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서울시내에서 상반된 대규모 집회인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과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열렸다.
1일 서울시내에서 상반된 대규모 집회인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과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열렸다. ⓒ 3.1사진공동취재단
[마무리 글]

'친미-구국기도회'와 '자주-반전 촛불집회'
민족자주 외쳤던 3.1절의 우울한 두 풍경


미리보는 1분 클립! - '반핵반김 3.1절 국민대회’ / 김정훈 PD

박홍 "똥 먹어라", 신혜식 "친북 똘마니들 엄단하라" / 김정훈 PD
시청앞'국민대회'에서는 북핵개발 규탄과 '친북세력'들을 향한 독설이...

“우리는 자주독립 위해 반미해야한다” / 김이연심 PD
"아직은 촛불을 끌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변한게 없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거리 곳곳으로 뛰어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친 그날. 그리고 그후 84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민족문제를 둘러싸고 두 개의 상반된 집회가 열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친미-구국기도회'와 '자주-반전 촛불 집회'.

이 두 개의 집회는 각각 3.1정신 계승이란 명목으로 열렸지만, 한쪽에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목놓아 외쳤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군의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두 여중생의 추모 촛불을 들고 불평등한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한 "자주"를 합창했다.

또 한쪽에서는 '북핵'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한미군 철수 반대를 강조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대 이라크전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면서 '평화 비둘기'를 날려보냈다.

시청 앞 광장과 여의도 시민공원을 가득 메운 '친미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고,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20-30대의 젊은층이 주를 이뤘다. '친미 집회'가 경찰의 철저한 보호 속에 열린 반면, '반전 집회'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여야만 했던 것도 이날의 엇갈린 풍경이다.

온 국민이 하나되어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민족의 자주를 외쳤던 3월1일, 그날을 기리는 국경일에 연출된 두 극단의 집회. 이는 2003년 대한민국의 우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는 북측 대표단 105명과 남측 대표단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일기 게양과 함께 '3.1 민족대회'가 시작됐다.

'기미 독립선언' 의미 다르게 해석한 2003년 3월의 서울
[기자의 눈] 2003년 3월 1일을 통해 본 오늘의 독립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우리 선조들은 84년전 '독립선언문'을 통해 민족의 독립을 외쳤다. 그로부터 84돌을 맞은 2003년 삼일절.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에도 '애국자'들이 몰렸다. 선조들의 뜻을 기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2003년의 애국자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상반된 면모를 보였다.

▲ 성조기를 들고 서 있는 전우회 회원들. ⓒ 3.1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전 11시 30분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 현장. '애국시민'들이 시청 앞으로 몰려들었다. '향군'이라고 쓰인 모자를 쓴 장년층 이상의 남성들이다. 어깨에는 '주한미군 철수 반대'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손에는 이날 현장에서 배포된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를 들었다. 다른 한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쥐었다.

이들은 이날 "한미공조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애국가와 함께 미국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울려 퍼졌다. 하늘에는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UN)기가 펄럭였다. 지상에서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약 3시간동안 펼쳐진 장관이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 기자는 "특이하다. 모두 old people이다"라며 의아해 했다. 한 대회 참석자가 그의 손에 성조기를 쥐어 주려고 손을 잡았다. 그를 미국인이라 착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인 기자는 손을 내저었다.

이로부터 약 5시간 뒤 탑골공원. '3·1 민족자주·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 식전행사 현장이다. 이곳에도 "민족의 자주독립"을 염원하는 애국자들이 모였다. 청소년, 대학생 등 젊은 세대가 다수다. 이들도 손에 태극기를 쥐었다. 머리에는 태극기 두건을 둘렀다. 그 태극기 위에는 'SOFA 개정 전쟁반대 자주독립' 등이 적혀 있었다.

두 행사의 분위기도 달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와 구국기도회에 모인 인파들이 '한미공조 만세'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외친 반면, 탑골공원 앞에서는 '민족자주 만세' 삼창이 있었다. 국민대회에서서는 '주한미군 철수반대'를 호소했고 촛불대행진에서는 '전쟁반대'를 주장했다.

참여 시민들의 말도 대조적이었다. 이날 극구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50대 후반과 60대 후반의 남성들은 "요즘 울화통이 터져서 이 대회에 나오게 됐다"며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3년 후면 이북에 넘어갈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들은 "그나마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아니면 이 나라는 벌써 쓰러졌다"며 "원래 바른 말 하는 신문이 미움을 받는 법"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 신문을 구독해 신문을 보고 나왔다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반미세력에 현혹된 젊은 세대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한미공조만이 이 위기를 타계할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연단에 올랐던 한 목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쟁이 나도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돼 있지 않다"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이 나라 안보가 지켜진 이유는 미군이 주둔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 탑골공원앞에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탑골공원과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와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진정한 한미공조란 서로 평등한 상태에서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지금 미국과 한국은 평등한 입장이 아니니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시청 앞 대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백 소장은 "(그 대회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냉전시대의 유물이다"라고 단언했다.

문정현 신부는 "기미년의 민족자주 독립은 미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간에 상호방위조약이 있고 불평등한 SOFA가 존재하는 한 진정한 자주독립은 미완"이라고 주장했다.

