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는 지난달 9일 자사의 공항터미널 지분 매각이 무협에 의해 무산됐다면 12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금호가 내놓은 소송 내용에 따르면 무협은 지난해 2월 금호의 공항터미널 지분(37.65%)을 포함한 전체 터미널 지분을 제3자에게 팔겠다는 '양해각서'를 금호쪽과 체결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어 금호와 무협사이에 체결된 '2차 양해각서' 마저도 무협쪽의 무성의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쪽은 공항터미널 지분 매각 지연에 따라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게 됐고, 회사의 대외신인도에도 큰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그룹 장성지 상무는 "이는 무협이 일반 사기업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처음부터 무협은 자신들의 지분을 팔 의사가 없었고, 우리 지분도 제 가격에 인수할 뜻도 없었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장 상무는 또 "무협이 공항터미널 사업에 뛰어든 것은 무역의 기능을 촉진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자는 것이지 직접 경영하고자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협과 같은 경제단체가 사기업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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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했다'-'터무니없는 주장' 입장 팽팽
금호의 이같은 주장에 무역협회쪽에서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맞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협은 1차 양해각서에 따라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응찰 업체들이 예정 가격보다 크게 못 미쳤기 때문에 무산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어 한국감정원의 주식 가격 평가에 따른 매각 역시 감정원쪽이 금호 주식 가격에 대해 과대 평가된 부분이 있어 조정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무협의 문석호 이사는 "지분의 30%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데다, 터미널 설립당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금호에게 도심 공항의 경영권을 맞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경영권이 있는 주식(무협)과 경영권이 없는 벙어리 주식(금호)의 가격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도 협회가 금호의 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으며,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금호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와 금호그룹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안에 있는 공항터미널의 대주주들로 2월 현재 각각 62.35%, 37.6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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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무협, '공항터미널' 지분 놓고 15년동안 시끌벅적
공항터미널의 경영권을 놓고 금호와 무협사이의 악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협과 금호쪽이 공항터미널의 건설과 운영을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은 87년 2월. '출자약정서'라는 이름으로 체결된 계약의 주요 내용은 터미널의 지분을 무협과 금호쪽이 각각 50%씩 갖는다는 것이다. 다만 금호는 자체 지분으로 3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고, 나머지 20%는 대한항공 등 다른 일반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같은 내용에 따라 터미널이 완공되면 경영권을 금호쪽이 갖는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지분 유치작업은 초반부터 삐거덕거렸고, 일반투자자의 유치는 무산됐다. 따라서 무협쪽에서는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50:50 지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항터미널의 경영권을 쥐게 된다.
당시 공항터미널의 경영권을 염두에 두고 82억원을 쏟아 부으며 사업에 참여했던 금호는 당초 30%의 지분보다 7.65% 많은 37.65%를 확보했지만, 무협쪽의 '협력의무 위반' 주장에 밀려 결국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하지만 금호에게도 공항터미널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97년, 무협은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위한 컨벤션센터 건설과 무역센터 확충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무협은 97년 8월 공항터미널 지분을 금호쪽에 우선 매각하기로 협상을 추진했던 것. 하지만 97년 11월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무협과 금호간의 지분 매각 협상은 흐지부지됐다.
주식 매각 가격 놓고, 무협-금호사이 지리한 줄다리기
| | | 한국도심공항터미널은? | | | | 도심공항터미널은 도심 속의 공항으로 항공권 발권, 국내외 항공사 Check-in 서비스, 법무부 출국심사 등의 항공여행 소속을 One-stop으로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지난 90년 개관한 한국도심공항터미널은 첫해 48억 적자를 내는 등 3-4년간 적자행진을 이어오다, 99년에는 매출액 159억에 경상이익 43억을 기록했다.
한편 이러한 매출액 증가는 계속 이어져 2001년에는 매출액 382억에 경상이익이 105억을 넘어섰고, 2002년에는 매출액 454억에 경상이익은 122억원에 달하는 알자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한국무협협회가 공항터미널 소유지분의 62.4%를 가지고 있으며, 금호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 항공이 36.7%, 금호종합금융이 0.9%를 보유하고 있다. / 공희정 기자 | | | | |
외환위기이후, 그룹 전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던 금호그룹은 지난 2001년 11월께 무협쪽에 공항터미널 지분 매각을 요청하게 된다. 이어 다음해인 2002년 2월 금호와 무협쪽이 보유하고 있는 터미널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가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의 주식 가격을 놓고 무협과 금호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제3자 매각도 무산되고 만다.
이들은 다시 2002년 9월 또 하나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게된다. 지난 2월에 체결된 각서에 '매수희망자와의 협상이 결렬된 경우 협회는 금호와 합의하여 금호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협회가 금호쪽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양쪽은 한국감정원에 터미널의 주식가치 평가를 의뢰, 그 가치를 기준으로 매매가격을 결정한다고 합의했다.
문제는 주식의 매각 가격. 같은 해 10월 한국감정원 평가 결과 터미널의 주당 가치는 5만6913원으로 나왔다. 무협쪽에서는 감정원의 가격 산정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서 평가 결과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호쪽 주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쪽은 "무협은 지난해 6월 공개 입찰당시 응찰자의 제안가격 8만원이 너무 낮아서 팔 수 없다고 했다"면서 "이제 와서 주당 5만6913원이 비싸서 사들일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호는 이어 "지난 87년 출자약정서에 따르면 터미널이 완공되면 경영권을 (금호쪽에)넘기게 돼 있다"면서 "그 동안 줄곧 경영권 이양 요구를 해왔지만 (무협은) 이를 무시하고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는 결국 지난달 9일 무협쪽에 손해배상을 포함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무협쪽은 "협회가 제 3자에게 경영권이 포함돼 있는 주식에 대해 비싼 값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반대로 경영권이 없는 금호쪽 지분을 대주주인 협회가 인수할 때는 소수 지분 평가를 해야하므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협은 이어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운영권을 보유하는 것은 주식회사에서는 당연한 결론"이라며 금호쪽의 경영권 이양 요구를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