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알코올 중독과 정신분열 상태인 쇼코와 애인이 따로 있는 남편 무츠키, 그리고 남편의 동성애인 곤. 주인공 설정이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생활들은 건조한 문체,심플한 문장들로 엮여져 있다. 하지만 결코 심플하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쇼코와 무츠키가 결혼한 지 열흘 째 되는 날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두명의 남녀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일인칭으로 등장하게 된다. 무츠키가 바라보는 쇼코, 쇼코가 바라보는 무츠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시작된 결혼이 아닌 사회 제도라는 굴레 속으로 마지못해 들어온 쇼코와 무츠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의 비밀을 나누게 되고 그것을 지켜주기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연민이며 동시에 미안함이고 동시에 거칠지 않은 사랑으로 표현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쇼코와 무츠키와 곤은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적당히 삼각관계를 유지해 간다. 하지만 그 균형을 유지하려는 세 사람의 모습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 무츠키, 은사자 얘기 알아?"
쇼코의 설명에 따르면 몇십 년에 한번 온 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릅답다는 거야."
"무츠키를 은사자 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 | |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서.. | | |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극찬을 받는 작가 | | | | 1964년 동경 출생.
미국 델라에어 대학 졸업.
1989년 <409 래드 클리프>로 페미나 상 수상.
<반짝 반짝 빛나는>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에쿠니는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찬사와 함께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니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다. 저서로는 <냉정과 열정 사이,로소>가 있다. | | | | |
흔히 말하는 '상식'은 사회의 규범 때문에 생겨난 기준이다. 그 기준에 비추어볼 때 알콜 중독과 호모는 사회의 룰에 무릎을 꿇고 포섭당하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이 사회의 룰이나 집단의 종용에 포섭되지 않으며 오히려 유연하게 굴레 속을 통과하면서 창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즉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 하다.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사랑이지만, 유리다루듯 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자신과 서로를 지켜가려는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이 반짝 반짝 빛나보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설정과 번갈아가며 시점이 바뀌는 등 참신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또한 청아한 문체로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언어 마력이 한 몫한다. 이 소설은 제 2회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수상했다.
덧붙이는 글 | * 서명 : <반짝 반짝 빛나는>
* 작가 : 에쿠니 가오리
* 번역 : 김난주
* 출판사 : 소담(200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