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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학기 등록금 207만100원. 2003년 1학기 등록금 261만500원.

군복무 등으로 빚어졌던 공백을 마무리짓고 복학을 준비하고 있는 필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3년간 무려 54만원이나 오른 등록금이었다. 등록금 고지서가 발부되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4년간 32.5%, 80만원 인상 -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라는 총학생회의 선전물을 보며 설마 했는데, 곰곰이 더듬어 보니 2000년 1학기 등록금도 전년도에 비해 20만원 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필자의 경우 80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4년 동안 74만원이 인상된 셈이다. 그나마 필자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에 재학 중이어서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기본 액수가 400만원을 넘나드는 공학, 의학, 음악대학 학생들의 경우는 더하지 않겠는가.

지난 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3.8%로, 이는 2001년 8월 이후 15개월만에 기록한 최고치라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근거한 유가 불안정과, 설 명절 등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올해 발표된 서울대 6.9%, 연세대 10.0%, 성균관대 6.4~10.0%, 목원대 7% 등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더욱이 이러한 등록금 관련 문제의 결정은 학교 본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등록금 소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등록금 산정 과정에 학생측의 참여 통로를 확보하려 했던 노력이 일부 학교에서 진행되었으나 대부분 무산되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단행된 결정이 다수 학생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란 어려울 것이기에, 3월 개강 이후 각 대학의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등록금 투쟁의 전개는 올해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생 단체들의 모임인 교육학생연대는 최근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50여개 대학에서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경우는 '민주 분납'이라는 방법을 통해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에 동참할 것을 학우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연세대는 가계가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 기간에 등록금의 반액 정도만 내고 우선 등록을 한 다음 개강 후 한 달을 전후하는 시점에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게끔 하는 분납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민주 분납'은 이러한 학교측의 제도를 십분 활용하여 '등록금 인상 반대'를 명분으로 분납에 참여하는 학생을 늘리려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민주 분납 방식은 기간에 대표적인 등록금 투쟁 방식이었던 '민주 납부'(인상되기 이전의 등록금 전액을 학교 측이 아닌 총학생회에 납부하는 것)에 비해 미등록으로 인한 제적의 위험을 훨씬 덜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

연세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인 신동선씨(24)는 이와 관련해 "분납에 관련한 학우들의 열기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다만 지정된 기간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을 해야 분납을 할 수 있는데, 사전에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많아서 아쉬운 감이 있다. 아무튼 여기에 모인 학우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학교측과의 협상에 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등록금은 왜 이리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함을 학생들에게 납득시키려 하는 대학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년도 결산안 및 관련 세부항목', '전년도 등록금 인상분의 활용 내역' 등의 자료만 투명하게 공개되어도 학생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나, 다수의 대학이 자세한 내역을 담은 자료 제출은 거부한 채 '대외비', '신규 교원임용' 등의 검증되지 않은 이유 제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대학 전체 재정의 4.5%에 불과했기 때문에, 재단이 튼실하지 못한 대학은 운영의 상당 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전년도 이월금 및 재단 전입금이 매년 수백억에 달하는 재단이 운영하는 일부 대학조차도 매년 5~10%에 가까운 등록금 인상을 감행하는 것에까지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올해부터 사립대학 재정의 국고보조금 비율을 현행 4.5%에서 1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상반기 중 '사학진흥법'을 제정하여 안정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발표까지 내놓지 않았나.

일부 서구 사립대학의 살인적인 등록금에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아직도 싼 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학부제 속에서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대형 강의실에서 전공 기초 수업을 듣는 광경이 보편화되는 등 교육 환경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80만원 가까이 등록금이 오르는 동안 거의 변동 없는 장학금 수혜자의 수와 10~20만원의 인상에 그친 장학금 액수를 고려한다면 다수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비판적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 재정의 투명화와 등록금 산정에 있어서의 민주적 절차 확보가 해결책이다. 매년 반복되는 '기습적 등록금 인상과 학생 사회의 강력한 반발, 수차례 타협 끝에 도출되는 소폭 인상안'의 행태는 대학 당국이 학생회의 등록금 투쟁으로 깍이게 될 액수까지 감안한 채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생기게 할 정도로 하나의 공식처럼 고착화되었다. 이제 이런 비생산적인 대립과 소모는 종결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뉴스(www.unews.co.kr)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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