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대학로의 최대 관심은 '삐끼 추방 운동'이었다.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 운동은 연극협회, 배우협회, 소 공연장연합회의 세 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고 현재 '좋은 공연 안내소' 운영과 '대학로 문화환경 감시단'의 가두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학로에 가보면 알겠지만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제일 처음 만나는 것이 '웃기는 공연' 있다며 달라붙어 호객행위 하는 삐끼들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 곳곳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별 정보 없이 대학로에 연극 보러 온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들을 따라가게 된다.
이러한 일부 극장의 관객 쓸어가기는 7년 동안 계속되어 문제이다. 특히 최악의 불황이라고 하는 현재의 대학로 연극계에는 일부 극장의 '삐끼'를 동원한 관객몰이에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월25일, 문예회관 대극장 2층 로비에서 연극배우 정재진을 만났다. 현재 대학로 극장을 운영하며 서울공연장협의회 회장과 '대학로 문화환경 감시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와 '대학로 문화환경 감시단' 활동과 '삐끼 추방 운동' 이후의 활동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대학로 문화환경 감시단'과 그 활동에 대해 알려달라
"연극협회, 배우협회, 소공연장연합회 세 개 단체가 연합을 해서 '문화환경 감시단'을 조직했다. 대학로가 너무 무질서하고 특히 호객행위, 삐끼들 때문에 문제다. 연극협회 이사장이 호객행위를 말리다 구타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사무국장도 구타를 당했다. 연극인들의 주장은 호객행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저질연극을 한 7년간 해왔다. 저질연극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예를 들어 근자까지 공연한 <긴자꼬>(名器) 같은 것이다. 제목만 들어도 저질이다. 그것을 대로변에다 완전 나체 포스터 붙여 놓고 하루 7회까지 공연을 했다. 전혀 훈련되지 않은 배우를 데리고 돈만 벌려고 한다. 연극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문화환경 감시단'을 조직한 것이다.
우리 연극인들이 예전부터 호객행위를 하지 말자고 했다. 호객행위를 하면 대학로에 극장이 40여개가 되는데 40개 단체에서 2명씩만 나와도 거리가 얼마나 불량스러워 보이겠는가? 삐끼들이 거리를 점령하게 되면 그 거리는 불량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우리 연극단체들은 합의하에 지금까지 안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 계속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시민들이 몰라서 호객을 당하니까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대학로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연극들을 추천해주고, 정부에서 5,000원씩 지원해주는 사랑티켓 제도가 있으니까 그 홍보도 할 겸 텐트를 치고 '좋은 공연 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연극인들의 호응도 좋다. 10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연극인들이 호객행위를 어떻게 없앨 수 없나 만날 때마다 이야기했다. 수없이 경찰서, 청와대까지 진정을 넣었다. 그런데 호객행위 처벌이 아주 우습다, 호객 하는 사람과 호객 당한 사람, 이 두 사람과 증거를 가지고 신고를 해달라는 거다. 이들을 확보를 해도 호객 당한 사람의 진술서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호객 당한 사람이 진술을 하겠는가?
법이 그렇게 되어있어 단속이 어렵다. 그래서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개념으로 각 극단, 희곡작가, 연출가, 소공연장대표, 배우들이 중심으로 해서 감시단을 조직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화환경 감시단'의 활동이 호객행위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호객행위가 어디까지가 호객행위인지 구청에 물어봤다. 구청에서 뿌려도 된다고 전단에 도장찍어준다. 법적으로 전단은 자기 극장 앞에서만 뿌리게 되어있다. 벗어나면 불법이다. 이들은 불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항상 주장하는 것이 걸리면 불법안하고 안내만 했다고 한다. 그것은 다 거짓말이다.
우리 연극인들은 호객행위를 안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전단지 받으면 안 가져간다. 다 길에다 버린다. 각 극장마다 2~3명씩 나와서 전단 뿌리게 되면 대학로가 엄청난 쓰레기장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안한 것이다. 호객행위도 하지 말고, 전단도 뿌리지 말자고."
