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방진료복(가운)을 새롭게 개발하여 한의사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아도 한방을 미신으로 치부하는데 양의 가운이 아닌 한방진료복을 입으면 더욱 미신 소릴 들을 수 있다며 주저하는 사람을 보았다. 한의학 뿐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는 모조리 미신일까? 아니면 과학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대단한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마저도 스스로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결여되어 문화사대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오로지 서양과학의 잣대로 쉽게 분석이 되지 않으면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전쟁 당시만 해도 미군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땅속에서 김치를 꺼내먹는 것을 보고 미개인이라고 했다. 심지어 된장을 보고 암유발 물질이 있는 식품이라며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미국의 식품학자, 의학자들은 대단한 항암식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는 어떻게 분석해내느냐에 따라 세계적이며 과학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문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이야말로 시급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이에 부응한 명쾌한 해답의 책이 나왔다. 프랑스 과학국가박사(공학박사)인 이종호씨가 쓰고 한문화멀티미디어가 펴낸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은 이종호씨가 기존에 쓴 두 권의 우리 문화유산 시리즈 완결편이다. 앞서의 두 책들은 주로 유형의 문화유산에 집중한 감이 있지만 이번엔 미신으로만 여기던 것들까지 포함해서 정신적인 문화유산을 과학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분석해보기를 주저하지 않은 아주 소중한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적과 도깨비 등 그동안 모두가 자신있게 미신의 범주에 넣었던 것들까지도 우리 조상들 사이에 그렇게 전승되어 왔다면 그럴 가치가 분명할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미신이라는 선입관에서 해방되어 긍정적인 자세를 갖을 때만이 올바르게 우리 문화를 분석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을 글쓴이는 강하게 외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내가 큰 인상을 받았던 것은 단군조선이 단순히 신화 속의 나라가 아니라 실존했던 나라임을 분석해 낸 것과 세종임금 때 만든 세계 최초의 과학영농 온실을 재현한 것이다.
신화 속에서 당당히 걸어 나온 단군과 고조선
그동안 일부 종교를 중심으로 학교에 있던 단군상을 훼손하는 등 단군왕검을 기리는 일을 미신숭배라며 철저히 반대해온 기류들이 상당한 세를 가지고 있었다. 이때에 이종호씨의 이 단군조선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책 29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단기고사(檀紀古事)>와 <단군세기(檀君世紀)>에는 제13대 단군인 흘달단제 50년, 즉 기원전 1733년에 ‘무진 50년에 다섯 개의 별이 수성 근처에 모였다’는 기록이 있다. 박창범은 기록에 나타난 기원전 1733년을 기점으로 전후 약 550년 동안의 오행성의 결집 현상을 조사한 결과 기록보다 1년 전인 기원전 1734년에 오행성 결집 현상이 일어났음을 발견 했다.
이 해 7월 13일 초저녁 다섯 개의 별이 지상에서 볼 때 약 10도 이내의 거리에 모여 있었다. 1년의 오차는 3700년 전과 현재의 시간계산법의 차이로 생기는 오차로 거의 정확한 수치이다. 이 같은 천문기록은 당시 국가라는 틀 안에서 전문적인 천문관측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후대에 누군가가 이 현상을 작위적으로 기술했을 경우 정답이 될 확률은 0.007% 로 가필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단기고사(檀紀古事)>와 <단군세기(檀君世紀)>의 신빙성도 함께 증명된 셈이다.
(중략)
일반적으로 세계 고대 천문학계에서는 개, 뱀, 전갈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바빌로니아 토지 경계비를 별자리의 원형으로 보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고대 천문학의 발상지로 인정한다. 그러나 바빌로니아의 토지 경계비는 기원전 1200년경에 만들어진 것이고, 대동강 유역의 고인돌에서 발견된 고인돌 별자리는 그보다 무려 18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가 4대문명의 발상지로 인정받는 큰 요인 중에 하나는 이곳에서 체계 적인 천문도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고인돌 별자리나 천문기록은 고조선이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못지않은 문명국가였음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자 이런 분석을 보고도 단군조선이 그저 신화일 뿐이고, 단군숭배는 우상숭배라고만 우길 것인가? 이건 단군을 믿는 종교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고, 과학자가 과학적으로 분석해놓은 글이다. 우리 문화는 그저 비과학적이고, 미신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 이제 해방될 수 있는 귀중한 단초를 이 책은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온돌과 한지로 이뤄낸 조선 초기 최고의 농업기술 과학영농 온실
또 이 책 76~77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산가요록>에 따라 복원된 온실의 경우에는 창호 부분에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온실을 만들 때, 창호지의 3대 특성인 통기성, 습도조절, 채광 성을 유효 적절히 이용한 선조들의 슬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산가요록>에 의한 온실이 세계 최초의 과학영농 온실로 부각될 수 있는 이유는 온실이 갖춰야 할 3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의 특징적 난방 방법인 온돌을 사용해 난방을 도모했고 둘째, 기름 먹인 한지를 창호에 발라 실내온도를 높이고 습도 조절을 했다. 그러나 창호지만으로 습도 조절에 한계가 있어 가마솥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실내로 유입해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올려주는 복합적인 온실을 만든 것이다.”
이종호씨는 여기에서 세계 최초의 온실이 조선 세종 때 한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조선 초기의 어의(御醫)였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에 나온 기록대로 온실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온돌과 창호지를 이용해 겨울에도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드는 과학적인 사람들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서민들의 삶을 지켜준 벽사 수호신 도깨비”,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고도의 심리 처방전 부작”, “마을의 수호신 장승”,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들것 지게” 등의 글을 통해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고 말 것들을 새롭게 과학적인 조명함으로서 우리 민족의 슬기로움을 돋보이게 하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다만 이 책에는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한국 오락문화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고스톱”, “전설 속의 불로초 산삼과 인삼”, “오랜 세월 한민족과 애환을 같이 해온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에서는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보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듣고 적당히 썼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오락문화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고스톱”에서는 고스톱에 대한 경험이 없는 글쓴이가 부작용이 많은 고스톱을 칭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일본식인 화투의 그림을 우리 것으로 바꾸면 부정적인 인식을 없앨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예전에 시도된 적이 있었고 그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또 “전설 속의 불로초 산삼과 인삼”은 우리 산삼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자존심을 찾아주지 못하고 어정쩡한 글로 남았다.
“오랜 세월 한민족과 애환을 같이 해온 소나무와 은행나무”에서는 소나무와 은행나무를 같은 민족의 나무로 동일시하는 잘못이 있다. 우리 민족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은 뒤까지 소나무와 함께 하여 민족의 소나무로 불리기에 충분하지만 은행나무는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나 미흡한 것이 사실임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덤가에 심은 소나무가 ‘도래솔’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음은 물론 ‘도래솔’을 중국 사람들이 심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잘못들이 이 책의 진가를 덮을 수는 없다. 완벽한 내용의 글은 어느 누구도 쓸 수 없다. 약간의 잘못이 있음에도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역시 우리 조상들이 만든 것들을 미신으로 남아있도록 방치하지 않고, 과학의 장으로 끌어올려 새롭게 빛나도록 한 점이다.
우리는 모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 다음 외국 것이, 서양 것이 모두가 위대해 보이는 그런 눈은 갈아 치워야 한다. 우리 것을 정말 자존심을 갖고 올바르게 볼 줄 아는 현명한 국민이 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