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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암산 중턱에 있는 금오산성 서벽. 성벽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
ⓒ 최연종

용암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 곳곳에 무너진 성벽을 쉽게 볼 수 있다. 몽고 성지(城池)로 불리는 금오산성(金鼇山城)이다. 금오산성(전남 문화재 자료 제118호)은 한천면과 춘양면의 경계에 있는 용암산 정상 주변에 있다.

산성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용암산장을 따라 난 임도를 타고 가면 뚜렷하게 남아있는 성벽을 만나게 된다. 용암산장을 지나 10여분쯤 지났을까, 임도가 끝나면서 등산로 표시지점에 이르면 돌탑이 나오는데 왼쪽길로 접어들면 정상으로 향하고 곧장 샛길로 오르면 산성이 나온다. 산성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어서인지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성벽을 지나치기 쉽다.

금오산성은 성벽 양쪽에 성을 쌓아 튼튼한데다 성안에는 우물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성은 대부분 훼손됐지만 60여미터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으며 실제 길이는 1.6km 내외. 성벽 가운데 가장 뚜렷이 남아 있는 곳은 춘양면 부곡리와 접한 서벽으로 높이가 3m나 된다. 능주의 주성(主城)인 비봉산성, 그 바깥성인 예성산성과 함께 능주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몽고성지로 전하는 것을 보면 몽고 침입 때 쌓은 성으로 추정된다. 병자호란(1636) 때 다시 쌓았다고 하며 이 곳에 군량미를 비축해 놓고 군사훈련을 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 불암사에 있는 자라바위
ⓒ 최연종

용암산의 옛 이름은 금오산(金鼇山)이다. 금자라가 하늘에서 죄를 짓고 용암산 기슭으로 쫓겨온 뒤 끝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위가 됐다는 전설에서 나왔다. 용암사 입구에서 금오산장으로 난 임도를 타고 올라가면 불암사(佛岩寺)가 나온다. 경내에는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풍경소리가 그윽하다.

불암사 기슭에는 자라 한 마리가 머리를 쳐들고 법당을 향해 기어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는 자라바위가 있다. 자라바위 주변에는 8폭 병풍바위가 둘러쳐져 있는데 마치 나한상을 닮았다. 불암사 주지 법공(法空) 스님은 “불암사는 나한 도량으로 불리고 있는데 기도를 열심히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들고 있는 듯한 형국으로 기(氣)가 모여드는 곳”이라고 귀띔해 준다.

▲ 불암사 대웅전 뒷켠에 있는 용암바위
ⓒ 최연종

불암사가 있는 터에 원래는 옛 용암사가 있었다. 불암사 대웅전 뒷켠에 수직으로 치솟은 바위가 하나 있으니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용암(聳岩)바위다. 도선국사가 용암산에서 절터를 물색하던 중 용암사 터가 명당이긴 하나 한가지 마음에 걸렸다. 절터 앞이 휑하니 비어 있어 이 곳에 바위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레 동안 치성을 들여 기도하니 마침내 바위가 치솟아 이 곳에 용암사를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 불암사 건너편에 있는 관세음보살 바위
ⓒ 최연종

불암사는 해남 대흥사의 말사(末寺)로 200여년 전만 해도 8개의 암자를 거느린 채 여러스님이 수도를 할 정도로 꽤나 큰 도량이었다. 1987년 현산(玄山) 스님이 옛 용암사지에 사찰을 새로 짓고 이름을 불암사로 고쳤다. 불암(佛岩). 부처바위라는 이름에서 보듯 절 건너편 산에는 관세음보살 바위가 불암사를 향해 합장하듯 내려다 보고 있다. 마치 어려움에 처한 중생들을 구제해 주려는 듯 자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영낙없는 부처바위. 이 바위를 향해 기도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 신도들이 합장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금자라의 전설을 간직한 금오산과 관세음보살바위와 나한상으로 어우러진 불암사. 그 곳에는 몽고에 항전한 선현들의 충정과 부처님의 자비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군민신문>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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