-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단속이 필요한데
"경찰서에서는 호객한 사람과 호객 당한 사람 두 사람이 확보되어야 되고 호객 당한 사람의 진술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법이 잘못된 것이다. 호객행위 하라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경찰이나 관에서 이것을 단속할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 삐끼가 활동하는 요지가 있다. 그곳에 나와서 단속을 하면 근절시킬 수 있다. 그런데 파출소에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의 치안이 우선이라니 이해는 간다. 현재 전시 비슷하게 왔다가 사라지고 그러지 강력히 단속할 의지가 없다."
- 대학로 극장을 직접 운영하는데 감시단 활동 이후 관객이 늘었나?
"지금까지 관객이 없었다. 그런데 감시단 활동을 하면서 관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호객행위에 넘어가지 않은 관객들이 우리 극장으로 온 것이다.
우리는 저질연극을 하던, 포르노를 하던, 하루에 5회를 하던 10회를 하던 상관 안 한다. 우리가 연극협회 정단체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단체에 들지 않았다고 그런식으로 한다.
포르노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좋다. 개그콘서트도 좋다. 그런데 호객행위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단, 세 극장만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40여개 극장은 안하고 있다.
<표현과 상상>에서 퍼포먼스식으로 거리에 나와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권장할 부분이다. 퍼포먼스나, 이벤트 이런 식으로 해야지 사람들 붙잡고 '다른 연극은 재미없고 이 연극만 재미있습니다. 2만원을 1만원 깎아주겠습니다.' 이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 '문화환경 감시단'에서 '좋은 공연 안내소'도 운영하는데 언제까지 운영 할 것인가?
"'좋은 공연 안내소'를 운영해 보니까 굉장한 중요성을 느꼈다.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된다고 하는데 안내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인사동은 안내센터가 있다. 대학로에 나오시는 분들은 연극 보러 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연극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극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또한 좋은 연극을 추천해달라고 많은 문의를 한다. 그래서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되면 제대로 안내소를 만들어 달라고 시나 구에 건의도 해놓았다. '좋은 공연 안내소'는 영원히 운영해야 한다."
- '대학로 문화환경 감시단'의 이후 활동에 대해 말해달라.
"현재 호객행위 금지 가두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대학로가 너무 지저분해졌다. 불법포스터가 문제다. 특히 호객 행위하는 극장들은 법도 없다. 전봇대마다 입간판을 불법적으로 붙여놓고 그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대학로문화발전추진위원회'에서 불법포스터 문제를 연극인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저희들에게 2,000만원을 희사했다. 업소 앞에 제발 연극포스터를 붙이지 말아 달라고. 엄연히 게시판이 있는데 불구하고 경쟁심리로 무질서하게 여기 붙이고 저기 붙이고 하니 대학로가 지저분해졌다. 호객행위가 안정되면 2차적으로 불법포스터 단속에 나설 것이다.
세 번째는 소음을 해결해야한다. 대학로가 소음이 심하다.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가 공연장법에 등록되어있기 때문에 소음이 80dB까지 허용된다고 한다. 80dB이면 엄청난 소음이다. 거기에서 매일 하드락 공연을 한다. 공원이 크면 상관없다. 외국처럼 수십만평되는 공원이면 한쪽에서 할 수 있는데 대학로 공원은 코딱지만하다. 여기에 그게 하나 점령해 버리면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없다.
대학로는 다양해야한다.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는 소음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5와트이상의 엠프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대신 자연음은 다 허용한다. 자연음이라는 것은 첼로나 기타 같은 악기들이다. 그것은 소음이 아니다. 하지만 일렉기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하지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스트레스 덩어리이다. 연극 볼 사람들이 한번 나왔다 질려서 다시 안나온다. 대학로 나가면 시끄럽고, 데모 많이 하고, 사람은 넘쳐난다. 그래서 세 번째 소음문제를 정부에 건의도 하고 자체적으로 운동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학로가 진정한 문화예술의 거리다운 거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