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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도둑이야기>의 늙은 도둑 명계남
<늘근도둑이야기>의 늙은 도둑 명계남 ⓒ 공연기획 이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이라크 전쟁 반대를 공식적으로 표명해 화제가 됐다. 외국의 경우 연예계의 유명인들이 정치적, 사회적 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일부는 정당에 가입하기도 한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로버트 레드포드를 비롯 마틴 쉰, 새뮤얼 잭슨 등 100여명의 유명 배우들이 전쟁 자제를 부탁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정치를 깨끗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유명 연예인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저 정권의 노리개처럼 각종 행사의 노래를 부르거나 사회를 보면서 군사정권의 나팔수만을 했을 뿐이다.

<박서방> <마부>로 유명한 영화배우 김승호는 자유당시절 이승만을 지지하는 연설을 해 4.19 이후 잠시 활동을 접은 적이 있었고, 87년 6월 10일에는 MBC 방송의 <일요일밤의 대행진>을 진행하던 개그맨 김병조는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통일민주당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당'이라는 말로 구설에 휘말린 것은 잘 알려진 예이다.

명계남 인터뷰 / 한상언 기자

그러나 이제는 연예인들이 단순히 행사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심지어 선거에 깊이 참여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 노사모의 명짱 명계남이 있었다.

그는 연극배우로 시작해서, 광고제작, 연극제작, 영화배우, 영화제작자로 다방면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이스트필름의 대표로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제작하는 한편 언론개혁운동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17일 동숭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늘근 도둑 이야기>의 늙은 도둑 명계남이 기자 회견을 가졌다. 대선 기간 중 노사모를 이끌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서 그런지 연극 공연치고는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그는 조선일보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조선일보 안 오셨죠. 이번 연극은 조선일보에 보도자료 안내고 하는 첫 번째 연극입니다. 제가 연극 제작도 많이 했지만 까놓고 말씀드리자면 조선일보의 의존도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조선일보의 문화를 이용한 전략이 상당히 주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공연하는 후배 배우를 의식해서인지 상대 배우를 설명하는 배려를 했다.

"같이 하는 배우 아십니까? 박철민이라는 배우. 80년대 운동권 집회에서 민주 대머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명사회자 출신입니다. 제가 연출자에게 추천했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중
인터뷰 중 ⓒ 한상언
- 연극 러브콜은 <늘근 도둑 이야기>가 처음인가?
"어디서든 하자고 한 것은 이 연극이 처음이다. 여기는 식구니까 하자고 한 것이다. <늘근 도둑이야기>는 차이무에서 올해 '생연극시리즈'로 기획되었다. 기획자인 이상우씨가 언제 한번 다시 하자 그랬다. 명계남이 좀 뜨기도 했으니까 써먹으면 손님이 좀 올지도 모른다. 노사모가 8만명이니까 8만명이 오지 않겠는가.(웃음) 어디서 출연요청이 잘 안 온다."

- 출연 요청이 잘 안 온다고 하는데?
"문성근이랑도 이야기했었는데, 우리는 이미 엔터테이너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왜냐하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대중매체에서 '저 꼴통들'이라고 한다. 시청자나 관객들이 편안하게 보겠는가.

강준만 교수의 책에서 엔터테이너는 '어떤 수준의 시청자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백지상태의 가벼움으로 그 이미지가 포장되어 있어야 강한 마력이 된다'고 한다. 나는 이미 그것을 상실했다.

조금 전 식사하면서 본 <전파견문록>에서의 조형기씨의 역할은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가족오락관>이나 추석, 설날에 한복 입고 까부는 역할은 나에게 많이 들어오던 것이다. 그런데 한 몇 년 전부터 딱 끊어졌다.

<눈사람>에 출연하게 된 것은 이창순 PD와 작품을 함께 한 적이 있고 그때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이 PD가 선거 두 달 전 저에게 출연 요청을 했다. 언제 찍느냐 물었더니 11월 달에 찍기 시작한다고 했다. '난 못한다' 그랬더니 '형 부분은 대선 끝나고 결과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게 하겠다'해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솔직한 얘기로 이제 엔터테이너로서 끝났다."

