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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 머리에 윤기가 돕니다. 바람 조금 불면 멋지게 찰랑거리겠네요.
수양버들 머리에 윤기가 돕니다. 바람 조금 불면 멋지게 찰랑거리겠네요. ⓒ 김규환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 동지(冬至)부터 서서히 해가 길어지더니 어느새 봄을 둘로 가르는 날이 왔다. 하지(夏至)까지 계속 길어지다가 또다시 밤이 짧아지겠지만 오늘은 해가 절반이고 어둠이 절반이다.

24시간 중 절반이 낮이고 12시간이 밤이니 잠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춘곤증이 눈꺼풀을 한없이 무겁게 하므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채워야 하니 봄나물이 그립다.

경칩(警蟄)·청명(淸明) 사이로 양력 3월 21일경부터 보름간을 춘분이라 하는데 아직 음력으로는 2월이다. 태양이 남에서 북으로 천구(天球) 적도와 황도(黃道)가 만나는 춘분점(春分點)을 지나가는 시점이다. 밤낮 길이가 같지만 해가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어 낮이 길게 느껴진다.

집 근처 담장에 노오란 꽃잎 물고 깨어난 이쁜  병아리
집 근처 담장에 노오란 꽃잎 물고 깨어난 이쁜 병아리 ⓒ 김규환
춥지도 덥지도 않아 농사일을 하기에 알맞은 때이며,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 겨우내 얼었던 응달도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훈훈한 바람을 쐬고 응달진 곳 마저 녹는다.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천수답(天水畓)은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하고 보막이 작업에 농부의 허리가 놀랜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 이 즈음인데, 어쩔거나! 이 때를 전후해 거센 바람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거나“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하니,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 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 못지 않게 매섭고 차갑다.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를 멀리까지 나가지 않는다.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시절이 돌아왔으니 야외로 나갈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교에서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 것을 보면 노인네들 마저 겨우내 입었던 퀴퀴한 내복을 벗어 던지고 양지 바른 햇볕으로 나와 광합성을 즐기는 좋은 시절인 것은 분명하다. 곧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비도 우레 소리를 동반하며 그해 첫 번개가 친다.

벚나무 잎사귀가 하늘을 덮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벚나무 잎사귀가 하늘을 덮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김규환
"천하의 만민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 음력 2월 끝자락에는 퇴비 만들어 마늘밭·보리밭에 거름주면 더 짙푸르게 잘 자란다. 논에 흙을 넣어주는 객토, 유실수 가지치기, 고구마 싹 틔우기도 서둘러야 하며 텃밭 한쪽을 득득 긁어 상추씨를 뿌려놔야 봄철 푸성귀 걱정 덜게 된다.

예전에는 날잡아 돼지우리, 소 외양간에서 겨우내 밟고 있던 지푸라기와 똥을 끌어낸다. 새 풀이 제법 돋으므로 삼태기라도 갖고 나가 짚여물에 섞어줘야 잘 먹었다.

본격적인 봄이다. 아지랑이 손짓하는 봄이다. 수양버들 길게 늘인 머리에 파릇한 기운이 돌면 사람은 활동할 시간이 더 늘어난다. 여가를 알차게 보낼 계획을 짜 들로 한 번 나가보자. 이 때보다 화목한 가정을 꾸릴 시간도 드물다.

이런 학교다니는 대광고 학생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런 학교다니는 대광고 학생들은 얼마나 좋을까? ⓒ 김규환

덧붙이는 글 | 하니리포터, 뉴스비젼21, 조인스닷컴에 송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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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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