두 행사를 주도했던 단체도 상반된 성격이다. 시청 앞 대회는 한국자유총연맹,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등 보수, 우익단체가 주류로 참여했다.

정치인도 가세했다. 최병렬· 김용갑·하순봉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모두 당내 보수파 의원 모임인 주한미군철수반대모임 소속이다. 정원식 전 국무총리도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

초우 스님, 김홍도 목사, 박홍 신부는 종교계 대표로 각각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공동 대회장이기도 하다. 김홍도 목사는 한국기독교인총연합 소속으로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에서 연설을 했던 보수 성향의 목사다. 서강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던 박홍 신부 또한 대표적 우익 인사다.

촛불대행진에는 여중생 범대위를 구성하고 있는 비롯 진보 시민·사회·학생단체 회원들이 참여했다. 개혁국민정당, 민주노동당원들도 당 깃발을 든 채 자리를 지켰다. 지난 92년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얼굴을 비쳤다.

진관 스님, 홍근수 목사, 문정현 신부 등도 여중생 범대위 상임 공동대표로서 참석했다. 세 사람 모두 대표적 진보 종교인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운동,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해결 등에 앞장서고 있다.

두 행사는 주최측부터 참여 계층, 종교인조차 뚜렷한 대조각을 이룬 셈이다.

성조기 또한 두 현장에서 다른 대접을 받았다. 시청 앞에서는 대형 성조기가 태극기와 함께 참가자들 머리 위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머리 위의 성조기를 받쳐 들고 '한미공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광화문에서는 찢겨진 대형 성조기 위로 국화꽃이 흩뿌려졌다. 주한미군 범죄에 의해, 그리고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의해 희생된 민중들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역사는 맥락이다. 그러기에 어떤 이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라고도 한다. 두 행사의 주최측은 모두 "84년전 독립을 선언했던 선조들의 뜻을 다시 새기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상반된 성격의 대회로 술렁인 2003년 3월 1일. 이날 같은 하늘 아래 펼쳐진 두 행사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날 하루를 보내고 나서 다시 마주한 <독립선언문>. 새삼 그 의미를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독립선언문 전문 읽기

/ 김지은 기자


1일 저녁 9시경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촛불대행진의 마지막 순서로 미군 범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굿이 벌어지고 있다.
1일 저녁 9시경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촛불대행진의 마지막 순서로 미군 범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굿이 벌어지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후 탑골공원앞에서 총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1일 오후 탑골공원앞에서 총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10신 대체:3월 1일 오후 9시10분>
[탑골·광화문-민족자주반전평화촛불대행진]

유모차를 탄 어린이가 경찰방패에 가로막혀 귀가를 못한 채 30여분이 넘게 찬바람을 맞고 있다.
유모차를 탄 어린이가 경찰방패에 가로막혀 귀가를 못한 채 30여분이 넘게 찬바람을 맞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성조기 가르며 마친 촛불시위
"아이 떤다. 길 열어달라" 귀가 저지


촛불시위의 마지막은 대형 성조기를 가르는 퍼포먼스가 장식했다. 흰 옷을 입고 바닥에 딸린 대형 성조기 위로 걸어나오던 여성 2명은 울려퍼지는 총성과 포성, 헬기 소리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들고 있던 흰 국화를 땅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노래와 함께 붉은 띠를 머리에 매고 흰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나 춤을 추고 여성들도 횃불을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나란히 성조기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참가자들은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에 맞춰 기차놀이를 하면서 집회를 마쳤다. 그러나 이들의 귀가는 순조롭지 않았다. 경찰이 종로쪽 길만 터놓은 채 다른 모든 길을 봉쇄한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돌아갈 의무가 있다"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일부 시위대들이 "유모차에 태운 아기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다"면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길을 터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우리는 상부 지시에 따라 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길을 터 주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길을 열어줄 수 없다"면서 30여분간 시민들을 막고 있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촛불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 "여기 오면 따뜻해서 좋아요"

ⓒ강이종행
탑골공원 앞 사전행사에서 만난 이현숙(44)씨와 엄마와 함께 온 예서영(8)양은 밝은 모습으로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씨는 "한달에 한번 꼴은 촛불시위에 참가했다"며 "마음속으로 품고만 있는 것 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나온다"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촛불 시위에 대해 사진과 그림 등을 통해 보았다는 서영양은 "여기 오면 따뜻해서 좋아요"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함께 있으면 따뜻해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영양이 "촛불시위가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한다"고 말하자 이 씨는 "한달여 이상을 시위에 오지 않았더니 아이가 잊어버린 것 같다"며 "이처럼 아직까지 미군과 관련 아무런 결과도 못 얻어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도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03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나왔다는 인하대 의대 학생회장 공윤배(23)씨는 "의대생으로서 사람 생명이 우습게 죽어나가는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가만이 있을 수 없었다"며 "촛불시위는 운동가나 시민단체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참가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 씨는 이날 낮에 있었던 3.1절 국민대회와 구국 금식기도회 등 집회와 관련 "미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진정한 평화는 오히려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하는 가운데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건의료연합에 다니는 지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라크 사람 중 1/4이 기아를 겪고 있고 어린이 중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의대생으로서 어떤 이유에서도 전쟁은 반대한다"며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광화문 앞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만난 지체장애인 채경선(가톨릭대 01학번, 44)씨는 "우리 민족이 아무리 힘이 없다고 하지만 미국이 자기네들 맘대로 우리 민족을 짓밟고 있다"며 "미선·효순 사건뿐만 아니라 미군 때문에 한반도가 양분됐다는 것도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채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아리랑'을 합창하자, 음정과 박자를 힙겹게 맞춰가면서 따라불렀다. / 강이종행 기자


