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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사옥
대구MBC 사옥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MBC 사장으로 있던 이긍희 전 사장이 지난 3일 (주)문화방송('서울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공석으로 남아있는 대구MBC 사장 선임을 두고, 언론사 내·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다른 지방계열 MBC 내부에서도 "지방 MBC의 권리를 찾고, 중앙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겠다"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MBC 사장 선임에 '휑하니' 떠난 지방사 사장

이 전 사장의 서울MBC 사장으로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4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이하 대구MBC 노조. 위원장 심유철)는 <이제 우리의 길을 가련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대구MBC 노조는 "(이긍희 전 사장의 서울MBC 사장 선임으로) 대구MBC 사장 자리는 1년만에 또 다시 바뀌게 됐다"면서 "이 사장은 사장 선임 소식을 듣고 한 시간만에 짐도 싸지 못한 채 황급히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는 허탈과, 냉소, 불만 속에서 이제 뒷수습과 정리는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낙하산 사장의 되풀이되는 폐해를 또 다시 체험하면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련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대구MBC 노조는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이 MBC 임·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사장을 선임했듯이 서울MBC 또한 대구MBC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절차에 의해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주)문화방송으로 주식이 귀속된 각 지방MBC는 서울MBC의 계열사로 전락하게 됐다. 그 후 지방MBC 사장 선임, 방송 편성권 등의 핵심적인 권한이 '중앙'으로 옮겨감에 따라 지방MBC의 자율성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돼 왔었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이 사장 선임 부분. 지금까지 지방MBC의 사장 선임은 '낙하산 인사'로 비유돼 왔다. 뿐만 아니라 사장 선임 과정 자체가 폐쇄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지방MBC 뿐만 아니라 (주)문화방송 내에서도 개선 요구는 잇따랐다.

대구MBC 노조 심유철 위원장은 "지방MBC 사장 선임의 문제는 '폐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MBC 사장 선임은 서울MBC 사장의 개인적인 귀동냥으로 이뤄지고 있고, 아직도 그 구체적인 방법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MBC 사장 선임과정 베일에 가려져"

또 심 위원장은 "지방MBC 사장 선임은 공개적인 추천 절차와,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지방MBC 사장 선임은 "지방MBC 사장 자리가 중앙 인사들을 위해 제공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MBC 한 기자는 "지방MBC 사장 자리는 서울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용되고 있다"며 "이는 지방MBC 사장들의 '중앙'에 대한 줄서기로 이어져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이나 자율경영, 자율편성 등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5일자 문화방송노조 특보도 "지방사(지방MBC) 구성원들은 지방사 사장 자리가 서울의 일부 부적격 간부들에게 안식처로 제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지방사의 미래나 활로 등에 대한 고민, 그리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자가 단지 순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으로 선임돼서는 안 된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낙하산 인사의 폐해성은 지방MBC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방언론으로서 '제자리 찾기'도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방MBC 내부에서는 '낙하산' 문제외에도 "이번 기회에 지방MBC의 자율 편성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대구지하철참사 보도도 편성권 독립이 이뤄지지 못한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 받고 있다. 현재 대구MBC의 방송송출은 '중앙'이 짜놓은 편성표 안에서만 가능한 상태이다.

대구MBC 한 관계자는 "지난 95년의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의 경우에도 재난 방송을 제때 못해 전국적으로 쏟아진 비난을 감수해야 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도 그 악몽은 되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긴급방송에서도 자율적인 편성권을 갖지 못한 지방MBC의 비애"라고 털어놨다.

일선 기자들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대구MBC 한 기자는 "현장에 다른 매체보다 제일 먼저 뛰어나가 '스탠바이'를 하더라도, 서울의 허가를 기다려야 할뿐"이라며 "방송이 나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기자는 "자율경영 등도 중요한 것이지만 독자적인 방송 편성권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MBC 재난방송에도 서울 '허가' 기다려야

지방MBC의 '독립선언'은 지방화 시대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본부장 김형기)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대구MBC 사장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는 "대구MBC 노조의 주장에 공감을 보내며, '낙하산 사장의 되풀이되는 폐해'는 대구MBC의 일만이 아니다"며 "그것은 우리 지역사회의 문화창달과 민주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6일 대구MBC 노조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6일 대구MBC 노조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특히 서울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문진이 이번 사장 선임에서 회사 내 임·직원들의 추천을 받은 후보 중 사장 선임하고 '방문진-서울MBC'의 종속성을 개선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지방MBC에 대해서는 '낙하산 인사'를 고집하는 점에 대구MBC 노조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대구MBC 보도국 한 기자는 "서울MBC가 이중잣대를 가지고 지방MBC를 중앙의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고 표현하고 "이번 낙하산 인사 선임 반대 등의 투쟁은 지방MBC의 독립전쟁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지방MBC는 서울 식민지, 낙하산 반대는 독립전쟁"

한편, 대구MBC 노조의 '독립선언'에 부산, 마산, 광주, 제주 등 각 지방 MBC도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논란은 전 계열사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MBC 노조는 지방 계열사 주총이 열리는 10일, 조합원 90여명이 상경해 '낙하산 사장선임 반대' '편성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서울MBC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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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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