- 시청자들은 부담 없이 생각하는데 방송국에서 민감하게 보는 것 아닌가?
"제가 TV를 봐도 그렇고 엔터테이너는 가벼워야 된다. <박하사탕>에서 이창동 감독이 왜 설경구, 문소리 같은 무명을 캐스팅 했는가? 기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나오면 수용자가 그 드라마에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벽이 생긴다. 그래서 그때 제작자인 저와 이창동 감독은 관객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기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무명을 선택한 것이다.

누가 TV에 나오면 쟤는 누구 지지했던 애, 이렇게 보는 것과 그냥 포도씨 뱉어가며 누워서 TV보면서 낄낄거리는 것과는 밀도가 다르다. 누가 좋아하겠는가? 나는 이해한다."

ⓒ 한상언
-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다르다. 예전에는 성형수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12월 22일 이후에는 5천에서 1억만 돈이 모아지면, 로또가 당첨되면 얼굴을 갈 생각이다. 매우 불편하다.

그 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면 신나 했었다. 애들부터 할머니까지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의 다 전폭적인 지지층이었다. 그런데 이제 반쯤은 떨어져 나갔다. 제가 한 행위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생긴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생겨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저 놈은 이렇고 이런 사람이니까 이럴 거야'라는 식으로 저를 덧씌어서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놈이다.

예전에 그냥 유명한 웃기는 못된 역 하는 배우였을 때는 지방가면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다르게 본다. 어떻게 하겠는가. 저지른 일인데. 유쾌하지만은 않다."

- 그간 인터뷰를 많이 삼갔는데
"제가 그간 인터뷰를 안 했다. 더구나 제가 종이매체들과의 관계가 있고 언론과 관련해 제가 공부하는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삼갔다.

방송매체에서 대중적, 선정적 방향 때문에 개인적으로 피해를 봤다. 예를 들면 <박하사탕> 개봉시 설경구가 어느 연예프로그램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영화 개봉시 주인공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해 노래부르지 않고 개봉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박하사탕> 때 설경구는 어느 데스크에서도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 <연예가 중계>를 비롯해서 연예프로그램에 무슨 스크린쿼터에 관한 인터뷰라도 거절하고 안 했다.

그런데 이제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이미 저에 대한 평가는 제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나름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별수 없다."

- 설경구가 방송에 나가고 싶어했는데 못 나간 것인가?
"제작사 측에서 하는 일이 홍보하는 일 아닌가? 영화 홍보할 때 <이소라의 프로포즈> <연예가 중계> 이런 방송 매체에 프로그램 세팅을 한다. 방송기자나 PD측에서는 하려고 해도 데스크에서 재미가 없으니까 안한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나오는데 누가 재미있어 하는가? 그러더니 <오아시스> 때는 데려가려고 난리가 났다."

- 설경구씨를 방송 오락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별로 없는데.
"꽤 비쳤다. 더구나 지방 관객들은 TV에서 홍보가 안 되는 영화는 전혀 보지 않는다. 지방의 대중매체 수용도가 굉장하다. 그래서 영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심각하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서, 연극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신문에서 안 써주면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 매체도 연극 쪽에서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시도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제가 연극 제작, 기획을 해봤고 더군다나 광고쟁이 생활도 했고, 시장 접근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먹고살았던 놈이기 때문에 진짜 부탁을 드린다. 영화는 산업인 동시에 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지 가지고 놀기가 좋지만 연극은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키워주지 않으면 안 된다."

- 몇 년만에 무대에 다시 서는가?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5년만이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섰는데 <박하사탕>때부터 무대에 못 섰다. 연극을 하려면 최소한 공연 두 달, 앞 뒤 빼면 서너 달은 다른 것은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하고싶은데 못했다."

