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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빨고 있을때 아이는 제일 편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다릅니다.
손가락을 빨고 있을때 아이는 제일 편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빠의 마음은 다릅니다. ⓒ 조경국
"쭈욱~쭉, 쭉"
"이게 무인 소리여."
"애, 손가락 빠는 소리잖아."
"무슨 소리가 이렇게 커. 누가 들으면 아 굶기는 줄 알겠다야."
"하긴 우유가 떨어지긴 했네, 일어난 김에 오랜만에 우유나 함 타와보지, 해목이 아빠."

새벽, 아이의 손가락 빠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습니다. 웬만하면 일어날 일도 아닌데 워낙 소리가 커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배가 고플 때나 잠이 올 때, 짜증이 날 때 손가락을 빠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아내는 아이의 손가락 빠는 소리에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을 하고, 잠결에도 우유병을 찾아 아이의 입에 물려줍니다. 저는 반대로 아이의 손가락 빠는 소리나 우는 소리에 잠결에도 자동적으로 소리나는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돌린다고 합니다). 무의식중에 엄마와 아빠의 아이에 대한 애정도가 드러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적으로 밤에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보채거나, 우유가 떨어져도 모두 아내가 알아서 해결하니 '나까지 일어나서 설칠(?) 필요는 없겠지' 내심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날은 화들짝 놀랄 정도로 아이의 손가락 빠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던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아내는 별일 아닌 듯 더듬더듬 머리맡의 우유병부터 찾았습니다. 우유병을 손에 쥐어주자 금세 손가락 빨던 힘으로 젖병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든 아빠 마음대로 할 순 없겠지요. 아이도 자기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아빠 마음대로 할 순 없겠지요. 아이도 자기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 조경국
"손가락 빠는 거 어떻게 하던 고쳐야 되는 거 아이가."
"뭘 고쳐, 배고파서 그러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손가락에 반창고나 쓴 약이나 함 발라보까."
"잠시뿐이지, 아 성격만 배린다."

혹시 정서적으로 불안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아침마다 비몽사몽 잠도 덜깬 상태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이모에게 맡겨지는 것이 제 딴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아닌지, 아빠가 일 한답시고 문도 열어주지 않고 울게 만들어서 손가락을 더 심하게 빠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손가락을 빨면 치아에도 나쁘고, 손에 있는 병균도 옮게 되고, 손가락도 짓무르고... 기타 등등의 나쁜 점을 익히 들었던 터라 그때부터 어떻게든 손가락 빠는 것을 고쳐보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달래도 보고, 강제로 손가락을 쏙 빼보기도 했지만, 아이는 손가락을 물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습니다.

며칠 동안 아빠의 조바심에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손가락 빨기도 제대로 못했으리라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제 욕심에만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쭉, 쭈~욱쭉" 손가락 빠는 모습을 보면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어서 저럴까'란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아마 '난 그냥 좋아서 빠는 건데,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아내를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빠, 꼬오 꼬. 엄마, 꼬꼬~ 꼬(요즘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라는 노래의 앞부분만 열심히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흥얼거리는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무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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