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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세청 전경
대전지방국세청 전경 ⓒ 심규상
국세청의 H사에 대한 세금 감면을 놓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법률 조항을 근거로 법 제정 취지를 훼손시킨 위법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법 해석의 차이라며 관련 예규를 들어 비과세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4조5천억 외상매출금 대여금 전환 '비과세'

[내용] H사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지난 5년(1995-1999)간의 석유류제품 판매대금 4조 5천억원을 외상매출금으로 관리해오다 소비대차 계약에 의해 대여금으로 전환했다. 즉 자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4조5천억원의 외상값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바꾼 것.

이에 따라 H사는 당초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의 지급이자를 비용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구 법인세법 제18조의3 제1항 제3호) 이를 비용처리했다. 이 때문에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은 비용 처리된 관련 지급이자 190억에 대한 법인세(37억 8천1백만원)를 추가징수하라는 감사 결과 처분지시를 당초 세무조사를 벌인 조사1국을 통해 H사에 사전통보했다.

H사는 즉각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H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5개월여가 지난 2001년 3월 청구를 취하했다. 대전지방국세청은 본청 질의 후 처리할 것을 종용했고 국세청의 예규를 내려보내자 감사종결 1년 뒤인 2001년 3월, 과세결정을 직권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대전지방청 감사관이 본청 지시라며 직권취소를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의혹] 제기된 의혹은 사측의 심사청구 취하, 국세청 예규 생산과정, 대전국세청의 과세 통지 직권취소 과정 등에서 본청 고위직이 개입,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 통상적 감사가 착수부터 종결까지 2개월 내외임에도 질의 회신 기간만 9개월이 걸린 점도 외압의 정황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상매출금 조기 회수 위한 정유업계 관행'

[국세청 해명] 이에 대해 국세청은 H사의 경우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외상매출금을 소비대차 계약에 의해 대여금으로 전환 한 것은 사실이지만 ① 정유업계 상관행상 외상매출금 회수지연 기간만큼 이자를 받는 것이 통상적이고 ②이자를 받는 목적이 외상매출채권을 조기 회수하기 위한 것인데다 ③모든 대리점에 같은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 관련된 정상거래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은 또 과거 정유사가 특수관계에 있는 주유소에 특수관계가 없는 주유소와 차별없이 같은 기준의 시설자금을 대여한 것은 가지급금으로 보지 말라는 예규를 들어 이 건을 업무와 무관한 자금 대여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지연 기간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고 이에 따른 원천징수를 하였으므로 H사가 금융기관에 지급한 이자를 비용 처리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 제정 취지 흔드는 결정" "비과세 결정과정 형평성 잃어"

국세정 세금 부당감면 의혹 경실련 기자회견 (지난 1월 16일)
국세정 세금 부당감면 의혹 경실련 기자회견 (지난 1월 16일) ⓒ 심규상
[전문가 반론]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국세청의 이같은 주장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이 건과 관련한 핵심이 되고 있는 '업무무관 가지급금'( 假支給金)과 관련 세법에는 '명칭여하에 불구하고 당해 법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자금의 대여액'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총리령이 정하는 제외 규정은 현재까지 고시된 바 없다. 이를 놓고 한 세무사는 ①특수관계법인에게 빌려준 ②대여금은 모두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 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더구나 대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주된 수익사업으로 볼 수 없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 대여에 대해서는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규정하고 있다(제 19조 제 3항)는 것.

즉 H사가 특수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소비대차 계약을 통해 자금을 대여한 자체만으로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세무사는 "가지급금의 규제 법률은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지양하고 차입에 의존한 기업경영을 억제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H사의 건을 과세하지 않은 것은 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명백한 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정유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더욱 큰 일"이라며 "이러한 대여금을 (업무무관)가지급금으로 보지 말라는 판례, 심사·심판결정 사례를 아직 찾아보지 못했고 이 법을 믿고 그 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법인들만 손해를 보게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세무전문가도 "국세청이 예시한 외상매출금에 대한 법원 판결문은 일반적 사항으로 H사 건에 대입하기 어렵고 대리점·주유소에 대한 소액의 시설자금 대여액과도 조건이 다르다"며 "소비대차 계약이라는 전형적인 방법을 통해 4조원이 넘는 외상매출금을 대여금으로 전환하여 채권회수를 확실하게 한 법률행위를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지 않는 것은 세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이강원 국장은 "소속 전문가들을 통한 검토결과 업무무관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일부 의견이 있는 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세법 원칙상 과세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정확한 내용은 사실관계를 좀더 확인해 판단해야겠지만 우선 해당업체가 조세불복신청을 제기해 심사위원회나 법원에서 인정하는 통상적 관례를 벗어나 이의제기조차 철회한 업체에 대해 국세청이 이례적인 직권취소를 통한 비과세 결정을 내린 사실만으로도 형평성 시비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공개토론 통해 진위 가리자"

국세법전
국세법전 ⓒ 심규상
[해법]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경실련과 한화교 씨(46.대전지방국세청 전 감사계장. 현 영덕세무서 근무)는 국세청과의 공개토론을 거듭 제안하고 있다.

경실련 이 국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경실련 소속 전문가와 국세청 그리고 문제를 제기한 한화교 전 감사계장이 참여한 공개 토론회를 통해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공개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토론회를 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H사에 대한 95, 96년 귀속 법인세는 이미 시효가 지나 과세할 수 없고 97년 귀속분도 금년 3월이면 시효가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조속한 판단과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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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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