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쥬쿠 역 안 에서 보이는 주황색의 JR중앙선이 가장 자살자 수가 많은 선이며 두번째가 오른 쪽 초록 색 야마노테센 ⓒ 안호진
동경에 사는 사람은 1년에 몇 차례는 기차 시간이 늦어 회사에 지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운이 좋으면 몇 차례로 끝나지만 심하면 10일 이상도 지각할 수 있다.
지각의 이유는 전차 투신 자살이다. 동경 주변권 JR철도에서만 연간 200건 전후의 투신 자살이 일어난다. 거미줄 같은 사철을 전부 합하면 그 수는 배에 가까워 질지도 모르겠다.
전차 투신자살 선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선은 JR 중앙선인데, 중앙선을 이용하는 통근객은 특히 더 많은 지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앙선이 많이 이용되는 경우는 이 선이 특급이 많아 주행 속도가 있고 또 작은 역에서는 서지 않고 통과하기 때문에 자살자들이 열차의 스피드에 끌려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JR선의 투신 자살 건수가 너무 많아 JR에서는 샐러리맨들의 지각에 대비해 열차 연착 이유서까지 상시 준비해 발급하고 있다. 개찰구에선 역원들이 나와 연착이유서를 나누어 준다. 이유서에는 연착 이유를 인신사고(人身事故)로 설명한다.
▲쉬브야역내 만원풍경이다. 역내에서 붐벼 선로로 추락하여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한다 ⓒ 안호진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역 구내 방송에서 인신 사고에 의해 열차가 연착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을 들은 경험이 몇 번씩 있을 것이다. 그 인신 사고라는 것은 대부분이 투신 자살에 의한 열차 연착이라고 보면 된다. 동경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단순 사고로 이해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 JR 기관사가 있었다. 현재 신쥬쿠역에서 근무를 하는 분인데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운전중 자살하는 광경을 본 경험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얘기했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투신할 때 열차의 맨 앞에서 운전했거든요. 그 사람이 철로에 뛰어들 때 내 눈과 자살자의 눈이 마주쳤어요. 그때 그 기억으로 몇 년간 그 눈빛에 시달려 고생을 했지요. 죽는 사람도 불쌍하지만 기관사들도 차량 맨 앞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살자의 눈과 마주치는 경험을 합니다. 기관사도 그런 비참한 경험을 해야 하니 쉬운 직업도 아닙니다. 특히 동경권역의 기관사는 특히 더하지요"
▲플랫홈입구로 들어오는 전차는 시속80Km정도라한다.역내 자살자의 대부분은 플랫홈 입구에서 투신한다고 한다. ⓒ 안호진
1998년부터 5년간 연 자살자 수가 매년 3만명 넘어
99년에 3만3200여명, 2000년에 3만1957명, 2001년에 3만1042명으로 5년간 자살자 수가 15만 명을 넘기고 있다. 15만명이란 숫자는 충북 제천시의 2001년 총인구인 14만5317명 보다도 약 1만여명이 더 많은 숫자이다.
일본의 그 유명한 1995년의 고베 지진. 수 천년 만에 한 번 찾아 왔다는 세계적 규모로 일어난 직하형(直下型)지진에서 사망자 수가 5420명이었다.
세계를 진동시킨 9.11 무역센터빌딩 비행기 충돌 사건에서 사망자가 5000여 명이었다. 5년간 15만 명이란 자살자 숫자는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인 것이다. 사이비 종교에서 이 세상이 말세란 말로 사기를 쳐도 어쩔 수는 숫자이다.
사람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까?
2000년의 자살자들의 유서 9682통으로부터 그 동기를 보면 가장 큰 원인은 건강 문제로 전체의 41.1%를 차지했다. 첫번째가 경제적 문제로 30.2%를 차지한다. 자살 동기 중 경제적 요인이 전년도에 비해 5.3% 증가하였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중소 영세업자들과 자영업자의 자살이 증가해 경제의 불안과 자살과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도의 자살자 중에 성 비율은 남자가 71.1%이고 60세 이상이 가장 많은 34.4%, 50대가 25.8%, 40대가 15.1%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