- 노사모 활동에 관해서.
"노사모 회원인데 회원이 접고 말고 할 것 있는가? 찌라시 신문들이 노사모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나본데 사이버상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것이다. 단지 회원들의 시각 차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해체하고 없어지자, 다른 사람은 사이버상에서 놀면서 본래의 마음을 가꾸어나가자 하는 논의들이 나오는 것이다. 인터넷 모임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자발적이기 때문에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느 개인이, 예를 들어 제가 한때 2년간이나 회장을 했다고 해서 노사모의 성격이나 현재 입장을 설명할 입장도 안되고 설명할 방법도 없다. 다 자발적이고 계층도 다른 조직이라서 그렇다. 각성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라는 표현이 노사모 회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인데 이것이 정확하다. 느슨한 연대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는가?
"제가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지지활동 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그랬다. 거기까지 이해가 된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 정치인을 지지한 사람이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든지 아니면 그 정치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다들 그렇게 본다.

저도 국민의 한사람이니까 정치적인 행위나 발언을 할 수 있고 한 것이다. 정치적인 것에 대해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이상하고 더럽게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이 많이 깨진 것 같다. 참여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누가 나의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한쪽에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동인을 제공했다고 봐진다. 제가 애초에 안 했으면 안 그랬겠죠.

짜증나고 답답한 얘기지만 가까운 친구 연예들이나 유명 배우들 중에서 '같이 하자' 했을 때 '나는 그런 것 안해' 하는 연예인들 욕했다. 그 친구들 지금 이미지도 좋고 돈도 잘 번다. 자기 할 노릇 다하고 숨어서 투표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처럼 그 친구들이 사회적 문제에 더 발언하고 더 참여하고 더 활동하면 잘 깨닫지 못하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정치에 관여하거나 느낌을 갖는 것을 백안시하고 더럽게 여기는 사회 풍토에서 저를 그렇게 보는 것도 아마 당연할 것이다. 이문열 같은 지성까지도 대선 직전 제 이름을 직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저들이 이제 제도권으로 진입해서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뭐 이런 엇나간 예측을 하지 않았는가."

ⓒ 한상언
- <늘근 도둑 이야기>에 출연하게 된 느낌?
"아주는 아니고 연극을 5년 쉬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예전사람들 만나서 일한다. 특별하게 대단한 자기선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로서 무대에 들어가면 아무도 손을 못 댄다. 조선일보도 나를 씹을 수 없고, 어느 빚쟁이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무대에 있는 나이다. 이창동이 아주 부러워한다. 무대 위에 가면 배우는 건드릴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신이 난다.

영화나 텔레비전 연기와는 달리 연극 연기는 관객과 직접 만난다.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하기 때문에 굉장한 큰 체험이다. 관객과 만나는 떨림은 대단하다. 영화배우 한석규가 개봉 날 느끼는 것과는 게임이 다르다. 텔레비전에서 시청률 60% 올라가는 야인시대 하고 또 다르다.

매번 공연이 다 다른 공연이다. 3월 2일부터 4월 27일까지 공연을 하겠지만 엄밀히 이야기한다면 그 모든 공연이 다 다른 공연이다. 제가 똑같이 할 수 없고, 똑같은 느낌일 수도 없다. 이게 연극이 가지는 매력이다. 그날 모여드는 관객들과 기를 나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이것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전혀 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 <눈사람> 이번 수요일 날 방영할 것을 찍으러 가야한다. 그것과 전혀 다르다. 그것은 자판기처럼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서 뒤에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고 연기를 할 것이다. 그것과는 다르다."

- <늘근 도둑 이야기>가 정치 코미디인데 이 연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특별한 계기는 없다. 재미있는 연극이다. 예전에 내가 출연했었다. 정치코미디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놀이로서 연극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렇게 접근을 하면 보는 분들이 부담 없이 신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작품보다도 연출자와 같이 하는 그룹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은 집단작업이기 때문에 대게 그렇게 한다. 제가 해보고 싶다고 해서 국립극단의 어떤 작품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은 살을 섞어야 하기 때문에 친밀도가 높은 사람들끼리 작업을 하는 것이 편하다. 작품선택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따지고 보면 배우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극단에서 이거 같이 하자 하면 하는 것이다."