가수 안치환씨와 '한-일 기독청년공동연수' 참가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수 안치환씨와 '한-일 기독청년공동연수' 참가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1일 저녁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열린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
1일 저녁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열린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 ⓒ 3.1사진공동취재단
<9신대체: 3월 1일 오후 11시 15분>
[탑골·광화문-민족자주반전평화촛불대행진]

경찰과 심한 몸싸움, 부상자 생기기도
일부 시위대는 광화문 앞에서 촛불 시위


탑골공원에서 식전행사를 마친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은 오후 7시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광장에 모여 이날 본 행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동원된 경찰이 전경버스와 함께 인도 주변을 빽빽하게 가로막아 행사에 참여한 시민 2천여명이 교보문고 앞 광장에 다 들어서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또 일부 시위 참여자들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촛불대행진 본 행사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을 무대 삼아 열렸다. 무대 뒤에는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이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태극기가 내걸렸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됐다. 연단에는 자신을 네덜란드인이라고 밝힌 남성이 올라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이 남성은 "이날 시위에 나와 행복하다"며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6·25 전쟁 상이용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내가 이 시위에 나온 이유는 바로 나같은 사람이 다시는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낮 시청 앞 국민대회에서 재향군인회 소속 시민들이 "전쟁을 겪은 세대이니 전쟁의 끔찍함을 안다"며 "북의 도발을 막기 위해 한-미 공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올해 대학 1학년이 된다는 강성환씨도 연단에 올라 "여기 모인 사람들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자유발언 뒤 문정현 신부(여중생 범대위 상임 공동대표)가 연단에 올라 개회를 알렸다. 문 신부는 "기미년 3월 1일 선조들이 외쳤던 민족자주 독립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며 "이렇듯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 있고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신부는 "우리는 자주독립을 위해 반미를 한다"며 "용미와 친미는 다 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우리는 효순·미선양 사건에 대한 처벌과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불평등한 SOFA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들어주지 않으니 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신부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문 신부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의 귀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게 된다"며 "나가사키와 요코하마에 핵을 투하하는 등 정작 대량 학살 무기를 쓴 나라는 미국이었는데도 할 말이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성유보 민주언론인운동연합 이사장도 연단에 올랐다. 성 이사장은 "오늘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종교단체 대표들이 방문해 3·1절 공동행사를 가진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 이사장은 "오늘 우리의 전쟁반대 요구는 시위 현장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라크 전쟁 반대 한반도 전쟁 반대"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안치환씨가 나와 '피묻은 운동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불러 많은 환호를 받았다. 또 노래패 꽃다지도 참석해 노래를 선사했다.

촛불대행진이 벌어지는 동안 무대 뒤편에는 여중생 범대위 실천단이 온몸을 은빛으로 칠하고 미국의 자유 여신상과 한국의 유관순 열사로 분장한 채 촛불을 들고 서 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편 이에 앞서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탑골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뒤 차도로 나서면서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오후 6시40분께 경찰이 서울센트럴빌딩 앞에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의 대열을 가로막으면서 대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 김해영씨는 경찰에 의해 끌려가다가 넘어져 머리를 땅에 부딪히고 쓰러지기도 했다.

"촛불 들고 '반전 평화' 외치는 모습 인상적" "한기총은 역사를 잘못 읽고 있다"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한국·일본의 젊은 기독교인들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한국기독청년협의회(이하 한기청협)에서 마련한 한국·일본 기독청년 공동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 20여명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인 15명과 함께 '폭격장 폐쇄'라고 쓰인 흰 헬멧을 쓴 채 촛불을 들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이들을 이끌고 행사에 참여한 노재화 한기청협 교육행정국장은 "이 행사는 매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의 이슈를 정해서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올해는 '평화와 생명'이 주제"라고 소개했다.

이날 한기청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일본인 매구미(25)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평화와 반전을 외치는 것을 보고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일본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3·1절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매구미씨는 "과거 일본인이 한국민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두 나라가 함께 평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재화 국장은 이날 낮 여의도에서 펼쳐진 한국기독교인총연합회의 구국금식기도회에 대해서 "부끄럽고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노 국장은 "같은 기독교인이지만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있고 역사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 김지은 기자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여대생들.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여대생들. ⓒ 3.1사진공동취재단
도로에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키면서 가운데 갇힌 차안에서 어린이가 놀라서 울고 있다.
도로에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키면서 가운데 갇힌 차안에서 어린이가 놀라서 울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8신: 3월 1일 오후 7시>[탑골·광화문-민족자주반전평화촛불대행진]

'주한미군 철수반대'가 아니라 '전쟁 반대'
시민, 학생 2000여명, 촛불대행진


여중생범대위와 공동실천이 공동주최하는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이하 촛불대행진)에 앞선 식전행사가 오후 5시 시민과 학생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 날 행사는 앞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3.1 국민대회나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구국기도회와는 상반된 분위기로 진행됐다.

