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심판청구를 통하여 청구인(오마이뉴스-편집자)이 구하고자 하는 바는 피청구인(서울시 선관위)의 행위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하여 청구인이 의도하는 '열린인터뷰'를 개최하고자 하는 것인데,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에는 인터넷 상에서만 뉴스를 제작·게재하였으나, 그 이후 격주간으로 출판되는 주간지인 '오마이뉴스'를 발행하여 2002년 2월 14일 정간법상의 정기간행물로서 등록절차를 마침으로써, 청구인은 2002년 2월 20일부터 2002년 3월 5일까지 7차례 대선 예비후보를 초청하여 열린인터뷰를 개최하였으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을 이미 달성하였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그 구제를 받기 위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 사실관계의 변화로 말미암아 기본권 침해행위가 배제되어 청구인이 더 이상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적어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위해서는 본안에 관하여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재측은 "선관위의 저지 행위가 위헌인지 합헌인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판단할 여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판단 유보"...뜨거운 감자 비껴간 헌법재판소
이번 헌재의 결정은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 비껴가기'라고 할 수 있다.
헌재의 각하 결정은 선관위의 행위가 '합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합헌·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 그 이유는 <오마이뉴스>가 이미 열린인터뷰를 개최했으므로 설사 위헌 결정을 해도 아무 이익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헌재는 "설사 유사한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이 아니라 단지 위법성이 문제되는 경우"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헌법소원을 제시하고, 또 이후 열린인터뷰가 성사됐는데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건이 뉴미디어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낡은 법과 관행에 의한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 행위로 보았기 때문이다.
소송을 담당했던 김택수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헌재가 심판청구 이익까지 부정해서 각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뉴미디어의 언론자유 외연 확대와 관련해 헌법적인 판단이 중요한 시점인데 '정치적 사법기관'으로서의 헌재가 실체적 판단을 회피했다"면서 "포탈 사이트 등 동일한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 | 선관위의 <오마이뉴스> 습격사건? | | | 다시보는 1년전 이맘 때 | | | |
| | ▲ 지난해 2월 5일 열린인터뷰 참석을 둘러싸고 노무현 당시 후보가 선관위 직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사건은 2002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오마이뉴스>는 '대선주자 초청 특별 열린인터뷰'를 기획하고 2월 5일 노무현 당시 후보를 첫 순서로 잡았다. 이후 2월 8일 한화갑, 14일 김중권, 19일 이인제, 21일 정동영, 25일 김근태, 26일 유종근 후보 순이었다. 동영상으로 생중계 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2002. 2. 5 : 선관위 직원 50명, 열린인터뷰 실력저지
선관위는 진작부터 이 토론회에 대해 '불허'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는 2월 1일 보낸 공문에서 "대선 입후보 예정자를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하는 행위 및 이를 생중계 하거나 동영상물 등을 게시하여 불특정 다수의 선거구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는 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저촉된다"면서 행사 저지의 뜻을 밝혔다.
당시 이미 많은 오프라인 신문사·방송국에서는 일상적 보도활동의 일환으로 후보자 토론회를 열던 상황이었다. 선관위 주장의 핵심은 인터넷 매체는 정간법상 등록된 언론사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이에 불응하고 토론회를 강행키로 했다.
| ▲ 2002년 2월 5일 <오마이뉴스> 사무실 밖에서 열린인터뷰를 제지하기 위해 대기중인 선관위 직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월 5일 오후 서울 선관위 직원 50여명이 광화문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몰려왔다. 이들은 5층 편집국 앞부터 시작해 1층 로비, 에레베이터 앞, 주차장 입구 등에 서서 노무현 후보의 출입을 막았다. 논란 끝에 노 후보는 편집국에까지는 들어왔지만 결국 토론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날 사건은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인터넷 매체의 언론 여부'와 '시대착오적인 정간법과 선거법'에 대해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2. 2. 6 : 전국적인 선관위 앞 1인 시위
<오마이뉴스>는 선관위의 실력저지에 대해 즉각 "언론자유를 침해한 중대사안"으로 규정하고 다음날인 2월 6일부터 매일 낮 12시∼1시 한시간동안 서울 선관위 앞에서 항의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는 전국으로 번져갔다. 7일부터 부산·대구·광주·광양·대전 등에서 뉴스게릴라들에 의해 선관위 앞 1인 시위가 펼쳐졌다.
2002. 2. 7 : <오마이뉴스>, 헌법소원 제출
2월 7일 <오마이뉴스>는 서울 선관위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한다.
<오마이뉴스>는 선관위의 행위가 헌법 제21조 제1항 언론의 자유, 제11조 제1항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청구서를 통해 "정간법은 종이신문을 주축으로 한 올드미디어(old media)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인터넷 등 쌍방향의 뉴미디어(new media)에 관한 법률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수천만의 인터넷 인구를 자랑하며 정보화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관위의 이같은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2. 2. 8 : 여야, 조속한 정간법 개정 약속
2월 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인터넷신문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정간법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조속한 개정을 약속한다. 민주당 박종우 의장은 "2월에 검토해 4월 임시국회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나라당 박종우 의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간법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 ▲ 선관위 앞 1인 시위. ⓒ 오마이뉴스 이종호 | 2002. 2. 9 :
문화관광부 "오마이뉴스는 언론"
2월 9일 언론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오마이뉴스>에 대해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다.
문광부는 '인터넷 신문이 언론매체인지 여부'를 묻는 유권해석 의뢰에 대해 "그간의 보도내용과 사회적 역할 등을 감안해 볼 때, 오늘날 급속한 정보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라 정보통신을 이용하여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02. 2. 18 :
중앙선관위, 정간법·방송법 개정 촉구
2월 18일 선관위는 '반발짝' 물러선다.
중앙선관위는 전체 9명의 위원중 5명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통해 관련법 개정 전에는 인터넷 언론의 토론회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언론사와 공동으로 개최할 경우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2002. 2. 20 : <오마이뉴스>, '편법 토론회' 로 구시대적 법률 고발
<오마이뉴스>는 선관위 결정 다음날인 19일 오후 문광부에 오프라인 시사종합지 <주간 오마이뉴스>를 등록한다. 그리고 2월 20일 밤부터 3월 7일까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주간 오마이뉴스> 공동주최 형식으로 합법의 모양새를 취해 7차례 '대선주자 초청 특별 열린인터뷰'를 성사시킨다.
다른 오프라인 매체와 공동 주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편법적인 방식을 취한 것은 구태의연한 현행 정간법과 선거법이 하루속히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오마뉴스는 "지난 2년 동안 활발히 언론활동을 해온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막 등록해 창간호도 나오지 않은 상태인 <주간 오마이뉴스>는 언론으로 인정받는 현행 법 체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2003. 2. 27 : 헌재, <오마이뉴스> 사건 판단 유보
/ 이병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