- 오후 8시부터 새벽까지 연습하는데 그 이유는?
"명계남이 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도 알고, 요즘에는 나이까지 먹어 새벽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집중도도 높고 해서 밤에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그렇게 잡은 것 같다.

제가 바쁘다고 하는데 다른 것이 아니다. 영화사를 챙겨야 하는 일이 생활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크다. 저는 영화사의 사장이고 직원들 월급을 주어야 하고, 다음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야 하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유치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은 바쁘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그냥 루틴하게 버려져 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언론개혁운동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과 논의하고 공부하는 일들이 있을 정도지 시간에 쫓기거나 약속이 있거나 국회인들처럼 조찬미팅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

그리고 <눈사람>이 두 주 더 촬영해야 한다. 그것이 언제 촬영이 잡힐지 모른다. 텔레비전은 시간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연습시간을 이때로 해놓는 것이다. 다른 배우나 연출자, 스태프들이 고정된 연습시간을 두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이렇게 정했고 저도 대 환영이다."

<늘근도둑이야기>의 명계남과 박철민
<늘근도둑이야기>의 명계남과 박철민 ⓒ 한상언
- 하마평에 오르내리는데 공직에 오르는 것을 스스로 차단해 놓는 이유는 무엇인지.
"공직에 거론된다고 하는데 한번도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다 언론에서 하는 것이다. 제의나 받아봤으면 좋겠다.

공직은 저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다. 공인을 영어로 찾아보니까 퍼브릭 펄슨(Public Person)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공인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공인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서 봉사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성직자, 스님, 목사, 신부, 교직자, 공무원, 정치가 그런 사람이 공인이다.

저는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못된다. 굉장히 이기적이고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능력이 부족하다.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그런 공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잘 알고 있다. 내가 문화계에 있고, 노무현을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을 때 노사모를 이끌었고 하니까 그 이미지로만 보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을 거의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고 최측근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5명 이내의 사람들과 노무현 당선자를 만난 적이 지금까지 4번 정도도 안 된다.

정치는 제가 못한다. 신문에도 났다. 친자확인소송도 많이 들어오고. (웃음) 제가 게으르고 뿌린 것도 많다. 청문회 통과할 자신이 있다면 한다. 저는 참여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과정을 통해서 느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으면 한다. 그러나 공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게으르고 영화도 만들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못한다.

다만 일반 시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에 힘을 보태는 일을 한다. 특히 제가 얼굴이 잘 알려진 딴따라라면 할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저와 같은 얼굴이 필요할 때 제가 가서 얼굴을 나타내 주면 그 고생하는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동력을 받고 그들의 운동이 대중으로 가는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위 유명한 사람들이 그런 일을 안 한다. 어디 한석규 같은 사람이 그런 일 하는 것 보았는가. 그런 사람들은 공인도 아니고 생각도 없다.

스크린쿼터 운동을 했을 때 제가 감동을 받고 의식이 깨우쳐졌다. 사십여개의 시민 사회단체와 영화를 일년에 한편도 볼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까지, 이 문제는 문화주권문제라고 해서 시위에 동참해 주었다. 그런데 일용직 노동자들 문제나 외국인노동자 문제 때문에 어디서 바자회 한다고 해서 유명한 연예인 한, 두 사람 와서 사인회 한, 두 시간 얼굴 비치면 그 고생하는 30만원 50만원 받고 일하는 자원 봉사자들과 이 운동이 대중으로 가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는가. 그런데 가는 연예인들이 하나도 없다. 혹시 제가 그런데 쓰여질 때가 있다면 앞으로 그런 것 하는 것이고.

언론개혁은 이번 선거 과정을 바라보고 관심 있게 쫓아 다녀보니까 어느 사회에서 정치 시스템을 결정하거나 어느 정치지도자를 뽑는 것 보다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깨닫고 자각한 것이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를테면 KBS사장이나 그런 것 하면 좋겠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할 수 없다.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저는 시민으로서 홍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문사 하나 만들고 싶은데 그것은 돈이 없어 안 된다. 그런 차원을 하는 것이다.