3.1 국민대회나 구국기도회 참석자 대부분이 장년층 이상의 기성세대였던 반면, 촛불대행진의 참가자들은 청소년과 학생 등 젊은 세대가 다수를 이뤘다. 또 3.1 국민대회에 정원식 전 국무총리, 박홍 전 서강대 총장, 김동길 아시아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등 대표적 보수우익 인사들이 참여한 반면, 촛불대행진에는 백기완 선생, 홍근수 목사 등 진보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와 구국기도회에 모인 인파들이 '한미공조 만세'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외친 반면, 탑골공원 앞에서는 '민족자주 만세' 삼창이 있었다. 국민대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반대'가 나왔다면 촛불대행진에서는 '전쟁반대' 구호가 나왔다.

탑골공원앞에서 열린 사전행사에서 푸른학교(방과후 교육기관) 학생들이 평화의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탑골공원앞에서 열린 사전행사에서 푸른학교(방과후 교육기관) 학생들이 평화의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피켓.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피켓. ⓒ 3.1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식전행사 초반에는 1919년 3.1 운동 당시 현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일본군 순사가 하얀 옷을 입은 우리 민족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기미독립선언문과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퍼졌다. 이어 여중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인 홍근수 목사와 푸른학교(방과후 교육기관) 학생들이 평화의 비둘기를 날렸다. 비둘기가 날아가자 사람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연단에 올라선 홍근수 목사는 "84년전 우리 조상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이 자리에서 지금 우리는 또다시 민족자주 반전평화를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중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 문대골 목사가 연단에 올라 참가자들과 함께 "민족자주 만세, 반전평화 만세" 삼창을 이끌었다.

이에 앞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경찰이 일부 집회 물품을 압수하려는 경찰과 이를 막으려는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일부 집회물품을 빼앗겼고 한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는 사진기를 빼앗기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대비해 배치된 병력은 6개 중대 총 600여명. 오후 4시40분부터 탑골 공원앞 가장자리 두 개 차로에 교통통제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탑골 공원 주변을 너무 좁게 에워싸 통행을 하던 일반 시민들까지 많은 불편을 겪었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길도 못 지나다니 이거 민주사회 맞아"라고 외쳤다. 또한 한 시민은 "아! 정말 지나갈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며 "책임자 불러와"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또 이날 행사 참가자들이 오후 6시 20분경 서울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식전행사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하던 중 경찰과 마찰이 있었으나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시작했다.

현재 참가자들은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광화문으로 걸어가고 있다. 풍물패가 대열 선두에 서서 풍물연주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민족자주반전평화가 새겨진 태극기 두건을 둘렀으며 푸른색의 한반도가 그려진 흰색풍선, 각 단체와 학교를 나타내는 깃발과 반전 피켓, 태극기 등을 들고 있다.

<7신: 3월 1일 낮 5시 50분>[여의도-구국금식기도회]

기도회 마친 참가자들, 관광버스 타고 귀가
"함께 모여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


1일 오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에 모인 10만여명의 신도들.
1일 오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에 모인 10만여명의 신도들. ⓒ 3.1사진공동취재단

기도회는 오후 4시 30분경 끝났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관광버스, 지하철 등을 타고 귀가했지만 일부는 무대에서 틀어주는 찬송가에 맞춰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교회별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 날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데리고 나온 순복음교회 신자 육난순(41세)씨는 "아이들도 나라를 위한 기도회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마음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옆에 있던 딸 정은혜양은 "태극기를 흔드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교회 사람들과 별개로 혼자 왔다"는 정진호(31세)씨는 "3.1절 기념인데 심각하지 않고 월드컵 응원전처럼 젊은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북핵이나 미군철수에 대한 기도에 동감한다"며 "미군은 아직 철수할 때가 아니고 북한 핵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목사들의 기도에 동의하기는 한상수(59세)씨도 마찬가지. 그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북핵위기나 미군철수 문제가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순복음교회 성북성전에서 온 청소년들은 "좋았다" "나라를 위해 기도한 게 보람있었다"고 말했지만 "북한 핵이나 미군철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기총의 하나님은 미국인가"
"자유의 십자군 미군을 우리 강산에 보내소서"
한기총 홈페이지 네티즌 의견

구국기도회가 열린 한기총 홈페이지(www.cck.or.kr) 게시판에는 기도회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찬반의견이 올라왔다.

