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고 멀리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이 춘삼월에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올 텐데 우리에게도 남북 평화의 따뜻한 훈풍은 불려는지 기대해본다.
이 3월엔 문화관광부에서 이달의 문화인물로 판소리 명창 이동백(李東伯) 선생을 꼽았다.
이동백(1866-1950)의 본명은 종기(鍾琦)인데 20세기 판소리 근대 5명창 중 한 사람이며, 중고제 판소리의 마지막 계승자로 일컬어진다.
이동백은 1866년 2월 3일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면 도만리에서 출생하였다. 이동백은 무속과 혈연관계에 있었던 창우집단(무가와 판소리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적인 공연부문인 ‘판놀음’ 중에서 노래를 주로 하던 집단) 출신이라고 한다.
이동백의 출신이 창우집단이었다는 점은 이동백이 음악적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해왔음을 말해준다.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났던 그는 열다섯살 무렵에 소리하는 이들을 따라다니며, 소리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중고제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김성옥의 아들인 김정근 명창의 문하에서 소리 공부를 하다가, 순창 출신으로 당대에 손꼽히는 동편제 명창인 김세종 문하로 옮겨서 몇 년간 배웠다.
또한 서편제의 시조로 알려진 박유전의 제자인 이날치(1820-1892)에게서도 소리공부를 하였는데, 중고제인 김정근의 소리를 가장 근본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흔히 그를 중고제 명창으로 부른다.
참고로 판소리는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 강산제 등의 유파로 나뉜다. 지리적으로 지리산 섬진강을 경계로 하여 동편인 남원, 운봉, 구례, 곡성, 고창, 진주 등에서 불린 소리를 동편제라 하고, 고창, 광주, 보성 등 서쪽지역에서 불리는 소리를 서편제라고 한다. 또 충정도 이북 지방의 소리를 중고제라 하며, 서편제에서 파생된 것이 강산제이다.
이 중 이동백이 불렀다는 중고제는 김성옥으로부터 시작되어 김정근, 김창룡 등이 계승한 것으로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지역에 전승된 소리인데, 그 개념이 모호하여 “동편제도 서편제도 아니다(비동비서:非東非西)'라고 말하기도 한다. 창법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절충형인 듯하나, 소리의 특징으로 보아 동편제에 가깝다.
이동백은 서른일곱 살 경인 1902년에 서울에 상경하였다. 그는 원각사에서 소리하면서 서울 무대를 장악했는데, 김창환, 송만갑 등과 창극 운동에 참여하였고, 이때 선배 명창 김창환의 주선으로 어전에서 여러 차례 소리를 하였다.
이동백에 대한 고종의 총애는 대단했다고 하며, 이동백의 소리를 듣기 위해 원각사의 소리 공연에 전화기를 귀에 대고 그의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 이동백은 고종에게서 당상관(堂上官)인 문관으로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의 벼슬을 제수 받았다.
이동백은 20세기 전반을 살다간 판소리 명창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판소리의 흐름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이다. 문화관광부는 3월의 문화인물로 이동백을 내세우며, 이동백 소리 인생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중고제는 20세기 전반까지 판소리 영역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하나의 독립적인 유파였는데 이동백은 중고제 명인으로 20세기 중반까지 그 명맥을 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소리들을 통해 20세기 이전의 판소리를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유성기 음반을 통한 그의 소리 는 판소리 연구에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둘째 그의 소리 인생의 의의는 공연집단인 경성구파배우조합이나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20세기 전반 판소리의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20세기 전반은 여러 근대 문물의 도입으로 판소리가 상업화, 대중화되던 시기였고, 공연 형태에 있어서는 1인 입창의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변화하던 때였다. 이 때에 이동백은 여러 단체들에서 활동하면서 판소리의 변화를 주도하였고, 후진들을 양성하였다.
그러나 이런 판소리분야의 중요한 업적뿐만 아니라, 그의 소리가 여전히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동백의 소리 인생의 큰 업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련한 기념행사로는 “이동백 기념 특별전시회”, “이동백 기념 창극 <효녀 심청> 공연”, “이동백 기념 사료집 발간 ” 등이 있다.
먼저 “이동백 기념 특별전시회”는 다음 달 3월 4일(화요일)부터 3월 30일(일요일)까지 국립국악원(☎02-580-3075)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판소리의 거장 이동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다음으로 전북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063-620-2324) 공연장에서 “이동백 기념 창극 <효녀 심청>”이 다음달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늦은 7시에 공연된다. 이 공연은 이동백이 즐겨 불렀던 ‘심청가'를 창극화한 것이라 한다.
또 이동백의 출생지 서천군(☎041-950-4017)에서는 4월부터 11월 사이에 명창 이동백과 관련한 “이동백 기념 사료집‘을 발간한다.
우리는 귀중한 우리 문화인 판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판소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를 깊이 새긴다. 그 한 복판에 서있던 이동백 선생을 이제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의 소리를 들어보는 기회를 갖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문화관광부 : http://www.mct.go.kr/
국립국악원 : http://www.ncktpa.go.kr/
국립민속국악원 : http://namwon.street.co.kr/kukak/kuk9.htm
충청남도 서천군청 : http://www.sochon.chungna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