정치는 어렸을 적에 누구나 마찬가지로 대통령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이 살면서 바뀌어 20대 거치며 딴따라가 됐다. 무대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서 내 몸뚱아리로 표현하는 일을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하다보니까 배우는 자기가 혼자 기다려서 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니까 욕심이 많아 연극제작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연극보다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가 영화라고 문성근이가 옆에서 꼬셔서 영화를 했다. 영화를 하면서 이것은 정말 중요한 매체구나 느꼈다. 그래서 남들이 되도록 안 만들고 남들이 만들기 힘들어하는 영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이창동이가 영화 만들면 잘 만들 것 같아서 같이 영화사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 일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정치를 어떻게 하겠는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어떤 후보자의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그의 능력이나 자질이나 인생관하고 관계없이 어떤 일을 맡아야 되겠는가. 그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전혀 그런 것이 거론된 바도 없고 초기부터 그런 것을 언명하고 했다. 문성근과 저는 지난 2년반 동안 전국의 대학을 200군데를 다니며 '안티조선'과 '정치참여', '투표참여'에 대한 강연을 했다. 그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제 생각에는 문성근이는 하면 좋은데 걔도 안한다고 그랬다. 그놈은 나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일도 잘하고 똑똑하고, 그리고 연기를 나보다 못하니까 그것이나 하면 좋을텐데 안한다고 한다."

<늘근도둑이야기>의 세 배우(좌부터 박철민, 최덕문 명계남)
<늘근도둑이야기>의 세 배우(좌부터 박철민, 최덕문 명계남) ⓒ 공연기획 이다
- 2003년 이스트필름의 계획
"다른 감독들 작품을 안 하냐 하는데 준비중이다. 첫 번째로 방은진이라는 여배우출신 감독이 우리회사에서 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손질중이다. 제목이 가제인데 아직 안정해졌다. <첼로>라고 하는 것 같다.

돈버는 영화 한, 두개 시나리오 개발중이다. 처음에 제작사에서 하는 것은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되면 감독과 배우를 정하고 투자자를 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회사가 얼마나 유력한 시나리오와 감독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방은진 감독과는 2년째 그 프로젝트에 매달려 하고 있으니까 올해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자기 머릿속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니까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저기 있잖아, 내가 이거 하려고 하는데’ 하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냥 기다리고 있다."

- <늘근 도둑이야기> 초연 시 박광정, 유오성과 같이 했다. 초연과 어떻게 달라지는가?
"연극을 보면 알겠지만 극을 두 명의 도둑이 끌고 간다. 먼저 저와 했던 배우는 박광정이고 지금 제 상대역은 박철민이다. 두 배우의 캐릭터가 조금 다르다. 그 차이다. 박광정이란 배우는 흐물흐물하고 반면에 박철민은 파워 있는 배우다. 전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먼저 보셨던 분들이나 비교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배우와 앙상블 맞추는 것이 관점이다.

제가 이 배우와 하고 싶었고 이 배우도 계남이 형이랑 언제 하자고 늘상 말했던 배우고 하니까 재미있게 될 것이다. 연습해보니까 재미있더라. 박광정하고는 좀 다르다. 전혀 다른 작품이다. 대본과 달리 매 공연에 애드립이 많을 것이다. 기본 틀거리 안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다. 박철민이 제가 자유롭게 하는 것만 연습과정에서 좀 맞추면 아주 다를 것이다. 공연 한 달 정도하고 한 4월정도 되면 아주 기가 막힐 것이다. 무대에서 계남이 형이 어떻게 할지, 오늘은 무슨 수작을 새로 만들어 낼지, 이 친구가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태로 올라가서 붙어야 하니 아주 긴장하게 된다."

- 현재 연습은 얼마나 했는가?
"연습을 그 동안은 뜸뜸이 했다. 이 프로젝트가 결정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극단에서도 1년간 생연극시리즈를 동숭아트센터에서 하는데 어떤 작품을 순서로 할지, 박광정과 다시 할지도 기획했다가 박광정 스케쥴 때문에 변동이 됐고. 저도 바쁘고 박철민씨도 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틈틈이 했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밤새워 하려고 한다."