'기도회'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기총의 하나님은 미국인가. 하나님이 지켜주시면 미국없어도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며 "한기총의 사대주의적 발상 때문에 사람들이 기독교 전체를 욕하고 멀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수사랑'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장문의 글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을 반대하려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 기독교 수구세력은 살인적 군사정권 하에서 전두환과 노태우 세력 미화했며 이에 저항하는 문익환 등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는 세상적인 집단, 악마 세력, 비기독교적 인권주의자로 몰아부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순복음교회 등 대형교회들은 군사정권을 비판하지 않는 대신 많은 특혜를 받더니 지금은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역사의 방향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랫분!'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 역시 '기독교가 한국 민주화에 공헌한 내용'이라는 글에서 "친일에서 재빨리 친미로 전환해 미국식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 이승만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사상을 한곳으로 집중, 박정희에 대한 지지를 통한 국가 구심점의 확립, 전두환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하면서 통치정당성 부여" 등의 이유를 들며 일부 교회의 친독재 행각을 꼬집었다.

이성진씨는 "40년 넘게 신자로서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당신들에게 실망한 적이 없었다. 무엇이 옳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알지 않을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몇몇 네티즌은 북한을 비난하고 기도회 참가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골수반공'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어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 한민족과 더러운 북괴 김정일 사탄의 무리를 같은 민족이라고 한단 말인가. 북괴 김정일 사탄의 무리들은 피한방울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죽여야 할 벌레들"이라며 섬뜩한 저주를 퍼부은 뒤, "자유의 십자군인 미군이 중동의 악귀 후세인의 목을 자른 후 당신이 50년 전 하신 것(6.25 휴전)처럼 다시 우리 강산을 지켜 줄 수 있도록 보내주소서"라는 기도문을 올렸다.

명가명씨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라면서 "해답을 아는 사람은 모두 시청앞 광장으로"라고 짧은 글을 올렸다. / 권박효원 기자

<6신:3월1일 낮 4시20분>[여의도-구국금식기도회]

"미군 떠나가면 나라경제가 어렵다"
한강시민공원에 메아리친 '주여'...가족 단위 참가자들 많아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 야외음악당을 꽉메운 10만여명의 '구국금식기도회' 참가 인파들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면서 목사들의 말에 따라 무릅을 꿇고 총성기도를 했다. 이들은 연이어 "아멘" "주여" "아버지"를 외치며 목사들의 기도에 호응했다.

이들은 또 찬송가를 부르면서 태극기를 흔들며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단위로 기도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조용기 목사가 단상에 오르자 기도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에는 아무런 자유가 없다. 직업 선택이나 결사의 자유는 물론이고, 하나님을 믿을 자유도 없다. 이미 300만명이 굶어 죽었고, 지금도 500-600만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폐병으로 약도 없이 죽어가고 있다. 북한에서는 재판도 없이 그대로 처형당한다. 우리는 왜 이런 것에 침묵해야 하는가. 잠잠하면 안된다. 북한 주민 2000만명이 공산주의의 포악과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야한다. 외국에서 원조한 그 많은 돈으로 살생무기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북한에게 자유와 생존권을 주옵소서."

이어 엄기호 목사는 "우리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면서 "미군이 떠나가면 나라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렵다. 우리는 미군철수를 적극 반대한다. 우방인 미국과 더불어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엄 목사는 또 "북한의 위험한 무기는 파멸과 죽음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핵무기가 북한 주민의 생명보다 귀중할 수는 없다"면서 "하나님이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녹여서 남북이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신신묵 목사는 "북한이 공산주의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국가단체 학생 인물이 대통령 인수위에서 행동하고 있어 큰 충격을 준다"며 "이나라 곳곳에 있는 간첩들을 제거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외에도 이만신 목사는 "과거 일제 압박에 못이겨 신사참배를 하는 죄악을 범했다. 지금은 해방 신앙의 자유를 얻었지만 이로 인해 심지어 단군이 개국조상이라고 단군상을 건립하고 이를 숭배하는 죄악까지 범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했다.

1일 오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1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가 열렸다.
1일 오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1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가 열렸다. ⓒ 3.1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기도회에서는 지난 1월 시청 앞에서 열렸던 1, 2차 평화기도회와 달리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평등을 강조하는 기도도 등장했다.

한명국 목사는 "부정부패 청산을 간구하면서 먼저 아버지 자녀들이 한강나루에 엎드려 통회하고 자복하오니 긍휼과 자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했으며, 최병두 목사는 "계급, 성, 지역, 학력, 연령의 차별이 사라지고 주님 안에서 평등과 공존의 발전을 이루는 국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상형 사관은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살신성인하는 사명감만 있었던들 정신병력이 있는 장애자가 화풀이로 저지른 참사의 희생은 줄였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 날 참가자들은 유가족돕기 헌금을 걷기도 했다.

<5신:3월1일 낮 3시20분>[여의도-구국금식기도회]

"안보 울타리 없는 곳에 평화 없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가득 메운 10만 인파 모여


3·1절 여의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금식기도회'가 오후 3시부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렸다. 이날 모인 인파는 약 10만여명. 이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만세'라고 적힌 녹색 풍선과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무대에는 한복을 입은 합창단이 찬송가와 복음성를 불렀다.

일부 사람들의 손에는 한국어와 영어로 '하나님이어 이 나라를 구원하소서' '한국과 미국은 혈맹의 우호관계이다'라고 쓰여진 피켓이 쥐어져 있다. 야외음악당 무대 양쪽에는 '북한의 인권을 보장하라'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하라'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날 행사의 대회장인 최해일 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화를 원치 않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안보의 울타리가 없는 곳에 평화는 없습니다. 자유는 소중한 것입니다.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Petrick Henry 는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 역시 쟁취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지금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고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DC 한국전기념탑에 새겨진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는 비문은 우리들이 영원히 기억해야할 명언입니다.

