기울여 작품에 임하고 있다. 상당히 보람을 느낀다. 실험극장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내 자신에게 상당히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 <금의환향>을 공연하는 실험극장은 우리나라 대표 극단인데?
서학 : 내가 실험극장에 몸담은 것도 벌써 한 삼십여년 됐다. 극단 자체로 봤을 때 자랑할만한 대한민국의 유명한 배우들이 거쳐 갔고, 돌아가신 김동원 대표님을 비롯해서 많은 연출자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상당히 역사가 있다. 많은 배우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제가 거의 쫄병 축에 든다.
극단이 상당히 전통이 있고 많은 선배님들이 계시고 가볍게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마디로 힘 있는 극단이다.
- 방송 연기와 무대 연기가 어떤 차이가 있나?
서학 :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는 앞에 관객을 두고 연기를 한다. 관객의 반응, 호흡을 같이 느끼면서 하게 된다. 그런데 방송은 관객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관객에 대한 부담감은 적다. 이번 공연을 하는 문예회관 대극장은 극장이지만 무대와 객석 사이의 공간이 꽤 넓어 관객과의 거리감은 좀 있다.
그러나 인생을 표현한다는 면에 있어 방송연기와 무대연기의 차이는 없다.
- 관객들에게 한마디
박웅 : 실험극단의 <금의환향>을 통해 박우창과 황씨와의 우정과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설 연휴에 공연되는 이번 작품은 그간 함께 하기 어려웠던 가족들과 같이 와서 이 작품을 감상하여 즐겁고 소중한 설연휴가 되길 바란다.
- 연습으로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금의환향
주 연 : 박웅,서학,차유경,이양숙,박인서,김광일 외
연 출 : 김순영
공연기간 : 2003. 1. 28 ~ 2. 2
공연장소 : 문예회관대극장
문의전화 : 02-766-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