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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인지 오이 일행은 주몽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고 부르는 기척마저 없었다. 아마 까마귀 소리가 시끄러워 들리지 않는 것이라 여겨 주몽은 소리를 쳤으나 까마귀 떼는 주몽의 주위만 맴돌 뿐 쉬이 떠나질 않았다. 곧 있으면 해가 질 판이고 그렇다면 숲 속에서 주몽을 찾아내기란 어려울 지도 몰랐다. 그때 숲속에서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랑이였다.
무기는커녕 나무에 묶여있는 주몽으로서는 긴박함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자신의 뜻을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호랑이에게 화를 당하는가 싶은 생각에 주몽은 가슴이 답답해 왔다. 끈을 풀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이는 호랑이의 공격본능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까마귀 떼가 일제히 날아올라 호랑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사나워진 호랑이는 앞발을 쳐들며 이리저리 내저었지만 어찌된 셈인지 까마귀 떼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여긴 주몽은 더욱 몸부림을 치며 줄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때 주몽의 품속에서 화살하나가 슬쩍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영고 때 대소왕자가 주몽에게 쏘았던 화살이었다. 진짜 화살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손의 감을 익히기 위해 품속에 넣어두었던 것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단 참이었다. 주몽은 입으로 화살을 물고 고개를 돌려 묶인 손 쪽으로 떨어뜨리고서는 촉으로 끈을 잘라내었다. 호랑이는 주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까마귀 떼를 신경 쓰지 않고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끈을 잘라낸 주몽은 재빨리 화살을 시위에 얹었다. 하지만 단 한발의 화살로 호랑이를 쓰러트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단 한순간을 노리면 가능하다!'
주몽은 시위를 당기며 호랑이가 달려들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랑이도 주몽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탓인지 쉽게 덤벼들지 않았다. 순간 까마귀 떼가 푸드덕 소리를 내며 흩어졌고 호랑이가 몸을 날림과 동시에 주몽은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호랑이의 입속으로 정확히 들어가 박혔다. 호랑이는 괴로움에 온몸을 비틀었고 앞발로 주몽의 장딴지에 상처까지 내었다. 주몽은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어 호랑이를 피했다. 깊숙이 박힌 화살은 호랑이의 목구멍 깊숙이 피를 토하게 했고 생명을 앗아갔다. 오이 일행이 주몽을 찾아낸 것은 모든 상황이 끝난 직후였다. 주몽은 별일 아니라는 듯 호랑이 옆에서 상처를 싸매고 있었다.
한편 대소는 금와왕의 앞에서 사냥한 짐승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꿩이었고 사슴이 한 마리, 그리고 주몽에게서 빼앗은 큰 멧돼지가 한 마리였다. 그나마 꿩 몇 마리는 몇몇 아부에 능숙한 귀족들이 대소왕자의 활에 맞았다며 보탠 것이었다.
"대소왕자는 좀더 사냥 기술을 연마해야겠구나. 허나 저 멧돼지만은 참 큰 수확이다. 이번 사냥에서는 맹수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유감스럽군."
대소는 머리를 조아리며 내심 기뻐했다.
"더 이상 사냥터에서 돌아온 사람이 없다면 이번 사냥은 이것으로…."
금와왕은 막 말을 마치려다가 멀리서 다가와는 주몽 일행을 보고선 놀라워했다. 사슴 세 마리, 멧돼지 한 마리, 호랑이 한 마리가 실려 오고 있었다.
"이는 모두 주몽공자께서 잡은 것입니다."
오이의 설명에 금와왕은 기꺼워하며 주몽을 칭송해 마지않았다. 대소왕자는 붉게 얼굴이 상기된 채 주몽을 노려보았지만 주몽은 그런 대소를 모른 채 하고 있었다. 주몽일행이 금와왕 앞에서 물러나자 대소는 하인을 시켜 마가의 지위에 있는 신하 저여를 한쪽 구석으로 불러내어 뭔가를 속삭였다. 곧 저여가 금와왕 앞으로 가 얘기했다.
"이번 사냥을 보니 주몽의 가까이에 불손한 무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왕께서는 깊이 생각해 보셔야 할 일입니다."
금와왕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저여를 가까이로 불러내어 말했다.
"실은 짐도 이를 탐탁찮게 여기는 바요. 뭔가 방법이 없겠소?"
저여가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는지 즉시 대답했다.
"주몽에게 하찮은 일을 맡겨 그 뜻을 시험하며 저 무리들을 지켜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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