그리고 나라의 부강은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면서 요행을 바라는 사행심리는 나라의 경제를 망치고 민족을 파멸로 이끄는 독소입니다. 우리의 위대한 선열들이 일으켰던 3.1독립운동은 평화와 자유, 그리고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위한 위대한 결단의 운동이었습니다.

평화와 자유, 그리고 나라의 부강은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 선물을 얻기 위해 기도하려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열심히 기도합시다. 생명을 걸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기도합시다. 우리의 기도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응답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이날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5만여개의 녹색 풍선을 일제히 하늘에 날렸다. 고 주기철 목사의 아들 주광조 장로, 고 손양원 목사의 딸 손동희 권사, 고 이기풍 목사의 딸 이사례 권사 등 순교자 가족대표가 무대에 올라 만세삼창을 외쳤다.

<국민일보>는 이날 행사를 위한 호외를 발행해 현장에서 뿌렸다. 호외 제목은 "기도로 나라와 민족을 구합시다"였다.

<4신: 1일 오후 2시 30분>[시청앞-국민대회]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울려 퍼진 '성조기여 영원 하라'
한 손엔 태극기, 다른 한 손엔 성조기 들고 부른 3·1절 노래


1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국가를 합창(한미우호 세레모니)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국가를 합창(한미우호 세레모니)하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참가자의 머리위를 덮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
참가자의 머리위를 덮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 ⓒ 3.1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월 수십만 시민들이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지난 해 12월에는 10만 촛불 인파가 술렁였던 서울 시청앞 광장에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울려퍼졌다.

또 무대 앞에서 뒤쪽 대열까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머리 위로 덮어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나라를 위한 기도회'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진행된 3·1절 국민대회(이하 국민대회)에서 대회 참가자들은 한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 및 3·1절 노래를 불렀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 때 만들어진 '아, 대한민국'과 '애국가'도 울려 퍼졌다.

지난 해 6월 붉은 색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소리 높여 외쳤던 '대∼한민국'을 이날은 해병전우회 및 향군 조끼와 '주한미군 철수 반대'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장·노년층의 시민들이 외쳤다.

낮 12시50분부터 시작된 국민대회는 방송인 봉두완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봉씨는 매 순서를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해 소개했다.

국민대회는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서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제창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국기에 대한 의례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광장 하늘에 매달린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UN)기를 바라보며 국민의례를 가졌다.

이어 박홍 신부(대회 공동대표, 전 서강대 총장), 정원식 전 국무총리(대회 공동대표) 등 유명 보수인사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5년 전 북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현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씨의 메시지도 소개됐다.

또 초우 스님(공동 대회장)이 불교계 대표로, 박홍 신부가 천주교 대표 인사로, 이금영 기독인 여성 대표(대회 공동대표)가 기독교 대표로 나와 연설 및 결의문을 밝혔다.

이날 연단에 오른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북이 핵개발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우리의 안보가 지켜진 이유는 튼튼하게 맺어온 한-미 동맹관계 때문"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한-미 동맹관계는 혈맹관계이니 이 동맹에 틈이 생기면 세계 평화에 저해가 될 것"이라며 "북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박홍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소한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 낭독 전 박 신부는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애국시민이 모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짧은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낭독한 호소문에서 박 신부는 "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세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며 이는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힌 데 박수를 보낸다"며 "특정 계층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바른 중심에 서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전 서강대 총장이기도 했던 박 신부는 젊은이 및 대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신부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우리 대학에서 진리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똥통과 같은 주체사상에 빠지기도 했으나 이제 다 빠져나왔다"며 "이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신부는 "노 대통령이 민주정부를 잘 이끌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한편으로는 미래의 주역인 통일세대의 젊은이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등 참된 민족화해 통일을 위한 정신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주장했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도 연단에 올랐다. 신 대표는 "청년이 일어나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신 대표는 "우리는 북의 6·25 남침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때 반미가 안방 깊숙이 침투해 안보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대표는 "일부 청년들이 낭만적 민족주의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헤치고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청년이 이땅을 지켜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신 대표는 연설 도중 손을 불끈 쥐어 치켜올리거나 온몸을 떠는 등 열성적인 연설을 해 청중들과 연단 위에 선 인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국민대회는 이철승 자유민주민족주의 총재(대회 공동대표)의 만세삼창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대회 후에도 많은 시민들은 연단 주변을 떠나지 않은 채 박홍 신부,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등에게 몰려들어 사인 요청을 했다.