ⓒ 한상언
- 살아온 것을 보면 하나의 일을 성취하면 다음에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온 것 같다.
"우리집 가훈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자'이고 밑에 속된 행동강령이 '저지르자'이다. 우리 애가 23살, 19살인데 애들한테 '너 이렇게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라고 이 나이 먹은 아버지인데도 뭐 적어놓은 것도 없고 깨달은 것도 없다. 단지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네가 책임져라. 네가 하고 싶어서 했으니까. 이 말은 지금 나한테도 유효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영화 제작자로서 상을 받아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빚을 몇 억 씩이나 지고 있으니까 프로듀서로서 실패한 것이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것을 접어야 한다.

이를테면 오늘 동아일보에 난 유력한 제작자들 중에 제가 끼지 못했다. 작품성 있는 작품을 잘 만들 것 같은 제작자에 겨우 4위에 머무를 뿐이다. 제가 영화 프로듀서로서 영화산업 매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창동이라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영화 감독의 영화를 전부다 제작한 제작자라는 것 때문에 영화판에서 편승해서 이미지가 올라간 제작자일 뿐이지 제작자로서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자로서 그만 두어야 옳다.

탤런트와 영화배우로서 배우, 관객의 수용층이 20대 초반 혹은 10대 후반인 판에서 배우로서 스타덤에 올라간다는 것은 20대 초반의 배우여야 한다. 50대의 배우는 단역이나 조역밖에 할 수 없는 경우에서 배우로서 삶이 뭐가 있겠는가? 이것은 유효한 장래가 아니다.

시민운동가? 돈 벌기 힘든 일이다. 노무현이 거의 40대 되서야 눈을 뜨기 시작한 것처럼 저도 늦게 스크린쿼터 하면서 내가 사는 것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사는 것도 들여다보면서 살아야 된다는 것을 5-6년전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얼마나 거기에 헌신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생각나는 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직업이 되고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이 돈도 벌리는 것이라면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가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제 짝꿍 하나가 5학년 때까지 이름도 못썼다. 걔는 밖에만 나가면 야구를 그렇게 잘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전국대회를 몇 번이나 우승하고 했다. 그 친구는 훌륭한 프로야구 감독이 되어 이름만 들으면 아는 사람이 됐다.

그 친구가 공부 못하고 유리창만 깬다고 야단만 맞았지만 야구하는 것이 취미였고 그것이 신났다. 그런데 그것으로 돈벌어서 성공하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집도 사고 그랬다.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것이다.

박남정이만 나오면 노래부르고 좋아하던 애가 부모한테 야단을 맞아가면서 가수가 됐다고 치자. 그러면 성공한 것이다. 노래 부르다가 먹고살고 돈도 벌고 CF도 출연하면 성공이다. 그것과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의 의사와는 달리 법관이 되거나 의사가 되어야 한다거나 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따로 취미를 가져야 한다. 사법시험을 통과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판사가 된 친구는 어렸을 적 플룻을 하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젊은 판사는 재판이 끝난 다음 플롯을 즐기는 다른 생활을 가져야 된다. 내 말은 그것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도전한다는 것은 좋게 표현한 것이고 제 식으로 표현한다면 줏대가 없는 것이다. 뭐하나 크게 한 것이 없다. 무엇이든지 한가지 일을 10년 하면 뭐가 되도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게 없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깊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 한상언
- 현 정부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민주화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한국영화를 성장시켰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해서 김대중 정부의 성과이다. 예컨대 < 공동경비구역 JSA >는 전두환 정권 때 나왔으면 국가보안법 감이다.

새 정부들어 과제는 세계무역기구의 통상개방 압력에 맞서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것이 과제이다. 아직 영화가 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했고 지금에야 시작되고 있는데 오락 영화만 양산되다 보면 자칫 홍콩처럼 영화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

- 관객에게 한마디
"마음 편히 오셔서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한다. 명계남 보러 오신 분들이 있다면 요즘 모습 말고, 명배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연극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늘근도둑이야기>
공연기간 : 2003. 3. 1 ~ 4. 27
공연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문의전화 :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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