이날 참여한 대다수 시민들에 비해 젊은 세대에 속하는 여성 3명은 이날 대회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래한국>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는 정미숙(24·덕성여대 4년)씨는 "(미래한국) 신문을 통해 이날 대회를 알게 돼 친구들과 나왔다"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모였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이런 대회가 반미세력에 현혹된 젊은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50대 후반과 60대 후반의 남성들은 "요즘 울화통이 터져서 이 대회에 나오게 됐다"며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3년 후면 이북에 넘어갈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이들은 "촛불시위에 나가는 젊은이들은 아직 판단력이 없다"며 "그 아이들을 북에서 미는 고정간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대회는 애초 폐회시간이었던 오후 1시 40분을 약 40분 정도 넘긴 2시 15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3신:3월1일 낮 1시40분>[시청 앞-나라위한 기도회]

"자유 위협받는 우리 똘똘뭉쳐 반미세력 척결"
"하나님이 미군을 보내 북한 침략 막아주었다"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과 함께 풍선을 날리고 있다.
서울시청앞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 시작과 함께 풍선을 날리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가스총을 차고 집회에 참석한 재향군인회원.
가스총을 차고 집회에 참석한 재향군인회원. ⓒ 3.1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기도회에 앞서 오전 11시40분부터 12시까지 식전 찬양과 경배가 진행됐으며, 낮 12시부터 김경래 국민대회 대표(장로)의 사회로 나라를 위한 기도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모두 일어서서 애국가 제창을 했으며, 대구지하철 사고 유족 및 순국선열 가족들을 위한 목도가 진행됐다.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최해일 목사(공동 대회장)는 인사말을 통해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없다"며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이 있는 데, 여기서 말하는 자유 역시 쟁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제 똘똘뭉쳐 반미세력 척결과 북한 핵 개발 반대를 실현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사람은 한기총 명예회장인 지덕 목사였다. 그는 '한국 교회와 민족의 회개를 위하여'라는 특별 기도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ADTOP1@
"독립선언을 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 신자였다. 3.1운동을 통해 기독교인이 2039명이 체포됐다. 국가의 살고 죽고는 기독교인의 애국심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독립기념일인 오늘 대한독립만세를 한 그 때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 각성회개해야 할 일들이 많다. 기독교인들은 국가문제에 지극히 무관심하고 무책임해왔다. 오늘 국가관을 투철히 가질 수 있도록 회개하고, 축원한다."

지덕 목사의 말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대 앞에 한 경호원은 "간첩새끼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이곳은 간첩들의 천지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차례에 걸친 한기총이 주최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 기도회'에서 기도를 했던 김홍도 목사는 이날 기도회에서도 특별기도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이 나라는 한국교회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교파중심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생각은 회개해야 한다"며 "3.1절을 맞아 이 나라가 다시 서도록 애국애족하자"고 말했다.

세 번째로 특별기도한 신현균 목사는 "간첩이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가는 등 한미우호관계가 위협받는 이 때에 하나님께서 이 나라 안보를 책임져주실줄 믿는다"라고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특별기도한 김한식 목사는 "북한은 그간 여러차례에 걸쳐 침략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하나님이 미군을 보내 막아주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목사는 "그러나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의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독일과 일본의 경우와는 다르다. 우리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바로 개입하지 않게 돼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안보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한강이남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재배치, 철수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위한 기도회는 찬송가 합창 및 축도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2신:3월1일 낮 12시30분>

"우리는 미군과 유엔에 감사한다"
정원식, 박홍 등 보수인사 대거 참석


대형 성조기, 태극기, 유엔기를 펼쳐드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대형 성조기, 태극기, 유엔기를 펼쳐드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대한문앞에서 대형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붙어있는 미사일 모형을 불 태우고 있다.
대한문앞에서 대형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 사진이 붙어있는 미사일 모형을 불 태우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열리기 20분여분 앞둔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남성 노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해병전우회 군복을 입거나, '향군'이라고 적힌 조끼와 모자를 쓴 채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시청앞 광장 주변에는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와 <미래한국> 등이 배포되고 있다.

또 이 대회를 후원하는 '나라사랑네트워크'에서 주한미군 한강이남 재배치 및 철수 반대, 북한 핵개발 반대를 주장하는 1천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대회는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됐다.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8만여 명은 '북핵개발 저지, 주한미군 철수 반대' '우리는 미군과 유엔에 감사한다'라고 쓰인 파란 풍선을 든 채 일제히 일어서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날 대회는 낮 12시부터 시작됐으며 김정래 장로(3.1절 국민대회 대표)의 사회로 '나라를 위한 기도회'가 낮 12시40분까지 진행된다. 이어 국민대회 본 대회는 봉두완(전 방송인. 국민대회 대표)씨의 사회로 1시간동안 열릴 예정이다.

나라를 위한 기도회에서는 공동대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기독교인 총연합회 소속 최해일 목사의 인사를 시작으로 한기총 명예 회장을 맡고 있는 지덕 목사, 한기총 소속 김홍도 목사 등이 특별기도를 한다.

이어 본 대회에서는 황장엽씨의 메시지를 홍순경 탈북자동지회 회장이 대독한다. 또 정원식 국민대회 대표(전 국무총리)의 연설을 비롯해 '한미우호 세레모니'라는 제목으로 미국 국가가 연주된다. '전우야 잘자라' 제창, '친북 반역 집단의 경고 제창' 등이 이어진다.

또 박홍 전 서강대 총장(국민대회 대표)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소한다'라는 제목의 연설과 대학생 대표들의 '청년이여 일어나 조국을 수호하자'라는 주제의 구호제창 등이 진행된다. 이철승 국민대회 대표(자유민주민족회의 총재)의 만세삼창을 끝으로 이날 대회는 낮 1시40분경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공, 빨갱이는 물러가라"
시청앞 광장을 가득메운 8만여명의 인파

▲ 연단아래 맨 앞쪽에 김용갑 의원, 최병렬 의원, 하순봉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앉아 있다.
ⓒ3.1사진공동취재단


시청 앞 무대 앞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 현재 경찰 집계 8만여명이 모인상태다. 무대에는 김동길, 박홍, 강영훈, 봉두환, 허문도, 정영숙(탤랜트) 등 70여명의 국민대회 대표들이 나와있다.

무대 아래에는 최병렬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나와있다.

시민들은 '반미감정, 친북, 좌경세력 척결하라' '북한은 우리의 주적, 미국은 우리의 혈맹' '퍼다준 대북지원, 핵무기제조 되고 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오전 11시30분경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시청을 향했고, 그 뒤에는 '멸공'이라고 써붙인 봉고차가 뒤따랐다.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반공, 빨갱이는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시청 앞에 모인 대부분의 인파는 중년 이상 노인들이며, 무대쪽에 가까워질수록 젊은이들과 재향군인회, 해병전우회 소속 시민들도 눈에 띈다.

한 노인은 "MBC오면 죽이자, 빨갱이 방송국, 빨갱이들 다 잡아죽이자"라고 외쳤다. 기자가 다가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어른들이 피땀흘려 일궈놓은 역사가 공산화되면 모두가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MBC는 너무 편파적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다른 노인은 흥분된 표정으로 "미군이 일부러 여중생을 죽였겠나. 별 것도 아닌데, 빨갱이들이 그걸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 강이종행 기자


<1신:3월1일 오전 11시10분>

"주한미군 감축 반대, 북핵개발 저지"
vs "민족의 힘으로 자주평화 실현해야"


월드컵 응원전, 촛불시위, 구국기도회 등 작년 서울시청앞 광장에 수만명이 몰려서 치뤄진 대규모행사때 광화문에서 남대문방향의 차량통행은 막히지 않았으나,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치뤄진 1일 오후는 전방향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
월드컵 응원전, 촛불시위, 구국기도회 등 작년 서울시청앞 광장에 수만명이 몰려서 치뤄진 대규모행사때 광화문에서 남대문방향의 차량통행은 막히지 않았으나,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가 치뤄진 1일 오후는 전방향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
ⓒ 3.1사진공동취재단
제84회 3·1절을 맞은 서울은 하루동안 다양한 단체가 주최하는 다양한 성격의 대규모 군중집회로 술렁일 전망이다.

우익단체 및 보수 종교단체들은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반대 북한 핵개발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와 기도회를, 진보 시민단체들은 "민족자주 반전평화"를 외치는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인다.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한국자유총연맹·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우익 단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내 주한미군 철수반대 모임 소속 의원들을 비롯 보수 성향의 정치인 및 단체 관계자들과 시민 20여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3시부터는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이하 한기총)가 추죄하는 '구국 금식기도회'를 개최한다. 주최측은 "이날 기도회에서 교인 약 10만 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은 지난 1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개최하고 주한미군 철수 반대 및 반미시위 확산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3.1절 서울시청앞 광장 교통통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경찰청은 3.1절에 개최되는 대규모 집회에 대비, 서울시청 앞 광장과 주변도로에 대해 차량통제를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민족복음화운동본부 주최로 1일 열릴 '3.1절 국민기도회' 행사를 위해 1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 행사장인 시청 앞 광장을 통과하는 세종로~소공로 구간과 대한문 로터리에서 개풍 로터리 구간 양방향에 대해 교통을 통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시간에 해당 구간을 지나는 차량은 인접 교차로인 남대문.한국은행.을지로.대한문 로터리 등에서 우회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남북간 도로인 세종로~남대문(태평로) 양방향은 가급적 교통통제를 하지 않고 정상 소통시킬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종로1가 로터리~종로3가 로터리 구간에서 열리는 '만세의날 종로 거리축제'에 대비,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행사 참석 인파에 따라 행사 구간에 대해 탄력적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인접도로인 청계로와 을지로, 율곡로등으로 우회조치할 계획이다.

/ 황희경 기자
기도회에 앞서 한기총 대표 길자연 목사는 "구국기도회는 1, 2차 평화기도회와도 다르며 '반핵반김 3.1 국민대회'와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수하게 3.1정신에 기초한 기독교의 자정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부터는 서울 탑골공원에서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여중생 범대위)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 700여개 진보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살인미군 처벌 부시공개사과 소파전면개정 이라크 침공 반대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 3·1 민족자주·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3·1 운동 당시 현장 재현 행사 및 현대사 재현 행사,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선언문 낭독, 부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발표 등이 있을 예정이다.

행사에 앞서 여중생 범대위는 "민족자주의 의지를 담은 상징적인 삼일절을 맞아 자주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전체국민의 요구를 담은 범국민적 대회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촛불대행진은 서울을 비롯 지역과 해외 등 100여개 지역에서 열릴 계획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